최근 미국에서는 건설업 노동자나 엘리베이터 수리공 같은 블루칼라 직종의 수입이 화이트칼라보다 높다고 해요. 그래서 미국 Z세대 사이에서는 대학 진학 대신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해요.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어요. 일부 직업계 고등학교는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더 많아져서 탈락자들이 일반고로 진학하는 ‘역현상’이 벌어졌고 오히려 일반고가 정원 미달이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고 해요.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있어요. AI가 도배·배관·전기 작업 같은 현장 기술직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이번 생생 MZ 톡에서는 블루칼라 열풍 속에서 기술직과 사무직 중 어떤 진로를 선택하고 싶은지 MZ세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참가자
앵두(32세, 프리랜서)
나리(30세, 회사원)
소금빵샌드위치(30세, 정비사)
양양(35세, 회사원)
함흥냉면 (30세, 디자이너)
버섯돌이(31세, 기술직)
홍반장(33세, 엔지니어)

Q. 주변에 도배, 타일, 정비 등 기술직을 선택한 또래가 있나요?

소금빵샌드위치
저는 실제로 기술직을 선택해서 비행기 정비 일을 하고 있어요.
집이 공항과 가까워서 어릴 때부터 비행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기술이 있으니 정년도 길고 은퇴 후에 전문학교 교수로 가거나 기술 자문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노후까지 보장되는 일인 것 같아서 만족해요.

홍반장
저는 건설 시공사에서 엔지니어로 7년 정도 근무하고 있어요. 요즘 보면 인테리어업이 흥하면서 특히 목공 분야에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자주 물어보는데 대부분 가족이나 친지, 가까운 어른 등이 해당업에 종사해서 일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어요.

함흥냉면
주변에 현장직을 선택한 또래가 몇 명 있어요. 다들 재미있게 일하더라고요. 특히 부러웠던 게 퇴근하고 나서 일 생각을 잘 안한다는 거예요. 일과 일상이 완벽하게 분리돼 있더라고요.

앵두
호주에 가서 기술을 배워와 타일 전문 업체를 차린 사람을 봤어요.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마케팅을 하고 누리소통망 활용도 잘해서 돈도 잘 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줄눈 시공이나 도배를 배워보고 싶어서 학원을 알아봤는데 인맥이 있어야 일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할 용기가 안 생기더라고요.

Q. 블루칼라 직업은 AI로 대체되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나요?

나리
미래에는 몸을 쓰는 일이 결국 살아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AI가 사무직의 일자리를 빠르게 뺏어가고 있지만 현장직 일자리를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현장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비용에 비해 인건비가 훨씬 저렴할 것 같거든요.

홍반장
건설현장에서 일하다보니 기술직의 중요성을 매일 실감해요. 최근 인력 노령화가 심화되고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어요. 숙련공은 찾기 어렵고 인건비는 올라가는 현실을 보면 AI 문제는 둘째 치고 젊은 작업자들의 유입이 시급해요.

소금빵샌드위치
제가 하는 비행기 정비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AI가 필요한 도면을 찾아주거나 작업 준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물리적인 작업은 대신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SF영화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면 또 모르겠지만요.

버섯돌이
저는 연구와 기술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어요.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손으로 조립하고 개발해야 하는 직무 특성상 AI 대체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연구와 기술 업무를 다 잘하는 하이브리드형 인재가 채용시장에서 더 각광 받지 않을까요?

Q. 진로를 다시 정할 수 있다면 사무직과 기술직 중 무엇을 선택할 건가요?

나리
저는 그래도 사무직을 선택할 것 같아요. 기술직이 좋은 점도 많고 미래가 밝다는 건 인정하지만 솔직히 제가 몸을 사용하는 일에는 재능이 없어서 기술직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결국 적성에 잘 맞는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소금빵샌드위치
다시 선택한다고 해도 기술직을 할 거예요. 현재의 일이 적성에 맞거든요. 특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퇴근하면 일과 완전히 분리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홍반장
저는 변함없이 기술직을 선택할 거예요. 현장에서 5년, 본사 사무직으로 2년 근무하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다 경험해봤거든요. 현장은 업무의 진척도가 매일 눈에 보이기 때문에 보람있고 일하는 맛이 있어요. 다시 기회가 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양양
아직 진로 변경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청소일에 관심이 있어요. 어머니와 함께 건물 청소를 하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인상적이었어요. 요구르트 배달일에도 관심이 많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도 꽤 한다고 하더라고요. 유튜브에서 호주 배관공의 이야기도 봤는데 정말 행복해보였어요. 한 번쯤은 사무직이 아닌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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