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전국 10곳 집중 지원
정부가 산업단지에 문화를 입힌 문화융합 선도산단(가칭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을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 산업단지를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도다. 2025년까지 3곳, 2027년까지 10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는 ‘문화를 담은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마련하고 9월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이는 2월 22일 열린 경상남도 민생토론회의 후속조치로 당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가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을 건의했고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문화융합 선도산단 조성을 지시했다. 산업부와 문체부, 국토부는 즉각 범부처 합동 전담팀(TF)을 구성해 이번 계획을 수립했다.
산단 내 복합문화공간·카페 조성
정부는 먼저 각 산업단지 특성에 맞는 통합 브랜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별로 주력 업종과 역사성 등을 반영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도서관·기록관·박물관 기능을 모두 갖춘 복합문화공간 ‘산업 라키비움’을 건립한다. 기업 체험관 등의 상징물(랜드마크)도 세운다. 이어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광장, 공원 등 특화 브랜드 공간을 개발한다. 특히 제품 전시·체험관 등을 운영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으로 산업단지 내 문화·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경관을 개선한다. 산단의 일상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재창조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산단 입지제도를 개편, 문화·체육시설과 식당·카페시설을 확대한다. 정부는 “공공체육시설용 토지를 감정가가 아닌 조성원가로 분양하고 공장 내 부대시설에도 카페·편의점 등의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산단 입지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전국 산단 소재 ‘아름다운 공장’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경관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하는 유인책 성격이다. 영세 노후공장은 내외관 개선 예산을 대폭 확대해 지원한다. 이와 함께 ‘밤이 빛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산단 야간경관도 개선한다. 또 기반시설과 조형물, 미디어아트를 접목하는 공공미술을 도입, 청년문화센터 건설을 확대한다.
이번 계획에는 산단 내 청년들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됐다. 산단 근로자에게는 시세 대비 35~90%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산단 내 카풀·동승택시 이용을 지원하는 교통 플랫폼도 시범 도입한다.
산단 내에서 청년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 특화 콘텐츠 개발에도 착수한다. 대표적으로 ‘천원의 일상 문화 티켓 사업’을 시범 추진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영화 티켓 등 일상 문화 티켓을 할인받아 대량 구매하면 산단 내 입주기업이 자금을 분담해 근로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도 시작한다. 산단별로 총감독을 선임해 근로자 문화체험, 야외 벼룩시장, 지역예술가 전시회 등 특화 콘텐츠를 기획할 계획이다.
‘산단 문화 주간’을 운영해 산단별 축제도 활성화한다. 정부는 “산단 내 식품사와 협력한 라면축제를 만든 경북 구미시의 사례와 같이 산단 브랜드, 지역 자산, 제품 등을 활용한 관광 체험 콘텐츠를 개발해 산단을 관광자산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수동’처럼… 청년 창업가·예술인 지원
노후 산단은 청년 창업가와 문화예술인의 실험무대로 전환,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낡은 건물과 공장이 주를 이루던 중공업지대에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식음료 매장과 각종 팝업스토어가 들어서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놀이터로 변모한 서울 성수동을 모델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청년이 선호하는 문화·지식산업의 산단 입주 수요를 확인해 입주를 늘릴 예정이다. 또 청년들에게 문화·지식산업 분야의 창업·협업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예술 분야에서는 청년 공예 오픈스튜디오, 예술인 레지던스 등을 조성해 청년 예술인을 유치한다.
정부는 문화융합 선도산단의 성공모델을 조기에 가시화하기 위해 내년 3곳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10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선도산단으로 선정되면 ▲산업단지 브랜드 개발 ▲랜드마크 조성 ▲산단별 특화 문화 프로그램 기획·운영 ▲산업단지 재생사업 등 정부로부터 13개 사업을 집중 지원받는다.
이후 새롭게 조성하는 15개 국가산단에 대해서도 조성 단계부터 특화 문화시설을 구축한다. 선도산단으로 선정되지 못한 산단에는 다음 연도 선도산단 선정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한다. 이때 입주기업 및 지역상공회의소와 지방자치단체, 문화단체, 산단 유관기관이 지역별 ‘산단 문화 융합 협의체’를 구성해 자발적으로 문화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문화 프로그램 도입 등을 추진할 경우 정부 사업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산단은 회색빛 낡은 이미지와 문화, 편의시설 부족으로 청년들이 기피하고 있다”면서 “산단을 청년이 찾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우리 제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겠다”고 전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산단만의 색깔을 입힌 다채로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주민, 청년, 관광객이 찾는 지역의 새로운 명소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부지 공급을 넘어 계획 수립 단계부터 다각도로 지원해 산단을 지역 발전의 핵심 요람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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