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은 엄중하다. 국제사회의 제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한반도 주변 미·중·일·러 4개국은 이른바 ‘스트롱맨’들이 강경한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어느때보다 굳건한 안보와 전략적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새 정부는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협력외교, 책임국방, 평화통일의 세 가지 큰 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마련했다. 또 책임, 협력, 평화, 민주의 4대 원칙으로 외교 선진 강국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특징은 국익 중심, 전략적 추진, 평화와 안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책임국방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추진 등 유능한 안보 실행”
새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하되 국방의 책임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이른바 ‘책임국방’을 기조로 ‘북한 비핵화’라는 확고한 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날로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전력을 조기화할 예정이다.
새 정부 출범 후 북한은 5월 14일, 21일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14일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겠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우리 군의 한국형 3축체계 구축 등 북한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빠른 시일 내에 강화해나가기 바란다”며 “특히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추진 상황을 점검해 속도를 높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한미동맹 기반, 한국형 3축체계 강화
새 정부가 국방정책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3축체계 조기 구축이다. 북핵에 대응해 한국 지형에 더 적합한 킬체인(Kill-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어느 단계에서든 방어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우리 국민과 영토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킬체인(Kill-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 킬체인(위)은 발사 조짐을 미리 파악해 선제 타격하는 데 반해, KAMD는 미사일이 지상에 도달하기 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식이다. ⓒ뉴시스
북핵·미사일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사령부’(가칭) 설치도 검토 중에 있다. 또 굳건한 한미동맹 기조 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같은 비전에는 책임국방 실현을 달성한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새 정부는 강력한 국방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대통령부터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7일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이철희·김진표·이종걸·진영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정의당 김종대 위원, 무소속 서영교 위원과 국방부·합동참모본부를 방문했다. 안보에는 여야 구분이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정권 교체기에 흔들림 없는 국방 태세를 갖춰줄 것”을 당부했다.
군 복무기간 단축·급여 인상 등 인권개선 강화
‘국방개혁 2.0’은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진행된다. 3군 균형 발전과 통합 전력 발휘를 극대화해 미래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상부지휘구조와 인력구조, 획득체계, 무기체계, 사기·복지, 국방운영제도 등을 핵심과제로 재선정할 계획이다. 부대구조를 개편하고 군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병사의 복무기간은 18개월로 단축하되, 전투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부사관과 유급지원병을 증원해 방위태세를 보완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답게 군 인권개선에도 관심을 갖고 개혁을 추진한다. 우선 병사 급여를 최저임금과 연계해 30%, 40%, 50% 식으로 연차적 인상할 계획이다. 공무상 부상에는 모든 상해 장병에게 부상의 경중에 관계없이 진료비를 전액 국가에서 보상한다. 국방의 의무를 담당하는 장병이 20대 청년임을 감안, 군 복무 중 원격강좌로 학점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자기개발 기회와 지원도 확대한다. 아울러 군 인권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내 ‘군인권보호관’을 신설해 군 가혹행위, 폭력 등 장병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군 의문사와 관련해서는 진상규명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폐쇄적인 문화로 지적돼온 국방 영역에 문민화를 적극 추진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주요 보직에 민간인을 보임하고, 임기 내에는 문민 국방장관 임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밖에 방위산업도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선도할 수 있게 한다. 최근 5년간 24조 원에 달하는 각종 첨단무기의 수입 비용을 국내 개발로 수입대체를 이루고 최첨단 기술 획득의 기회로 활용한다.
협력외교
“사드 배치, 위안부 합의, 국민 동의 후 당당한 협력외교”
새 정부는 실용적 협력외교, 국익 우선의 주변 4국 외교를 통해 복잡한 외교안보 환경의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미·중·일·러에 특사를 보내는 등 ‘4강 외교’에 시동을 걸며, 정상외교를 복원해 4국과의 관계 발전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한미 관계는 군사동맹과 FTA를 바탕으로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고 협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2+2 외교·국방장관 전략대화를 상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5월 16일 한미 양국은 6월 말 정상회담을 조기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으로 그만큼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외교 공백이 채워지길 기다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매튜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핵문제 해결에 관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표다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북한과는 올바른 여건이 이루어지면 대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감하고 실용적인 한미 간 공동 방안을 모색한다는 비전을 확인했다.
새 정부는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사드에 주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철회하고 북핵 등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한중 고위급 전략경제대화(SED)와 국방 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해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전략적 협력을 이루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도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사인을 보내오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내 “한중 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으며 중국은 한국 측과 한중 관계의 성과를 함께 유지해나가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해왔다. 찬성·반대 또는 미국·중국 사이의 양자택일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먼저 국민의 공감대를 파악해 그에 맞춰 미국과 중국 정부의 협력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새 정부의 정국 구상 과정에서 국내적으로는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외교적 해법 차원으로 활용해 갈등을 피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새 정부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을 통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도출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 분야의 협력으로 실용적이고 성숙한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는 열어두었다. 새 정부의 외교 역량에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다. 그동안 러시아의 중요성이 저평가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러 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임을 예고했다. 향후 북극 항로 공동 개척과 동시베리아의 에너지 경제협력 등을 대폭 확대하고, 북핵문제에 진전이 있으면 남·북·러 협력사업도 전개할 예정이다.
‘서울클럽’ 구성으로 시장 다변화 모색
새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신흥 거대 경제권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통상외교에도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체결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자유화를 주도하고, 한·중·일 3국의 평화협력체제 구축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호주, 싱가포르, 멕시코, 칠레 등 자유무역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는 통상 선진국들과는 일명 ‘서울클럽’을 구성하고 일부 국가로부터 과도한 경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세안, 인도 등으로 시장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동북아개발은행(NEADB)을 설립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그동안 지적돼온 개발 원조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가시화한다. ‘국가개발협력전략회의’(가칭)를 정례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개발 협력 계획을 수립하고 해외 원조 사업을 체계적·효율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개발 원조 사업과 청년 지역 전문가 양성,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는 종합계획을 추진하고 민간기업의 협력 사업을 확대한다. 이와 같은 외교의 저변 확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함은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대외 신임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새 정부가 외교 역량을 다변화하려는 의지 역시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다자외교 전문가로 평가받는 강경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를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한 점, 공식 외교 채널 외에도 국민의 의견을 외교정책에 직접 반영한다는 점, SNS 등 다양한 쌍방향 네트워크를 국민외교로 이용하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교 활동을 위해 전문가, 공식 외교 라인, 민간 네트워크 등을 가리지 않고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6일 주요국 특사단 오찬 자리에서 특사단에게 “엄중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줘서 고맙다”며 “특사단 파견은 정상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평화통일
“대북압박, 한국형 프라이카우프 추진 등 투 트랙”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압박의 병행 전략으로 추진된다. 북핵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고 원칙적으로 강력한 안보를 구축하지만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는 투 트랙 전략이다. 새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이 고도화됐지만 단계적·포괄적으로 접근해 궁극적으로 완전한 핵 폐기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북핵 문제의 해결이 가시화되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주요 외신들도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새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근무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핵 해결 가시화 아래 남북협력 추진
새 정부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협력, 평화공존, 상호신뢰 조성 등을 통해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기를 연다는 구상이다. 남북 간 작은 교류 접점을 확대해 영역을 넓혀가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자유권과 사회권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다각적인 공조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북한 당국에 정책과 제도의 변화도 촉구한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과거 독일이 사용했던 ‘프라이카우프’를 차용해 이산가족 약 6만 명 전원 상봉을 목표로 ‘한반도 프라이카우프’를 추진한다. 국군포로·납북자의 고령화를 고려해 송환을 포함한 유해 송환 등 사후 정책도 병행한다.
남북관계를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과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 발전한다. 기존 남북 간 진행된 합의를 존중하며 변화한 국제환경과 남북관계에 맞게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특히 여·야·정·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통일국민협약’ 체결을 추진해 통일 공감을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적 남북관계가 정착되면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점진적 통일을 추진할 예정이다. 동해권·서해권을 각각 에너지·자원벨트, 산업·물류·교통벨트로 구축해 남북의 경제 협력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도록 정책을 펼칠 것이다. 또 북한의 시장화 확산을 촉진해 경제통일을 우선 추진하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정착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킬체인·KAMD·KMPR
‘한국형 3축체계’ 구축으로 책임국방 실현
우리 군은 킬체인(Kill-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한국형 3축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무력화하는 강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3축체계로 한국 지형에 맞는 방어 시스템을 마련하고 국방에서 독자적인 억제·대응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킬체인은 적의 미사일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표적 위치를 식별, 타격하는 일련의 공격체계다. 우리 군은 지상·해상·수중에서 발사되는 탄도·순항 미사일, 공중투하 유도탄과 미사일 전력을 집중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고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HUAV)와 군 정찰위성을 확보해 감시·정찰 능력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KAMD는 조기경보·지휘통제·요격체계로 한반도 전장 환경을 고려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지상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하는 방어체계다. 적의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이지스함 레이더 등으로 탐지해 작전통제소에서 분석하고 포대가 자체 레이더로 미사일을 추적해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까지 종말 단계 하층방어 위주의 중첩된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 군은 2020년 초반까지 추가적으로 성능이 개량된 패트리엇,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을 국내 기술로 개발해 KAMD 구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군은 킬체인, KAMD와 더불어 적의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보복하는 KMPR 개념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할 경우 동시·다량·정밀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전력과 전담 특수작전부대 운용을 검토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도 상당 수준의 응징·보복이 가능한 상황이며, 추가적으로 최적화된 발사체계와 대용량 고성능 탄두 등을 개발해 일부 특수부대를 정예화된 전담부대로 개편하고 적의 도발에 적극 대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료|국방백서 2017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