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위해 빛이 되어 남으리 / 저 하늘에 있다 하여도 / 그대 뜨거운 가슴 영혼을 기리며 / 늘 함께하며 살아가리라…."
- 천안함 수병들과 한주호 준위 추모곡 '빛이 되어' 중에서
2002년 6월 29일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며 일방적인 선제 도발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제2연평해전이다. 우리 군의 대응 사격으로 북한 경비정은 퇴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6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2010년 3월 26일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깊은 슬픔을 안겨준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했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해군 2함대 소속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한 강력한 수중 폭발로 선체가 절단되며 침몰해 4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슬픔이 채 가시기 전인 같은 해 11월 23일에는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적인 무차별 포격을 도발했다. 이 사건으로 우리 군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맞서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호국영웅들을 추모하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다지는 정부 차원의 행사가 열린다. 국가보훈처는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2000년 이후 서해 NLL 해역에서 북한이 자행한 무력도발 사건들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올해부터 정례화한다고 밝혔다.
'서해수호의 날'은 매년 3월 네번째 금요일로 정했다. 북한의 도발사건 가운데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 2010년 3월 26일이 네번째 금요일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올해는 3월 25일이 된다.
현재 천안함 피격 등 북한 도발 관련 행사는 5년간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정부 행사로 실시한 후 각 군으로 이관해 진행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희생 장병 추모식은 올해부터 각 군으로 이관된다. 각 사건별 의식 행사는 '서해수호의 날' 행사와는 별도로 각 군 주관으로 계속 진행된다.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
북한의 군사도발 상기 안보 결의
'서해수호의 날'은 1월 28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올해 안으로 입법 예고와 법제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될 예정이다.
'서해수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확정되면 호국 관련 법정기념일은 현충일과 6·25전쟁 기념일을 포함해 3개로 늘어난다. 그러나 '서해수호의 날'은 현충일이나 6·25전쟁 기념일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의미를 띤다. 현충일은 대한민국 독립과 호국, 민주화를 아우르는 애국 영령을 추모하는 의미를, 6·25전쟁 기념일은 6·25전쟁에 초점을 맞춰 국군과 유엔군 전사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지닌다.
반면 '서해수호의 날'은 6·25전쟁 이후 북한이 자행한 모든 국지적 도발을 상기하는 의미를 가진다. 6·25전쟁 이후 북한의 국지도발은 3800여 회에 이르고, 이로 발생한 희생자가 민간인을 포함해 5000여 명에 이른다. 또한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온 국민이 상기하고, 국가 안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서해수호의 날'에 대규모 기념식뿐 아니라 지역별로 안보 결의 행사를 여는 등 말 그대로 범국민적으로 안보 결의를 다지는 날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먼저, 제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3월 2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정부 주요 인사와 희생자 유족 및 부상자, 각계 대표, 시민, 학생 등 7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대전현충원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등 서해 수호를 위해 산화한 55명의 장병이 묻혀 있다. 현충일 기념식은 대통령이, 6·25전쟁 기념식은 국무총리가 주관해왔던 점에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도 이에 준하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기념식 외에도 3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걸쳐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참배 및 해상위령제를 비롯해 각종 추모식, 기념음악회, 위령제, 특별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대전현충원 보훈미래관 2층 야외 전시실에서는 '제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 북방한계선 전투 특별전시회'가 2월 25일부터 6월 말까지 열린다.
지역별로도 기념식과 안보 결의 행사를 여는 것은 물론, 지역별 안보체험관을 설치해 태극기 타투와 바람개비 만들기, 서해 호국영웅에게 감사편지 쓰기 등 전국적으로 521건의 행사가 이어진다. 국민들은 기관별 사이버 추모관 배너 링크를 통해 한 송이 헌화 운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국가보훈처는 "서해수호의 날은 북한의 현존하는 군사적 도발을 상기함으로써 국가 안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범국민적 안보 결의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준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故 박석원 상사 부친 박병규 씨
"국민들 안보의식 고취 중요한 날 되길"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박병규(60) 씨에겐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에 근무 중이던 외아들 박석원 상사가 45명의 장병과 함께 전사한 날이기 때문이다.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슬픔에 잠겨 있는 게 아들이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박 씨는 누구보다 더 부지런히 활동한다. 아들을 비롯한 천안함 장병들이 순직하기 전 봉사활동을 하던 장애인 요양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장을 맡아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유족 모임을 주선하고,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유족들 경조사도 챙긴다. 특히 3월이면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해진다. 3월 5일에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유족들과 함께 찾았다.
"2010년 사건이 일어났을 때 국민들이 같이 걱정하고 위로하고 도움을 주신 게 우리 유족들에겐 큰 힘이 됐습니다. 지금도 국민 모두가 46용사와 유족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는 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됩니다.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는 '서해수호의 날'이 제정된 것에 대해 큰 기쁨을 표시하며 바람도 잊지 않았다.
"천안함을 비롯해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추모한다는 것은 유족으로선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단순히 추모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국토 수호에 100%가 아닌 99%는 없다는 말처럼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야 북한의 무력도발로 희생되는 장병이나 민간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글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