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레스카우스키(미국 스노보드 선수 데이몬 카사시의 이모)
“불리한 조건 이겨낸 조카 사랑스러워”
미국 미시간에서 온 메리 레스카우스키와 바바라 윈체스터(사진왼쪽)는 스페셜올림픽 미국 스키팀 코치 출신이다. 교사인 바바라와 간호사인 메리는 20년 넘게 스페셜올림픽에서 미국선수들을 돌보며 우정을 쌓았다. 메리는 코치 시절을 돌아보며 “보람된 일이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선수와 감정을 공유하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6년 전 올림픽 코치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메리의 조카 데이몬 카사시를 위해 둘은 다시 뭉치게 됐다. 지적장애인인 데이몬이 열다섯의 나이에 미국 스노보드팀 대표선수로 선발된 것이다. 메리 역시 데이몬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한다.
“조카는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속도가 일반인보다 느려요. 그래서 스노보드를 연습할 때 특별히 제작한 종을 울려 언제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알려줬어요. 이런 불리한 조건에서 자신을 이겨낸 조카를 보면 그냥 늘 안아주고 싶답니다.”
바바라는 미국에도 엄연히 지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오가며 교사생활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스포츠가 인간관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면을 높이 평가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은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사람 사이의 문제가 훨씬 줄어들겠지요?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위대한 대회입니다. 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려는데 메리가 소매를 잡았다. 꼭 할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평창행 버스를 타기 위해 고생하고 있었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는 택시기사가 나타나 몸짓 발짓을 해가며 자신을 버스로 안내해준 사연이었다.
메리는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 택시기사에게 이런 인사를 남겼다.
“아저씨의 친절에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한국에 처음 와서 잠시 어리둥절했는데,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워드 버클(캐나다 크로스컨트리 선수 셰인 스튜어트의 아버지)
“캐나다 대표까지 돼 마을의 자랑이죠”
“우리 아들은 마을의 자랑입니다. 모두 셰인을 좋아해요.”
하워드 버클은 캐나다 앨버타주의 작은 마을 스모캔 출신이다. 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출전한 아들 셰인 스튜어트를 그는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장애를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대견한데 이제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선 모습에 더이상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다.
셰인의 나이는 스물아홉. 마을 편의점에서 일한다. 평균지능은 정상인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착하고 성실해 친구도 많고 마을사람들도 모두 셰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캐나다 대표선수까지 됐으니 마을의 자랑이라는 것이다.
아들과 성이 다른 점이 궁금해 물으니 양아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아들을 키우는 동안 어려웠다기보다 오히려 셰인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더욱 행복해 졌다고 말했다.
“우리 아들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소중한 선물이자 제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아들이 경기를 시작하면 큰소리로 응원할 것입니다. 아들! 무조건 즐겨. 사랑한다.”
크리스토퍼와 엘시 언드룸(영국 스키선수 미카엘 언드룸의 부모)
“친구 많이 사귀어 행복해지길”
“영국에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 중 한곳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법과 제도도 사람을 행복으
로 이끌어 주지는 못합니다. 아들을 키우며 상처받는 일이 더러 있었습니다. 이에 좌절하고 세상을 원망하거나 당당히 맞서거나 하는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에서 온 크리스토퍼 언드룸과 그의 아내 엘시 언드룸 부부는 평창스페셜올림픽에 온 것이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들 부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수많은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드룸 부부의 아들 미카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한다. 아들이 5년 전 스키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부부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들의 스키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영국에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일곱 명입니다. 우리 아들이 그중 한 명이지요. 치열한 선발전을 거치고 당당히 대표선수로 뽑혔습니다. 아주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드룸 부부는 아들이 올림픽에서 거둘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아들이 대회를 통해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그것을 자산으로 삼아 앞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기만 바랄 뿐이다.
“이미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아들이기에 앞으로도 잘할 것입니다. 미카엘은 이미 우리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조용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