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2020년은 예측 불허의 시대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특히 콘텐츠 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 때문에 2021년의 열쇳말은 ‘회복’이 된다.
2021년 콘텐츠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최대 5.8% 역성장하거나 최소 3.8%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2월 17일 ‘콘텐츠산업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세미나’를 통해 콘텐츠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음을 발표했다. 전체 성장률은 최소 5.1%에서 최대 6.7%인데, 이를 주도하는 건 게임과 웹툰이다. 반면 음악, 영화, 대중예술 분야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대면과 비대면이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를 통해 비대면 체험, 팬덤(열성 팬), 글로벌 등 열쇳말 세 개를 뽑아봤다.
#비대면 체험
코로나19 여파 온라인 공연, 게임 급성장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니 기존의 대면 기반 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공연뿐 아니라 학술회의, 학술 토론회 등 행사 자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런 오프라인 행사는 디지털로 흡수되었다.
대표적인 분야로 온라인 공연,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이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 매출액은 298억 원에 이른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아기상어>가 유튜브 누적 조회수 72억 회를 달성해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태국 지상파 채널 시청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로 유통된 <킹덤> <#살아있다> <나의 아저씨> 같은 한국 콘텐츠는 전 세계 점유율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게임은 콘텐츠산업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넥슨, 넷마블, 위메이드 등 대형 게임제작·유통사들은 자사의 운영 노하우와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다. 엔씨소프트는 7월 클렙(KLAP)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클렙의 첫 결과물은 ‘유니버스’라는 플랫폼이다.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아이즈원,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등의 얼굴, 목소리를 활용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
위메이드는 전기아이피라는 자회사를 통해 <미르의 전설> IP 분쟁 해결 및 다양한 부가 사업을 펼친다. 웹소설 <금갑도룡>과 출시 예정인 웹툰도 마찬가지. <미르의 전설>에서 파생된 아이디어로 다양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것은 한국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분야는 게임이다. 게임이 바야흐로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을 차지하고, 그를 기반으로 부가 사업들이 전개되는 전망은 자연스럽다.
▶기생충
#팬덤
팬카페를 넘어 팬 전용 플랫폼으로 확장
콘텐츠산업의 기반이 되는 팬덤은 온라인으로 거의 완전히 들어갔다. 특히 기존에는 팬카페나 공식 누리집, 누리소통망(SNS) 등에서 이뤄지던 활동이 점차 팬 전용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기획사뿐 아니라 네이버와 엔씨소프트까지 이 분야를 선점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는 사전 예약 1개월 동안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전 세계 186개국이 포함된 숫자다. 강다니엘, 더보이즈, 몬스타엑스, 박지훈, CIX, 아스트로, AB6IX, 에이티즈, (여자)아이들, 우주소녀 등이 포함된 ‘유니버스’의 라인업 역시 만만찮다.
빅히트의 ‘위버스’ 역시 글로벌 팬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있다. 콘텐츠뿐 아니라 커뮤니티와 팬 상품(굿즈) 판매가 모두 한자리에서 이뤄진다.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엔하이픈, 씨엘, 선미, 헨리, 드림캐쳐 등이 ‘위버스’에서 세계 팬들을 만난다. 빅히트에 따르면 ‘위버스’의 2020년 상반기 매출은 127억 원, 빅히트 전체 매출의 38.3%다.
SM의 팬 전용 플랫폼은 ‘리슨’이다. 최근에는 아티스트와 팬의 일대일 대화를 지원하는 ‘디어유 버블’ 서비스를 출시했다. 동방신기, 샤이니, 슈퍼주니어, 엑소, 소녀시대, 레드벨벳, NCT 등 SM 아티스트는 물론 2PM, 트와이스, 갓세븐, 스트레이 키즈 등 JYP 아티스트와 SF9, 씨엔블루 등 FNC 아티스트도 합류했다.
▶위버스 누리집
#글로벌
비대면과 팬덤 무기로 전 세계 문화계 장악
비대면과 팬덤이 만드는 구조가 지향하는 곳은 새삼 글로벌이다. 최근 2년간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에서 입지와 영향력을 다졌다. 중요한 건 ‘글로벌’이라는 말보다 실체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해외 진출은 ‘글로벌’이라는 말만 공유했을 뿐 그 본질은 중국-일본-동남아-남미-유럽-미국으로 변화했다. 여기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컸다.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을 TV 방송사가 주도했다면, 남미와 유럽 진출에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컸다. 케이블방송과 IPTV뿐 아니라 유튜브가 주도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누리소통망과 미디어 플랫폼이 결합된 양상이다. 유튜브와 틱톡, 트위터 같은 글로벌 누리소통망이 미디어의 역할을 보완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시장은 핵심 목표가 되고, 팬덤과 비대면이라는 키워드는 주요 전략이 된다. 비대면 경험을 강화하고 팬덤을 결집하는 것을 목표로 콘텐츠의 완성도는 다듬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조성된 ‘3차 한류’는 전 세계 문화계를 장악했다. 처음부터 이런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글로벌 진출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콘텐츠 IP를 강화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부가 사업을 전개하는 일이나, 자사의 플랫폼을 개발하고 여기에 각종 기술적인 요소들을 반영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나 모두 글로벌 시장을 위한 노력이다.
2020년의 예상하지 못한 위기는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이 모든 변화는 사실 수년 전부터 예상되던 일이었지만, 코로나19라는 지구적 위기 상황은 막연한 미래의 그때를 우리 눈앞으로 끌고 왔다. 이런 열쇳말이 실제로 기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위기 상황이 우리를 조금 더 빨리 미래로 데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_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 <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현재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