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길어야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다.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말일까? 귀처럼 신체의 특정 부위가 발달한 사람의 수명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긴지 여부에 대해 지금까지 이렇다 할 과학적 검증은 없었다.
그렇다면 ‘긴 귀=장수’라는 세간의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장수와 긴 귀는 무관하지 않다. 귀가 다른 사람보다 길거나 크다고 해서 장수할 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수하는 사람들의 귀가 다른 사람보다 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한국인들의 키가 남녀 가리지 않고 커졌다. 한데 신장에 비해 주목을 받지 않을 뿐 한국인들의 귀가 길어진 것 또한 거의 분명하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귀가 길어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풍부하다.
한국인들의 평균 귀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령화 탓이다. 귀는 신장 등과는 다르게 나이가 들수록 길어진다. 예를 들면 30대까지도 자랄 수 있는 귀 특유의 연골조직 특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력의 효과가 크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수록 처져 늘어지는 게 귀라는 뜻이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지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뒷받침된다. 연구에 따르면 인종을 가리지 않고 인간은 연간 평균 0.22밀리미터씩 귀가 길어진다. 20세 때 귀 길이가 6센티미터라고 가정하면, 70세가 되면 7.1센티미터 안팎으로 길어진다는 말이다. 이 정도 변화면 한눈에 귀가 커진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장수한 옛 정승이나 군왕들의 초상을 보면 대체로 귀가 길게 묘사돼 있다. 초상을 그린 사람의 눈에 들어올 만한 얼굴 특징 가운데 하나가 긴 귀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옛 사람들의 초상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노인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 가서 유심히 살펴보면 젊은이들보다 대체로 귀가 길다는 점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중력 효과로 늘어나는 신체조직은 귀만이 아니다. 코도 귀 못지않게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평생 자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코 역시 길어진다. 특히 코의 경우 끝부분이 늘어지는 식으로 자란다. 어린아이들 가운데는 코 모양이 약간 들창코 느낌을 주는 예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어른들 중에서는 콧구멍이 정면에서 들여다보이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70~80세가 넘은 노인들 가운데 들창코는 가뭄에 콩 나듯 보기 어렵다. 코와 관련해 “긴 코를 가진 사람들이 지혜롭다”는 말이 있다. 경험에 많은 지혜와 지식을 의존해야 했던 옛 시절에는 아무래도 새파란 젊은이들보다는 노인들이 현명하게 비쳐졌을 가능성이 크다. 젊은이에 비해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코가 길고, 그래서 긴 코를 가진 사람이 현명하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코는 상당히 왕성하게 ‘자라는’ 신체부위 가운데 하나다. 서너 살 때 코의 크기(부피)는 30세 가까이 되면 2배 안팎 가까이 커진다. 흥미로운 점은 사춘기 이전까지는 여자아이들의 코가 더 빨리 커지고, 사춘기 이후에는 남자아이들의 코가 커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30세를 넘어서면 코가 길어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는 죽을 때까지 커진다.
늘어난 코는 커진 귀와는 달리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코가 길어지는 탓에 노인이 되면 비염에 더 시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인이 되면 대사 속도도 떨어지는 데다 콧속으로의 공기 흐름 등이 원활하지 않아 비염 등에 보다 자주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통계 혹은 조사 결과가 없어서 그렇지 중력의 영향으로 커지거나 길어지는 건 귀와 코만이 아니다. 한 예로 눈꺼풀만 해도 나이가 들면 현저하게 처지는 경향이 있다. 이밖에 입술 꼬리가 보다 처지고 내려앉는 듯한 모양이 되는 것도 중력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는데, 중력을 벗어나 살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 오롯이 신체부위의 변화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글·김창엽(자유기고가)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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