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온라인 시대에 무대 공연이 영상예술이 되고 있다. 그런데 시공간의 무한한 확장성과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상과,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몸짓을 촬영한 연극 영상을 비교해 ‘경쟁’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까. 또한 온라인 전시공간에서 마우스 하나로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실감 기술이 활용된 국내외 작품을 생동감 있게 관람하는 것과, 전시공간에서 직접 작품을 관람하는 것의 차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긴다.
독일의 문학평론가 발터 베냐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사진 기술과 영상 기술의 발달에 따른 예술의 본질적 변화에 대해 기술하며, 대중매체로서 영화와 전통적 매체로서 연극의 근본적 차이를 복제 가능 여부로 구분했다. 공연예술의 ‘지금, 이곳(Here and Now)’에서만 존재하는 일회적·일시적인 경험이라는 본질적 희소성의 가치는 무대 상연이 아닌 온라인 상영은 다른 양식일 수밖에 없는 논리의 근거가 된다. 사실 공연의 영상화는 200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더 멧 라이브 인 HD(The Met: Live in HD)’ 시리즈 론칭과 2009년 영국 국립극장의 ‘엔티 라이브(NT Live: National Theatre Live)’가 해외의 대표적 사례이며, 국내는 영화처럼 공연을 무대 곳곳에서 촬영한 예술의전당 영상화 사업 ‘삭 온 스크린(SAC on Screen: Seoul Arts Center on Screen)’이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비대면 온라인 영상화가 이뤄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영상화 사업을 새로운 예술양식 개념으로 주목받게 했다. 기존 영상화 사업들을 가칭 ‘공연 영상’ ‘공연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양식으로 재발견한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새로운 예술의 발견
코로나19는 미술계에도 전시와 유통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전시장을 온라인 VR로 제작해 전시장 전경과 고화질 작품 이미지를 가상현실 속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VR 전시관’으로 전시하고 있다. 미술시장은 ‘온라인 뷰잉룸’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대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온라인 거래 또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냐민은 사진 기술이 회화의 예술적 가치와 대중성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사진이 미술의 제의적 가치를 밀어내면서 전시적 가치 전환으로 미술의 대중화에 역할을 했다면, 코로나19는 디지털 문명과 함께 사진 발명 이후 더 넓은 대중화의 길을 마련해 미술의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제1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코로나 일상 속 비대면 예술지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골자는 예술인들의 창작 준비금과 예술인 특별융자 등 생계 지원금에 더해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을 통해 코로나 일상에서 공연·전시가 계속될 수 있는 방안이다. 21세기 들어 바이러스의 창궐은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20년 코로나19로 이어지는 감염병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감염병 창궐 주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경제·사회구조 전반의 대대적 변화를 요구하고, 문화예술 영역 또한 예외가 아니며 디지털 기반 구축은 당면 과제라 할 수 있다.
예술계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를 접하면서 새로운 예술의 발견과 함께 예술의 온라인화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 조성 정책은 예술의 현장성이나 본질적 희소성이 살아 있는 대면 예술의 지속적 지원과 비대면 예술의 기반 구축으로 상호보완 관계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영상예술의 발전을 꾀하면서 예술시장의 성장과 예술계의 자생력을 높이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언젠가 사라진다. 무엇보다 예술과 관객이 소통하고 전 국민이 건강과 행복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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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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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