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명의 함성이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 울려 퍼졌다. 선수들은 실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처럼 질주하고 관중은 박수와 막대풍선으로 그들을 격려하며 뜨거운 레이스에 열광했다. 지난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는 우리 앞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2월 9~25일)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만든 환상적인 이벤트였다.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에는 3만 관중이 몰려 열기를 더했다
세계적 선수들 참가 속 이정수·심석희 등 금메달
입장권 유료 판매에도 매진 기록하며 3일간 3만여 명 열광
이번 월드컵은 한국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최한 첫 번째 빙상 종목 테스트이벤트였다. 동계올림픽은 개최 2년 전부터 테스트이벤트를 치르기 시작하는데 쇼트트랙 월드컵 전까지는 알파인 스키와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빅에어 등 설상 종목 월드컵이 개최돼 올림픽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 11월열린 스노보드 테스트이벤트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이번 쇼트트랙 월드컵을 통해 한국이 최초로 개최하는 동계올림픽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강릉 아이스 아레나는 지난 2014년 6월 착공에 들어가 이번 월드컵 직전 개장했다. 실제로 본 아이스 아레나는 지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과 피겨를 개최했던 초호화판 빙상장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1만2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크기는 선수들도 "너무 웅장해서올림픽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할 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를 거의 메운 관중은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 선수들까지 함께 응원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번 대회에선 예선전만 열린 16일이 평일이었음에도 8484명이나 몰린 것을 비롯해 결승전이 벌어진 17일과 18일엔 각각 1만320명, 1만633명이 들어차는 등 거의 만원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이스 아레나에 와서 선수들의 힘찬 레이스와 쇼트트랙의 진수를 맛봤다. 선수들이 스타트라인에 설 때 고요했던 빙상장에는 총 소리와 함께 록 콘서트 못지않은 엄청난 열기가 흘렀다. 특히 후반 뒷심이 강한 한국 선수들이 추월해서 선두로 나설 때의 함성과 분위기는 어느 경기에서도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이 있었다.
▶경기 중인 선수들을 응원하는 관중들.
모든 쇼트트랙 선수들의 꿈은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아이스 아레나에서의 테스트이벤트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번 대회에선 쇼트트랙 최강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등 내로라하는 쇼트트랙 강국이 모두 참가해 빙상장의 분위기와 빙질을 익히고 실제 레이스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메달 구상을 시험했다. 레이스 자체도 흥미진진했다. 특히 한국은 결승 첫 경기였던 남녀 1500m에서 ‘에이스’ 이정수와 심석희가 나란히 금메달을 거머쥐어 ‘올림픽 금빛 환호’를 예약했다.
▶한국의 결승 첫 경기였던 여자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한 심석희 선수가 질주하고 있다.
폐막일인 18일에는 심석희와 함께 여자 대표팀 쌍두마차를 구축하고 있는 최민정이 올 시즌 첫 500m 우승을 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격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여자 3000m 계주에선 월드컵 4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평창올림픽 금메달 0순위임을 알렸다.
한국 선수 외에도 1000m 1~2차 레이스에서 모두 우승한 엘리스 크리스티(영국),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 우다징(중국), 남자 1000m 2차 레이스 우승자 백전노장 샤를 아믈랭(캐나다), 비록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으나 고국 링크를 모처럼 밟은 소치동계올림픽 3관왕 빅토르 안(러시아) 등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며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갔다. 카자흐스탄은 남자 500m에서 누르베르겐 주마가지예프가 조국에 쇼트트랙 월드컵 첫 금메달을 바치며 아이스 아레나를 ‘약속의 땅’으로 만들었다.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중요한 환경은 바로 빙질과 펜스다. 가속도를 붙여 달려나가는 활주가 많기 때문에 단단한 얼음을 갖추는 게 필수다. 이번 월드컵에선 쇼트트랙 적정 온도인 영하 7℃가 유지돼 대부분 선수들이 편안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 쇼트트랙은 경기 중 넘어지는 일이 다반사여서 안전장치인 펜스가 잘 구비돼야 한다. 트랙을 둘러싼 90cm 두께의 푹신푹신한 패널이 경기 중 충돌 불상사에도 선수들을 안전하게 지켜줬다.
IOC 위원들 강릉 아이스 아레나 시설과 운영 등 극찬
내년 2월 이상화·이승훈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열려
이번 대회를 찾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빙상계 인사들은 시설과 운영, 대회 수준 등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스 아레나를 방문했던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은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했다. 평창조직위원회는 이미 2018년 대회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며 "IOC로 돌아가면 누리집에 이번 대회를 보면서 받았던 깊은 인상을 올려놓겠다"고 했다.
쇼트트랙 월드컵 성공 개최로 불이 붙은 테스트이벤트는 이제 2017년 1~4월에 본격적으로 활활 타오른다. 극동컵 회장배 스키대회가 1월 16~17일 새해 첫 대회로 열리며, 2월엔 이상화와 이승훈, 김보름 등 스타 선수들이 출전하는 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이 새로 개장하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개최돼 스케이팅의 매력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2월16~19일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피겨 종목 테스트이벤트가 찾아온다. ISU 4대륙선수권이 바로 그 무대다. 이밖에도 컬링과 아이스하키, 스키점프 등을 비롯해 장애인동계올림픽 종목까지 총 22차례 테스트이벤트가 향후 4개월간 벌어져 대한민국을 동계 스포츠 열기에 빠뜨릴 예정이다.
글·김현기(스포츠서울 차장 )/ 사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2016.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