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빠진 대한민국, 2023 미술주간
9월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미술에 빠진다. 전국 최대 규모의 미술 축제 ‘2023 미술주간’이 열리는 9월 1일부터 11일까지 한국은 거대한 전시장이 된다. 이번 미술주간은 해외 미술시장 관계자 약 1만 명이 방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키아프 서울)’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기간과 맞닿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3 미술주간에는 2022년보다 많은 290곳의 국공립미술관, 사립미술관, 화랑 등이 참여해 2022년에 이어 ‘미술에 빠진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국 미술을 이끌어가는 차세대 작가들을 소개한다.
공항에서 시작되는 K-아트의 향연
먼저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문,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 들어서자마자 한국 신진작가는 물론 거장의 작품이 맞아준다. 7월부터 각 공항에서 미디어·디지털 아트 기획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9월에 열리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을 관람하기 위해 입국하는 해외 미술시장 관계자와 관람객이 출국장 및 탑승동 곳곳에서 자연스레 한국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 기간 한국 방문객들은 공항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K-아트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7월 20일부터 10월 22일까지 미디어·디지털 아트 기획전시 ‘인 싱크(In Sync)’가 진행 중이다. ‘관계의 조화, 연결, 이해’를 담은 이 전시에는 장지연, 조영각, oOps.50656 등 미디어 작가 11개 팀이 참여해 여객터미널 출국장과 탑승동의 대형스크린에서 작품을 상영한다. 김포국제공항에서는 아티스트 5명이 참여한 ‘자유롭게(Be Free)’ 전시가 진행 중이다. 국제선 출국장에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세계적 아티스트인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설치했다.
한국 미술의 미래를 만나다
이뿐 아니다. 미술주간에는 한국 미술의 현재와 미래가 궁금한 누구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백화점, 도서관, 학교, 공원, 고택, 관광지에서도 전시가 열린다.
실제로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처음 열린 2022년 한국을 방문한 해외 미술 관계자는 8000여 명에 달했다. 판매를 위해 참가한 갤러리 관계자뿐 아니라 연계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방문한 큐레이터나 미술 기관 관계자도 다수였다. 올해는 이들에게 한국 미술 현장을 소개하는 전시가 국내 미술관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먼저 서울 성동구 플랜트라스 성수플래그십에서 열리는 ‘다이얼로그, 마인드맵(DIALOGUE, Mind Map)’은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5년간 이어온 ‘예비 전속작가 지원제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정된 신진작가 13명의 전시다. 예비 전속작가 지원제도는 중소 화랑의 전속작가 발굴·육성을 지원해 미술시장에서 젊고 유망한 작가들이 화랑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전시를 이끄는 이대형 H존 대표는 “작가의 예술적 독창성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고려해 작품을 선정했다”며 “갤러리도 작가도 보지 않고 오직 작품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9명의 큐레이터와 연결돼 이들의 멘토링을 받으며 작업을 진행한다. 이 대표는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작가가 소개되는 ‘창문’이 한두 개밖에 없었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글로벌 큐레이터의 작가 명단에 한국 작가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은 작가 16명이 참가하는 단체전 ‘파노라마(PANORAMA)’를 8월 16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연다. 전시를 기획한 로렌시나 화란트 리 송은 관장은 “한국 작가들도 어디에서나 충분히 주목받을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홍승혜 작가부터 동양화 채색 기법을 활용하는 이진주 작가, 류성실 작가와 박그림 작가 등이 참여했다. 아트선재센터는 6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 ‘오프사이트’를 8월 18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시한다. 2022년 부산비엔날레와 리움미술관 그룹전 ‘구름산책자’에 참가했던 현남 작가, 얇은 실로 그림을 그리듯 설치미술을 만드는 오종 작가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뮤지엄헤드는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이야기한다. ‘더비 매치: 감시자와 스파이’라는 전시로 젊은 작가 25명의 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9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자하미술관에서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지구를 어떻게 바꿨는지, 이른바 인류세 시대를 조망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제시하는 ‘하이브리드-그라운드’에는 7개 팀의 작가가 참여했고 8월 20일부터 10월 22일까지 볼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하는 축제
미술주간은 예술인만의 축제는 아니다. 미술관들은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을 수 있도록 야간 운영시간을 늘렸다. 미술주간이 열리는 동안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입장료가 무료다. 리움미술관, 영은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은 입장료를 50% 할인해준다. 또 관람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 네트워킹 파티 등 부대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전문 도슨트(해설사)와 함께하는 미술여행인 지역 미술관 및 화랑 여행도 7개 권역, 22개 코스로 늘어나 80회 이상 운영한다. 미술여행은 도슨트와 함께 지역의 미술관·화랑을 둘러보고 전시기획 의도, 작가의 삶, 작품 제작과정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역대 미술주간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일부 미술관은 소정의 입장료가 있다.
여기에 신진작가의 작품을 실제 구입할 수 있는 작가 미술장터도 열린다. 300만 원 이하 미술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장터는 서울, 전북 완주, 제주 등 전국 5곳으로 ▲고택 아트 페스타(완주 소양고택) ▲무릉무릉 예술 오일장(제주국제예술센터) ▲칼스(CALS): 예술취향검사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프롬프트세트: 테이블 서비스(서울 Y173) ▲2023 마켓 에이피(서울 하나은행 하트원) 등이다.
찾아가는 미술주간
이번 미술주간은 아이들과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시 연계 체험 워크숍이 전국 5개 권역에서 11개 프로그램, 총 79회 열린다. 경기 안양시 (구)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장애인식개선 융·복합 교육 프로그램인 ‘나는 아직 여기에 있어’가, 남해에서는 문화소외지역 방문 워크숍 ‘키네틱 아트 기법을 활용한 아트클래스’가 진행된다.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창작한 그림과 직접 그린 그림을 비교하는 ‘우리사이 예술사이: 미술과 인공지능’ 등 미술·과학 융합프로그램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환기미술관과 안양문화예술재단, 경남도립미술관과 전남도립미술관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환기미술관에서는 김환기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김환기, 점점화(點點畵) 1970-74’ 전시를 연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 여부와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남녀노소 누구나 미술에 빠질 수 있는 미술축제 ‘2023 미술주간’은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유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