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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다. 봄 날씨의 변덕스러움이 잦아들던 4월 17일, 차로 서울을 출발해 동순천IC를 벗어나 순천만 방향의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찾아가는 길은 온통 꽃길이었다. 정원박람회라니 당연하지 싶으면서도 반갑다. 뒤끝 길던 지난겨울 추위가 지겨운 탓일 게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순천시 풍덕동·오천동 일원, 순천만에 이르는 111만2,000평방미터의 면적 위에 마련돼있다. 축구장 100개 크기다. 정원박람회장에 조성된 정원은 모두 83개. 전 세계 23개 나라가 참여했다.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세 계절에 걸쳐 문을 연다.
그 크기를 머릿속으로 가늠하며 박람회장에 다가가자 정원박람회장의 동쪽 문 ‘지구동문’이 보인다. 지구동문 앞에 있는 화초로 꾸민 ‘거대 모래시계’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박람회장 안팎에서는 거대 달팽이·게·조개·문어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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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박람회장을 동서로 나누고 있는 동천(東川)을 건너니 순천만국제습지센터가 보이고, ‘빛의 서문’이 나온다. 지구동문과 마찬가지로 유·무인 매표소와 각종 안내판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 관광 안내소에는 개장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남 무안군에서 온 일행이 노인 대학생 100여 명의 단체관람사전답사 차 이곳을 찾았다. 서문 관광안내소의 문화관광해설가 박상인(53·순천시 연양동)씨는 “정원박람회의 특성상 박람회장 내에서는 정해진 식당이 아니면 도시락을 먹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1회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준비해온 도시락은 쉼터에서 드실 수 있다”고 안내를 해주었다.
정원박람회장에는 동문·서문 양쪽 주차장에 8,600여 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600여 석의 쉼터가 마련돼 있다.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특히 주말에는 붐빌 것으로 예상하고 기차와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순천역에서 박람회장 사이를 순환하는 5대의 버스를 운영 중이다. 번호는 200번, 오전 6시 30분부터 저녁 10시 10분까지 운행한다. 1회 순환에 20분 정도 소요되니 주말에는 굳이 승용차로 박람회장을 찾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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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컨테이너 미술관 안엔 알록달록 어린이들 꿈 가득
‘빛의 서문’을 들어서는 길은 독특한 지면의 굴곡과 양옆에 늘어선 돌벽이 지나는 사람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유인하는 듯하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앞쪽에는 유유자적한 풍경의 순천만 WWT(Wildfowl and Wetland Trust)습지가 펼쳐진다. 잔잔한 호수, 야생 조류들이 햇볕 아래 졸고 있는 풍경에 잊고 있던 여유로움이 솟아난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와 습지 남쪽으로 배치된 수목원은 동천 건너편 주 박람회장과 비교할 때 담백한 분위기다. 이곳에는 남쪽으로 약 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순천만으로 운행하는 소형경전철(PRT) 센터가 위치해 있다. 현재 PRT 대신(8월경 배치 예정) 순환버스가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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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박람회 기간 중 동서 행사장을 연결하는 것은 길이 175미터의 꿈의 다리다. 폐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다리 미술관’으로 내부에는 어린이 그림이 전시돼 있다. 알록달록 글씨가 그려진 꿈의 다리를 보니 다리 위로 남쪽을 향해 앉은 흰색 소년의 상(像)이 보인다.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동쪽의 주 박람회장은 한국을 제외한 세계 10개국의 세계 정원, 61개 참여 정원 등이 화려하게 조성돼 있다. 특히 유명 정원디자이너 찰스 젱스가 순천의 지형을 형상화한 순천호수정원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세계 정원에서는 잠시 여행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빌라 분위기의 이탈리아 정원, 절도가 느껴지는 독일 정원, 거대한 풍차의 네덜란드 정원에서 유럽을 찍고, 사원 정원에서 잠시 동남아를 맛본 뒤 안데스아마존 정원에서는 중남미까지 섭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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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원 재활용하고 습지센터엔 지열·태양광 활용
폐컨테이너로 만든 꿈의 다리에서 보듯 정원박람회는 자연 자원을 재활용한 ‘친환경 박람회’이기도 하다.
정원박람회장 주변 가림막과 박람회장 내 차양막은 갈대를 엮어 만들었다. 바위 정원은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나온 바위들로 조성했다. 간벌(솎아베기) 나무들도 박람회장에 옮겨와 산책로와 정원에 심었다. 정원박람회장의 자연 영양제 퇴비는 친환경 방법으로 만들었다. 나무 주변에는 땅속에 박는 ‘말뚝형 지주목’을 고안해 활용했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 가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는 모두 지열과 태양광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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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놀이터’란 주제로 문화예술 공연도 풍성하게 펼쳐진다.
정원박람회 기간 중 박람회장과 순천시내 일원, 낙안읍성에서 하루 평균 55회, 총1만166회의 문화예술 공연, 체험, 전시 행사가 열린다. 특히 정원박람회장의 동천갯벌공연장에서는 주말마다 자연친화 뮤지컬 ‘천년의 정원’이 공연된다.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문운기 홍보부장은 “국내 관람객 400만 명, 외국인 관광객 12만 명 유치를 위한 교통과 숙박 대책도 체계적으로 세웠다”며 성공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입장권 예매 할인 마지막 날인 4월 12일까지 예매된 입장권은 103만여 장으로 목표치인 80만 장을 넘어섰다.
정원박람회장 인근에는 또 다른 볼거리들이 적지 않다. 순천만을 포함해 낙안읍성, 선암사, 송광사, 드라마촬영장, 야생차체험관, 고인돌공원, 순천왜성, 주암호·상사호, 와온·화포해변의 ‘순천 10경(景)’이 대표적이다.
여수시는 4월 20일 정원박람회 개장에 맞춰 오동도 앞에서 정원박람회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문의 : 여수시 관광과 061-690-2727).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에 맞춰 빅오(Big-O)·스카이타워·디지털갤러리·아쿠아리움 등을 다시 연다고 밝혔다. 넉넉한 인심, 걸게 차려 내오는 남도 밥상은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순천만에서 나오는 짱뚱어탕은 순천 명물이다.
정원박람회장을 나와 인근 식당을 찾으니 공기밥, 짱뚱어탕에 곁들인 반찬이 후식인 떡까지 포함해 11가지다. 배추겉절이·배추김치·백김치·묵은지를 포함해 곰삭은 젓갈양념장을 곁들인 배추 속잎 등 정겨운 반찬이 가득하고, 튀긴 게를 물엿과 함께 조린 게조림은 달달하면서 고소하다. 말린 장어 간장무침·꼬막무침·취나물무침까지, 어느 것에 젓가락이 가야 할지 모를 정도다.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4월 19일 개막식과 전야제, 4월 20일 개장식을 갖고 6개월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4월에 시작된 순천의 핑크빛 벚꽃 엔딩, 10월의 화려한 낙엽 엔딩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박람회 조직위원회 이사장 조충훈 순천시장
“아름다운 순천의 새로운 100년 미래가 열립니다”
“이번 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순천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700년 역사를 가진 순천은 지금껏 한반도 최남단 중소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원박람회가 순천의 새로운 100년 미래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희망했다.
정원박람회의 공식 엠블럼 ECOGEO의 의미는 “생태계를 뜻하는 ‘에코시스템(Ecosystem)’과 지구를 뜻하는 ‘지오(Geo)’가 결합되어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박람회, 미래를 생각하는 박람회’를 의미합니다.”
왜 정원박람회인가요
“콘크리트 도시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아토피가 급증하고 원인 모를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원은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는 휴식과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자연과 생태, 그리고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세계 최초의 특별한 정원박람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정원박람회로 활성화가 기대되는 분야는
“정원박람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목이 울창해지고 가치가 상승하는 미래형 박람회입니다. 이번 정원박람회 개최로 1조3,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6,700억원의 부가가치 효과를 내고 1만1,0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허브가 될 것입니다. 조경·화훼·뷰티산업 등 신성장동력이 정원박람회로부터 시작될 것이며, 힐링 연관 산업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성공적인 정원박람회 개최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오셨는지요
“28만 순천시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저와 순천시 공무원들이 태풍 볼라벤과 같은 자연재해를 이겨내며 정원박람회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수목을 기증하는 헌수운동에 참여하고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기부금을 내주셨으며, 잡풀 매는 봉사활동에까지 아낌없이 나서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차량 2부제 등 정원박람회 운영에 있어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원박람회 초대 말씀을 하신다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단순히 몇 개월간 국제행사 하나 치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순천만과 박람회장, 그리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을 따라 생태 숲을 만들고, 거기에 문화를 덧붙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도시가 새롭게 탄생할 것입니다. 정원박람회를 여행 계획 1순위로 정하시고, 꼭 오셔서 생태와 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좋은 추억을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