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2021년 조성된 텃밭 현장
농촌진흥청 친환경 텃밭 재배 모형 5종 추천
봄이 왔다. 도시 근교의 농장 텃밭들도 점차 분주해지는 때다. 2022년에는 우리 텃밭을 어떻게 좀 더 다르게 가꿔볼까? 새로운 도전도 좋다. 농촌진흥청이 도시 농부를 위해 새롭게 구성한 친환경 텃밭 재배 모형 5종을 추천했다.
이 텃밭 모형 5종은 맛, 숨, 멋, 빛, 꿈 등 5가지 주제에 어울리는 채소, 허브, 화훼, 과수를 적절하게 배치해 심을 수 있도록 한 예시 텃밭이다. 홍인경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전문연구원(도시농업과)은 “텃밭 이름은 각각의 텃밭이 주는 효과와 색의 이미지를 순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라며 “예컨대 채소와 허브 식물을 배치한 텃밭은 ‘숨’으로 해충방제에 효과가 있어 숨 쉬는 이미지가 얼른 떠오르는 텃밭”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2021년에 소개한 ‘동반식물’ 모형을 텃밭 현장에 조성·관찰해 실증적으로 개선하고 작물을 재배 목적에 따라 세분화해 배치했다. 동반식물이란 함께 심으면 양쪽 모두 또는 한쪽에 좋은 영향을 주는 식물이다.
▶2021년 원예특작과학원에 조성된 ‘멋 텃밭’ 모습│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동반식물’ 모형 재배 목적 따라 텃밭에 세분화
예시된 텃밭은 가로 1.5m에 세로 3m 또는 4.5m 크기로 돼 있다. ‘맛 텃밭’은 다양한 작물을 맛볼 수 있도록 고추·참외·당근·시금치·파·셀러리 등 총 16종의 채소로 구성했다. ‘숨 텃밭’은 허브 식물과 채소를 배치해 허브 향을 통해 채소의 병해충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꾸민 텃밭이다. 가지·고추 등 채소 6종, 오레가노·바질 등 허브 6종으로 구성했다.
‘멋 텃밭’은 경관적 아름다움을 고려해 만들었다. 갓·도라지 등 채소 8종, 세이지·레몬밤 등 허브 4종, 오미자·블루베리 등 과수 4종, 마리골드·백일홍 등 화훼 2종으로 구성했다.
‘빛 텃밭’과 ‘꿈 텃밭’은 색 중심의 기능성 텃밭이다. 빛 텃밭은 노랑·빨강 계열 카로티노이드(노화 지연, 항암 효과) 성분을 함유한 채소 6종, 허브 3종, 화훼 4종으로 만들었다. 꿈 텃밭에는 자주·보라 계열 플라보노이드(면역력 강화로 몸의 방어 역할) 성분을 함유한 채소 6종, 허브 4종, 화훼 3종을 배치했다.
좀 더 상세하게 동반식물을 활용한 5가지 텃밭 유형의 구성 작물을 보면 맛 텃밭은 채소 16종(가지, 고추, 토마토, 파, 생강, 참외, 파슬리, 시금치, 완두콩, 양배추, 무, 양파, 마늘, 당근, 옥수수, 딸기)으로 꾸며진다. 단 양파·마늘은 월동작물이라서 봄 식재에는 콜리플라워나 감자로 대체할 수 있다.
숨 텃밭은 채소 6종(가지, 고추, 토마토, 파슬리, 케일, 무)과 허브 6종(오레가노, 바질, 민트, 차이브, 로즈메리, 라벤더)이다. 멋 텃밭은 채소 8종(갓(겨자), 도라지, 양배추, 당근, 비트, 브로콜리, 상추, 참외)과 허브 4종(세이지, 레몬밤, 민트, 캐모마일), 화훼 2종(마리골드, 백일홍) 그리고 과수 4종(오미자, 석류, 포도, 블루베리)으로 구성된다.
빛 텃밭은 채소 6종(방울토마토, 시금치, 파프리카, 고추, 잎들깨, 파슬리)과 허브 3종(바질, 로즈메리, 오레가노), 화훼 4종(한련화, 마리골드, 제라늄, 페튜니아)이다. 꿈 텃밭은 채소 6종(가지, 브로콜리, 케일, 콜리플라워, 양배추, 셀러리)과 허브 4종(바질, 민트, 캐모마일, 라벤더) 그리고 화훼 3종(마리골드, 한련화, 팬지)을 함께 심는다.
병해충방제와 생육에서 눈에 띄는 변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진이 이 텃밭 모형을 적용해 실증 관찰해보니 일부 작물은 병해충방제와 생육에서 눈에 띄는 좋은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십자화과 작물(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무, 케일)은 개별로 심었을 때보다 궁합이 좋은 식물과 동반 재배했을 때 병해충 피해가 적었다. 허브와 함께 심었을 때는 병해충 피해가 최대 45.9%, 화훼와 심었을 때는 최대 42.8%, 채소류와 심었을 때는 최대 52.3% 줄었다.
식재 조합별로 전체적으로 보면 십자화과 작물은 개별 재배했을 때 해충 피해 정도가 3.3~4.5까지였으나 동반 재배했더니 2.0~3.5 정도로 줄었다. 여기서 척도는 1(해충 피해가 거의 없음)∼5(매우 심함)다. 방울토마토는 생육 결과 단독으로 심었을 때보다 궁합이 좋은 마리골드와 함께 재배했을 때 수확량이 17% 늘고 총 열매 무게도 23.9% 증가했다.
봄에서 여름 사이 단식 재배와 동반 재배 식물별로 해충 피해를 보면 배추·양배추·무·케일·브로콜리를 각각 단식 재배했을 때는 작물마다 해충이 온통 갉아 먹은 상태였지만 이 십자화과 작물에 타임·개박하·로즈메리·캐모마일·한련화를 각각 동반 재배했더니 작물마다 해충 피해가 훨씬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생태 텃밭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2021년에 총 7가지 모델(식물 분류 텃밭 5가지, 건강 기능 텃밭 2가지)을 제안하고 현장에 실험 조성해 생육 및 병해충 상태 변화를 조사·관찰했다.
홍인경 연구원은 “200여 명의 초록정원사와 도시농업관리사에게 이 텃밭을 보여주고 선호도를 조사했다”며 “그 조사 결과와 현장에서 나타난 실증 효과를 고려해 최종 5가지 텃밭 모형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텃밭 모형별로 식재 위치·거리 등 제시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생육과 병충해 감소에 더욱 효과적인 작물별 식재 위치와 띄워 심는 간격을 최적으로 조정해 이번 모형을 제시한 것이다. 작물의 식재거리는 대체로 20~30cm가량으로 제시돼 있는데 브로콜리·케일 등은 자라면서 서로 부딪쳐 병해충이 증가할 수 있는 터라 40~50cm로 좀 더 띄어 심는 게 좋다.
2022년에는 4월 말경 특작과학원 본원(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5가지 텃밭 모형을 현장 조성하고 전주종합경기장 내 유휴지(5월 7일), 전남 나주시(4월 27일)에는 색 중심의 건강 기능성 텃밭 모델인 빛 텃밭과 꿈 텃밭을 우선 조성할 예정이다. 전주종합경기장 텃밭은 전북도교육청과 협력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한 가족 생태체험 활동 프로그램으로 운용한다.
이 텃밭 모형 5종은 농업과학도서관 누리집(lib.rda.go.kr)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함께하면 좋아요~환경보존 솔루션) 친환경 동반식물>(178쪽)을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 텃밭 모형별로 구성 작물과 작물별 심는 위치, 식재거리 등이 세세하게 실려 있다.
지난해 이 동반식물 활용 텃밭 모형을 조성·운영한 김이민 나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방문객이 센터에 올 때마다 관심을 보였던 텃밭이라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관리·운영할 계획”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