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이래AMS 미래형 일자리 노사정상생협약 및 금융계약 체결식│ 대구시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모두 협력해야 합니다. 자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2018년 11월 22일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 및 1차 본 위원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타협을 주문했다.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성장 활력을 되찾기 위해 경영계와 노동계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노사가 상생에 이르게 된 사례는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경영난과 해고 위기를 극복하고 노사가 원·하청 동일노동, 동일임금 합의에 이른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체 ‘이래AMS’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사회적 대화를 도출할지 해법을 알려준다.
6월 26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이래AMS 미래형 일자리 노사정 상생협약 및 금융계약 체결식에서 노사, 지방자치단체는 서로의 역할을 격려했다.
“노사가 해결을 못 할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먼저 찾아뵀던 게 지금 옆자리에 계시는 권영진 대구시장님이었습니다.”(장세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이래오토모티브 지회장)
“협력업체 포함 4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위기 상황에서 노사와 대구시가 절박한 마음으로 정부와 금융권을 설득했습니다.”(권영진 대구시장)
“원·하청 노동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고 하는 대의, 그 대의가 대구로 확산되고 더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문성현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노사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청년고용과 원·하청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노사가 먼저 상생에 합의하고 지자체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 이래AMS 사례의 특징이다. 금융기관도 2200억 원대 규모의 대출을 지원해 설비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래AMS와 협력업체의 경영 상황이 본궤도에 오르면 2025년까지 새 일자리 1200개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까지 일자리 1200개 창출 기대
1000억 원 이상의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래AMS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출을 받지 못했다. 2018년 11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크라이슬러와 폭스바겐 등으로부터 1조 4000억 원 상당의 수주를 받았지만 신규 설비투자 비용을 대출받지 못하면 수주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사측이 설비투자금 마련을 위해 분리매각을 추진하자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해고 등을 우려해 노조가 반발했다. 노사 양측은 자신들의 주장만 관철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상생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노사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 전 상생에 합의했다. 이래AMS 노사는 2018년 12월 10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 자리한 본사 회의실에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사측은 자금난에 처한 회사의 분리매각 추진을 중단하고, 노조 측은 내년까지 상여금·복리후생 수급을 유보한다.’
자금난에 처하면서 수년간 이어졌던 노사 갈등이 비로소 해결되는 자리였다. 이래AMS 김용중 회장, 김인보 사장 등 사측과 장세은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이래오토모티브 지회장 등 노조 측이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자리했다. 회의실 벽면엔 ‘이래AMS 재도약을 위한 비전 선포식’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날 노사 공동 선언문이 발표됐다. “노사는 회사의 생존·발전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경쟁력 향상과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에 공동 노력한다.” “노사는 2018~2019년 정기 상여금 300% 지급 유보, 복리후생 유보, 연월차 사용 촉진 등을 통해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매진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설비투자가 물거품 위기에 놓였던 이래AMS 작업장은 현재 활발하게 가동 중이다. 신규 설비투자에 앞서 생산 라인 정비에 들어간 것이다. 제때 설비투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경영난과 고용 위기에 직면한 기업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전유찬 상무는 2018년 대출이 막혀 있던 상황에서 이래AMS를 정상화하기 위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금융권은 2018년 자동차산업이 다 안 좋아서 산업 전체의 리스크(위험성)가 크다고 봤습니다. 대출이 안 되자 회사로서는 수주한 것을 납품해야 하니까 일부 사업부를 분할매각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노조에서는 반대했지요. 접점을 찾지 못하다가 ‘우리가 백방으로 어떤 노력을 해보자. 같이 상생을 해보자’고 해서 손을 잡았고 우선 대구시청에 찾아갔어요. 가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지원을 요청한 거죠. 나중에는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까지 연결이 됐습니다. 저희가 2018년 12월 1차 상생 협약을 하니까 금융권에서도 기존 자동차 부품업체와 우리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게 됐습니다. 수주를 많이 했는데 투자자금이 없다는 상황을 인식한 거죠. 산업통상자원부나 경사노위에서도 저희를 적극 도왔습니다.”
지자체도 두 팔을 걷어붙였다. 대구시는 이래AMS 상황이 노사상생 일자리 사업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지역 일자리를 지키는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래AMS의 수주 실적과 노사 합의 등을 언급하면서 산업은행에 금융 지원을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회·청와대에 호소
이래 사태가 급진전되는 계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3월 대구 방문이었다. 대통령의 방문 하루 전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구 지역 경제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경사노위의 숨은 역할도 있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수차례 대구를 방문해 이래AMS의 상생을 유도했다. 문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이래AMS의 상황을 알렸다. 문 위원장은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래AMS 상황을 보고드렸더니 대통령께서 ‘이 사례는 (다른 기업과) 다르게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문 위원장은 굳게 닫혀 있던 금융권에도 문을 두드렸다.
“금융권에서 ‘현재 조건으로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고 하더라. 최정국 금융위원장한테 전화해서 ‘이런 회사는 살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문제를 풀려고 했다. 최 위원장도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산업은행도 단순히 금융 논리가 아닌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살려야 한다고 판단해 이래AMS를 지원하게 됐다.”(문 위원장)
기업, 지자체, 정부의 노력에 금융권도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은 4월 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이래AMS 자금 지원의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Kick-Off) 미팅’을 했다. 이 자리에 경사노위와 대구시, 대구은행, 이래AMS 관계자를 비롯해 신용평가사, 감정평가법인 측이 참석했다. 산업은행은 4월 한 달간 기업 실사를 거친 뒤 5월 초 금융지원단을 구성키로 결정했다. 이미 부채가 많아 담보 여력이 없던 이래AMS가 대출을 받게 된 것이다.
이래AMS는 대환을 통해 기존 담보대출을 청산한 뒤 이래AMS, 모회사인 이래CS의 부동산 자산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노사 상생 협약의 결실이었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 대구은행 등이 이래AMS에 220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본사와 270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만 3000여 명이 해고 위기에서 구조되는 순간이었다.
문 위원장은 특히 이래AMS 노사가 원·하청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합의한 점을 강조했다.
“이래AMS 사례는 정말 중요해요. 어떻게 보면 ‘광주형 일자리’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에 합의한 것이거든요. 지금 원청, 하청 간에 임금 격차가 100대 50인데 어떻게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합의 선언이 가능하겠습니까? 광주형 일자리는 없는 일자리를 만든 것인 데 반해 대구형 일자리는 있는 일자리를 지킬 뿐 아니라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합의했습니다. 앞으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노사 간에 합의해야 해요. 사회적 합의라는 의미가 크죠. 앞으로 이래AMS와 같은 사례를 확산시킬 것입니다.”
박유리 기자
▶2018년 11월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 및 1차 본 위원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사회적 대타협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
상생형 지역 일자리 성과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대구의 이래AMS 사례뿐만 아니라 광주형, 구미형, 밀양형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1월 31일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 추진에 전격 합의해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1, 2대 주주로 참여한 합작법인은 2021년 하반기 차량 양산을 목표로 상생형 일자리 모델의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7000억 원 규모의 투자로 약 1만 1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밀양형 일자리의 경우 조성 과정에서 3500억 원 규모이 투자와 지역주민 500명의 신규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은 통상적인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 경제 주체 간 상생 협약을 체결해 적정 근로 조건, 노사관계 안정, 생산성 향상, 원·하청 개선, 인프라·복지 협력,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을 도모하는 유형이다. 어려운 고용 상황을 타개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경제 주체 간 양보와 타협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지역 단위에서의 상생은 국가 단위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게 하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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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