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김모(67) 할머니는 수십 년간 이어진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황혼이혼을 했다. 이후 아들 집에서 생활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자식들에게 폐만 끼치는 것 같아 마음이 늘 무거웠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느껴지는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이 40만 원가량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그는 그 돈으로 못다 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김 할머니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젊은 시절 꿈이던 의상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김 할머니는 기초연금을 "학교 등록금과 교재비가 돼주는 소중한 장학금"이라며 "덕분에 늦은 나이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정모(48) 씨는 2013년 아버지에게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면서 근심이 깊어졌다. 아버지는 발병 이후 급격히 무기력해지고 매사에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우울 증세까지 보였다.
아버지의 병세가 심해지면서 간호할 가족이 필요했지만 가족들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가사도우미를 고용했지만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아버지와 문제가 잦아져 가사도우미도 오래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뒀다.
그러던 중 2014년 아버지가 치매특별등급을 받으면서 이듬해 1월부터 요양원 주야간 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전문성을 지닌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으며 아버지는 사교적인 성격을 되찾기 시작했고 생활에도 활력이 생겼다. 정 씨는 "치매라는 병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치매 환자 가족들의 숨통을 틔어준 장기요양 서비스가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2014년 7월부터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노후 소득 보장이 크게 개선됐다. 기초연금은 노후에 정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하여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70% 정도가 그 대상이다.
물가 상승 반영해 기초연금 월 20만4010원 지급
수급 희망자 이력관리제로 수급 대상자 면밀 검토
지난해 12월 기준 총 448만 명의 어르신에게 매월 안정적으로 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또한 기초연금 지급액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하고 5년마다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급여액이 0.7% 인상돼 약 1410원이 늘어난 월 20만4010원을 받게 된다. 이는 전년도 전국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반영한 수치로 2014년 제정된 기초연금법에 근거했다.
특히 기초연금 도입 시 기준 연금액을 종전 기초노령연금 기준액인 9만9100원보다 두 배가량 많은 20만 원으로 정해 노인 가구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 분배 불균형 문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개선된 기초연금제도는 수급자에게도 큰 만족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국민연금연구원이 실시한 기초연금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초연금이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92.5%, "잘 도입했다"는 응답이 91.9%로 나타나 기초연금 수급자 대부분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수령에 따라 달라진 생활의 변화로는 "병원 가는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항목이 3.7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게 됐다"(3.4점),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당당해졌다"(3.0점) 순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통해 사회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생활에도 어느 정도 여유를 확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의 가장 큰 성과는 도입 그 자체"라며 "지난해 기초연금을 도입해 기존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을 2028년까지 두 배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14년 정도 앞당긴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또 기초연금 수급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기초연금이 필요한 어르신이 빠짐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기존 지자체가 해오던 만 65세를 앞둔 어르신에 대한 기초연금 신청 안내를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중앙에서 일괄 실시한다. 매년 각 지자체와 106개 국민연금공단 지사가 협업해 거주 불명 등록 어르신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
한편 수급 희망자 이력관리제를 도입해 매년 선정 기준액 조정 등 제도 변동 사항이 발생한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가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 대해 기초연금 수급 가능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수급 가능 대상으로 예측될 때에는 수급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안내할 계획이다.
![기초연금도입및장기요양 기초연금도입및장기요양](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editor/2016.03/04/20160304154408392_YBKPD7J3.png)
장기요양 5등급 신설
치매 노인 1만9472명 요양 서비스 제공
어르신들에게 은퇴 후에도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사업 유형을 다양화해 참여 대상자를 전 노인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그 결과 2012년 22만 개였던 노인 일자리는 2015년 37만 개로 큰 폭으로 늘었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틀니와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2014년 만 75세 이상에서 올 7월부터 만 65세 이상으로 대폭 확대된다. 또 보건소에서만 무료로 시행되던 독감 예방접종을 2015년부터는 가까운 병·의원에서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경증 치매 어르신 중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2014년 7월부터 장기요양보험에 치매특별등급인 장기요양 5등급을 신설해 2015년 12월 기준 1만9472명에게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치매 노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치매 대응형 노인장기요양기관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 치매 대응형 노인장기요양기관인 주야간 보호시설은 치매 노인의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가능하고 가정 이외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정서적 교감이 이뤄진다. 덕분에 가족들의 부양 부담을 완화해 치매 노인 가정에 적합한 인프라로 인정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노인을 위한 주야간 보호시설을 확충해 지역사회 안에서 치매 노인의 돌봄을 강화함으로써 치매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가족의 요양 부담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글 · 박샛별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