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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 전국의 유명 먹을거리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덕분에 많은 곳을 다니기도 하지만 나 혼자 이곳저곳을 다니는 시간들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보고 느끼는 그 순간만큼은 명예도 부귀도 필요치 않다. 어찌 보면 내가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을 다녀왔다. 이곳은 그야말로 자연의 생태가 그대로 담겨 있는 장소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우포늪의 경치는 장관이었다. 국내 최대의 자연늪인 이곳은 자그마치 면적이 127만 8,285평방미터에 달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드넓은 늪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봄이 가고 여름을 맞고 있는 수많은 물풀이 수줍게 고개를 들며 내미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방은 고요했다. 우포늪은 과거 ‘소벌’이라 불렸다고 한다. 멀리 우항산의 모습이 마치 소의 목처럼 생겨서 소가 목을 내밀고 우포늪의 물을 마시는 듯한 모양새에서다. 우포늪은 창녕 열왕산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다 낙동강과 합류하는 토평천 유역에 1억4천만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졌다. 우포늪 습지는 소벌(우포)을 비롯해 나무벌(목포)·모래벌(사지포)·쪽지벌 등 4개의 대형 늪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 그중 가시연꽃이 눈에 들어왔다. 물속에 왕버들 수림이 푸르고 개구리밥으로 덮인 늪 위로 가시연꽃잎이 발그레한 얼굴을 내밀며 꽃창포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다. 가시연꽃은 우포늪의 대표적인 수상식물이다. 가시연꽃의 외부는 보라색이지만 안은 흰색으로 여인의 고운 자태처럼 아름답다. 꽃에 빨려들어간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멸종 위기에 처한 가시연꽃은 초여름에서 가을까지 이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습지에서도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다는 것에 삶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평상시 수심 1~2미터의 얕은 습지대인 우포늪에는 160여 종의 조류와 28종의 어류를 포함해 1천여 종의 생물도 살고 있다.
자신과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의 치유 공간’
우포늪은 국내 최대 규모로 천연의 자연경관을 간직하고 있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생태계 보전지역 중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1998년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 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이곳은 조용히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장소다. 주변 자연과 식물을 보다 보면 마음의 치유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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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을 걷다 보면 오토바이를 타는 환경지킴이 주영학(64) 씨도 만날 수 있다. 앞쪽에는 ‘낚시 금지’라는 큼직한 글씨가 붙어있고 뒤쪽에는 붉은 짐통과 한 자루의 삽, 낡은 밀짚모자와 헬멧을 꽁꽁 동여매 놓은 오토바이가 인상적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날마다 이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우포늪 구석구석을 누비며 쓰레기를 치우고 다닌다. 양수장에서 일했던 아버지 덕에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뛰어놀며 자랐다는 그는 우포늪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환경지킴이 역할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게 우포늪의 8대 비경을 들을 수 있었다. 해질 무렵 기러기의 비상, 고니의 사랑,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장대 나룻배, 가시연꽃과 왕수림, 그리고 새벽 물안개와 일출이 그것이다. 그가 최고로 치는 것은 새벽의 우포늪이다. 실제로 그랬다. 고요히 바라보고 있으면 잡념도 번뇌도 모두 사라지고 마음이 깨끗해졌다. 새벽의 우포늪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광경이었다. 남쪽이지만 덥지도 않고 침묵 속에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였다.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땅도 물도 아닌 늪. 국내 온갖 풀, 나무, 곤충, 물고기, 새들과 자연의 신비로움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곳,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글·최불암(탤런트) / 사진·한국관광공사 201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