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프닝 신. ‘Circle of Life’가 울려 퍼지면 관객들을 아프리카 대초 원 속으로 옮겨놓는다.
“나~즈콤냐~ 바박이 츠바바~.” 너무나 익숙한 그 노래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울려 퍼지자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프리카 대초원 사바나의 아침 해가 떠오른 것이다. 주술사 라피키가 부르는 ‘Circle of Life’에 맞춰 객석까지도 정글인 것처럼 동물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객석 통로를 통해 사슴, 코뿔소, 거대한 코끼리 등이 무대 위에 펼쳐진 프라이드 록(Pride Rock)으로 모여든다. 무대는 어느새 사바나의 동물 친구들로 가득 찬다. 모든 동물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개를 숙이며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한다. 뜨거운 정글의 모습과 작품을 관통하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표곡 ‘Circle of Life’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원작인 디즈니 애 니메이션 <라이온 킹> 도입부. 메인 테마곡 ‘Circle of Life’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지구촌 9500만 명이 열광
전 세계에서 9500만 명이 본 흥행 1위 뮤지컬 <라이온 킹>이 서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뮤지컬은 ‘공연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토니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주년을 기념해 인터내셔널 투어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1994)을 원작으로 한다. 삼촌 스카의 계략으로 아버지 무파사를 잃게 된 사자 심바가 결국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왕이 되는 이야기다. 권선징악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동화적 구조지만 그 과정에서 전하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메시지와 순수한 표현력이 세대를 불문하고 관객들을 포용한다. 원작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트렌드를 잘 읽는 디즈니다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 심바 는 아프리카의 흙색에 기초한 노랑과 빨강으로 용기와 강인함을 표현한다. 심바와 짝을 이루는 날라는 화려한 장신구와 구애의 춤으로 유명한 워다 베족의 메이크업을 활용한다.
뮤지컬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동물들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수백 개의 퍼핏(puppet, 동물을 표현한 가면이나 인형)과 마스크는 배우들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배우와 동물 캐릭터를 혼연일체시킨다. 가면을 쓰고, 배우의 하체가 동물의 뒷다리가 된다거나 머리 부분을 실로 연결해 함께 움직이는 식이다. 사람의 모습을 가리려 애쓰기보다는 동물의 움직임을 섬세한 몸놀림으로 표현해낸다. 배우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동물 가면과 분장,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배우들의 탄력적인 움직임은 <라이온 킹>에 아프리카의 생동감을 더한다.
▶뮤지 컬에서는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 가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다.│Photo by Joan Marcus cDisney
인도네시아 그림자극에서 본떠
여기엔 뮤지컬 연출자 줄리 테이머의 특기가 발휘되었다. 무대 공연과 마임, 분장 등에 관심이 많았던 테이머는 5년 남짓 인도네시아에 머물면서 그림자 인형극 ‘와양 쿨릿’에 매료되었다.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와양 쿨릿은 인형을 조종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그림자극이다. 줄리 테이머는 인도네시아에서 와양 쿨릿, 와양 토펭(가면), 와양 고렉(나무) 등을 공부했고, 이를 토대로 뮤지컬 <라이온 킹>의 가면과 캐릭터를 형상화했다.
▶세렝게티의 왕인 무파사. 동물들을 더욱 세밀하고 능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마스크와 퍼핏을 적극 활용했다.│Photo by Deen van Meer cDisney
노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을 20년간 이끌어온 원천이다. ‘Circle of Life’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등의 원작 OST가 애니메이션 세대의 추억을 불러오는가 하면, 아프리카 언어로 구성된 넘버들도 새로 추가돼 신기함을 더한다. 특히 라피키와 날라가 함께 부르는 ‘섀도랜드(Shadowland)’는 아프리카어로 이루어진 넘버로, 한국어 자막이 없지만 이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공연장 갈 때 지갑을 두둑이 채우고 갈 필요가 있겠다. MD 상품들이 너무 탐나는도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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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