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있다고 다 엄마가 될 수는 없어/남편이 있으면 1등급/남편이 죽으면 2등급/남편과 이혼하면 3등급/미혼모는 4등급…”
홀로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마음을 짐작케 하는 ‘차별송’ 노랫말이다. 남녀가 바뀌어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한부모의 양육환경이 불안정하다고 재단하는 시선이 한부모가족을 불편하게 한다. 우리나라 한부모가족은 15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0.8%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색안경에 불편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5월 10일이 ‘한부모가족의 날’로 공식 제정됐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부모가족이 다양한 가족 형태 중 하나로 존중받으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이제라도 열린 셈이다. 김정숙 여사도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 깜짝 방문해 “양육을 선택한 한부모가 스스로 당당해지고 있고, 세상도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며 “한부모들의 당당한 모습이 계속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관련 정부기관이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5월 1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부모가족의 날’ 행사가 열렸다. 한국한부모연합은 한부모인권선언문 낭독, ‘당당한 한부모상’ 시상식, 난타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부모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섰다. 한부모가족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었다.
“뭐가 다르죠? 다 같은 가족입니다”
올해부터 5월 10일이 ‘한부모가족의 날’로 제정됐어요. ‘입양의 날’이 5월 11일인데 원가정 부모가 아이를 기르는 게 입양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하루 전날로 정해졌죠. ‘한부모가족의 날’이 국가기념일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10%가 한부모가족이에요. 그만큼 일상적일 것 같지만 ‘조금 다른 가족’, ‘부족한 가족’이라고 바라보는 편견이 존재해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양부모가 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아직 팽배해 있어요.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도 ‘쟤는 아빠가 없으니까’라고 말하는데 똑같은 문제는 양부모가족에도 발생하거든요. 그런 시선이 불편해요. 한부모가정도 보통 가정과 다름없이 잘 살 수 있는 가정이에요. 똑같이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전영순(57) 한국한부모연합 대표
“외국에도 한부모가족의 날 행사가 있을까요?”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그런데 저의 가족이 한부모가족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위축돼 있었나 봐요. 다행히 예비 신랑이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지만 이런 상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면 좋겠어요. 외국에도 한부모가족의 날 같은 행사가 있을까요? 아마 없을 거예요. 한부모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니까요. 우리나라는 아직 한부모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존중받고 한부모가족을 다르지 않게 바라보는 때가 오면 이러한 기념행사도 필요 없어지겠죠.
박희현(31)
“인식 개선 위한 다양한 캠페인 생기길”
한부모가족 서포터즈에 처음 참여했어요. 평소 잘 몰랐는데 이번 서포터즈 활동을 계기로 한부모가족에 대해 알게 됐어요. 이러한 행사나 캠페인이 다양하게 열렸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거든요. 생각해보니 제 주변에도 한부모가족이 꽤 있더라고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데 그를 바라보는 편견은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인식이 없어져야 할 세상이 되지 않았나요?
임진택(18)
“불편해하지 마, 우린 친구잖아”
제 주변에도 한부모 친구들이 있어요. 처음에는 가족관계를 모르고 사귀게 됐는데 알고 보니 한부모가족이었던 거죠. 그걸 알게 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특이할 것도 없고 지낼수록 똑같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불편해하는 건 친구였어요. 먼저 말을 하지 않을뿐더러 주변에서 알게 되자 스스로 불편해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혀 그럴 필요 없다고, 당당해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희영(21)
“안타깝다 생각하는 게 차별 아닌가요?”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차별 아닌가요? 우리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다른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아요. 한부모가족을 동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똑같이 바라보고 똑같이 대해야 해요.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은 하되, 평범한 시선과 대우를 했으면 좋겠어요.
문선영(25)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 아이들이 그대로 배워요!”
연세가 있는 분일수록 한부모가족의 가정환경이 완벽하지 못할 거란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겠죠. 문제는 잘못된 어른들의 인식을 아이들이 그대로 습득한다는 점이에요. 원래 그렇지 않던 아이들도 편견을 갖게 되는 거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이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정부의 지원도 좀 더 강화돼야 해요. 그러다 보면 한부모가족 아이들도 자존감 높게 자랄 수 있을 거예요.
이성희(25)
“한부모 자녀가 관심병사? 이런 시선에 병들어요”
2010년 경기권에 한부모단체가 생겼어요. 단체가 생긴 지 8년이 됐는데도 변변한 사무실 한 칸 없어요. 회원들과 모임이나 회의를 하는 기본적인 것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니 어려움이 많아요. 한부모가족과 그 요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정책 지원은 열악한 게 현실이에요. 우리는 ‘담담하고 당당하게’를 지향하고 있어요.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아무리 담담하고 당당하게를 말해도 아이를 키우며 감수해야 하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죠. 양부모가 아이 하나를 길러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한부모는 홀로 일·가정 양립을 해야 해요. 여기에 부정적 인식도 한몫해요. 몇 해 전 병무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어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아이가 관심병사로 분류된 사례가 있었거든요. 단지 한부모 자녀라는 이유로요. 시선 자체가 잘못된 거죠. 그러다 보니 한부모 중에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많아요. 심리 상담 등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어요.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해요. 한부모가 당당하게 양육하는 모습보다 소외되고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조명되는 일이 더 많거든요. 그걸 보는 한부모 아이들은 은연중에 위축되기 마련이에요. 한부모가 담담하고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해요.
시경숙(57) 경기한부모회 공동대표
“학교·가정에서 교육 확대되길”
한부모 밑에서 자라며 종종 동정 어린 시선을 받았어요. 제가 아버지가 안 계시다고 말하면 아이들 입장에서 자신과는 다르다는 점, 그것을 신기하게 여기더라고요. 나중에는 동정으로 바뀌고 괜찮은지 묻기도 해요. 전 어머니의 사랑에서 부족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도 말이죠. 한부모가족을 이해하는 교육이 확대되면 좋겠어요. 학교뿐 아니라 가정교육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준수(24)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