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안은 세계117개국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지수(Crime Index)가 14.31로 2, 3위를 차지한 싱가포르(15.81)와 일본(19.34)보다도 훨씬 낮았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201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범죄 위험(65%, 복수 응답)이 꼽혔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범죄도 더 강력해지고 고도화된다. 우리 사회에 ‘묻지마 범죄’, 엽기사건 등 이전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범죄가 늘어나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사회 변화 탓만 할 수는 없다. 사회적 범죄 대응능력을 강화해 안전사회를 구축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보기술(IT) 기기를 범죄사건 해결에 활용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경찰청이 2015년 4월 13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범죄 제보 앱 ‘스마트 국민 제보, 목격자를 찾습니다!’는 국민이 범죄에 대한 정보를 간편하게 경찰에 제보해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국민 참여형 사회안전망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공개 수배 사건 등 원클릭 제보
경찰은 처리 상황 피드백
범죄 제보 앱은 사회 이슈가 된 긴급하고 중요한 공개 수배 사건을 비롯해 현상 수배, 절도, 뺑소니 교통사고, 교통법규 위반, 선거사범 등 생활 속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제보 및 신고 코너를 운영한다. 경찰이 특정 사건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클릭으로 제보하고, 경찰은 처리 상황을 피드백해주는 쌍방향 소통 협력체계를 갖췄다.
범죄 보복을 우려하는 제보자의 심리를 감안해 ‘익명 제보’를 허용함으로써 제보자의 신상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배려했다. ‘마이 페이지’에서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지도에서 자신의 위치 주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해 편리성도 더했다. 구글(플레이스토어)과 애플(앱스토어) 마켓, 이동통신 3사(SKT, KT, LGU+) 앱마켓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인터넷 누리집(onetouch.police.go.kr)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범죄 제보 앱은 경찰청에 2014년도 정부3.0 국민 디자인 과제 추진 대통령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경찰청 정보통신담당관실 손정미(44) 주사는 정부3.0 서비스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는 범죄 제보 앱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가 지난 6월 8일 정부3.0 2기 달인으로 선정된 이유다.
"시작은 함께 일하던 변종문 경정이 아이디어를 내면서였어요. 길거리를 가다 보면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는다는 플래카드나 전단지를 흔히 보게 되잖아요. 이걸 온라인에 올리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아이디어가 좋아서 팀원들이 한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는데, 마침 2014년도 정부3.0 과제로 채택이 됐어요. 국민과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공유, 개방, 소통, 협력이라는 정부3.0 가치에 부합했던 거죠."
손 주사는 팀을 대표해 ‘정부3.0 국민 디자인단’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앱이 오픈된 후에도 ‘국민 디자인단 성과관리 과제’로 선정돼 지금까지도 앱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국민 디자인단 활동이 큰 경험이 됐다고 말한다.
"일반 시민, 학생, 디자인 전문가들이 한 팀이 돼 앱을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민간인은 아무래도 법리적인 개념이 없으니까 아이디어를 내는 것 중에 법적으로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걸 걸러내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죠. 하지만 어려움보다는 함께 일하면서 배우고 느낀 게 더 많았어요. 국민맞춤형 서비스가 뭔지 확실히 알았다고 할까요."
앱이 개설된 지 1년 2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앱 내려받기 횟수가 벌써 20만 건을 넘어섰고, 회원 수도 14만 명에 육박한다. 총 제보 건수도 27만3000건을 넘어섰다. 올 1월 1만7264건이던 제보 건수가 5월 4만193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처음엔 범죄 제보 앱으로 시작했는데, 국민들이 범죄 현장을 목격할 일은 많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국민들이 자주 목격하게 되는 교통사고나 교통법규 위반, 보복운전, 난폭운전 등 교통 관련 제보가 많아요. 그래서 선진 교통문화 정착에 기여한 부분이 크죠."
물론 교통 관련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몰카’, ‘연인 간 폭력’, ‘아동학대’, ‘여성불안’ 등 테마신고 코너도 호응이 높다.
"지난 3월 아동학대 신고 코너를 신설한 데 이어 6월 1일부터 여성불안 신고 코너를 신설했어요. 위험에 처했을 경우 112 긴급신고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한 신고도 가능해요. 불안한 지역 등 생활 주변에서 여성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한 사안들도 신고·제보할 수 있고요. 개설한 지 2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제보 건수가 200건을 넘을 정도로 호응이 높습니다."
앱 내려받기 벌써 20만 건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업 자부심
손 주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앱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국민신문고와 경찰민원포털 등 현재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공익신고 창구를 이 앱으로 통합하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일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를 묻자 "매일 새벽에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남편과 아이가 늘 불만이었죠. 하지만 저는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제가 고생한 만큼 국민과 동료 경찰들이 편해지고 혜택을 많이 볼 수 있으니까 보람도 크고요."
"대통령께서 치하도 해주시고, 경찰청장도 격려해주시고, 이번에 정부3.0 달인으로까지 선정됐으니 넘치도록 보상을 받은 셈"이라는 그는 "이것 때문에 올해의 경찰관에 선정돼 특별승급도 했다"며 밝게 웃었다.
1995년부터 공직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정부3.0 예찬을 늘어놓았다.
"전에는 그냥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상황이었죠.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그걸 구현할 기회도 방법도 없었고요. 그런데 정부3.0으로 자신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게 가장 기뻐요. 다른 공무원들도 저랑 같은 생각이에요. 일이 늘었다고 불평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정부3.0 때문에 국민과 동료들을 생각할 기회가 많아졌고,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자긍심이 더 높아졌다고 말하는 공무원들이 늘었어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범죄 제보 앱은 국민 참여를 얼마나 많이 이끌어내느냐에 서비스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글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일러스트 · 전희성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