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면 인터넷으로 엔진오일을 비롯한 소모품을 사서 카센터에 간다. 공임만 받고 엔진오일을 교체해주는 곳이 있는데 그편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같은 곳에서 엔진오일 자가 교체법이라든가 바가지 씌우는 카센터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가니까 아예 공임만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생겨났다.
사실 엔진오일 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차에서 낡은 오일을 빼내고 새 오일을 부어주면 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차를 들어올려야 하고, 오일을 빼내고 오일필터를 교체하는 데 특수한 공구가 필요하다. 폐오일 처리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마다 오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 오일이나 넣어서도 안되고 오일의 정량도 차마다 다르다. 마구잡이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다.
30여 년 전 미국 시골에서 공부한 적이 있는데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의 웬만한 작업과 수리는 직접 한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집집마다 사다리와 전기톱을 비롯한 각종 공구와 커다란 작업대가 있었다. 그때 내가 잠시 머물던 곳의 집주인은 자동차 엔진오일도 직접 갈았다. 차를 자키(차를 드는 도구)로 들어올린 뒤 누운 자세로 차 밑에 들어가 오일을 빼냈다. 폐오일은 동네마다 모아서 처리하는 곳이 있었다.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는 오일필터와 공기필터도 함께 새것으로 바꿔준다. 아마 교체 주기가 비슷하고 엔진룸 안에 있는 소모품이어서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 같다. 다만 에어컨필터는 공임을 따로 줘야 교체해준다. 딱히 어려운 일이어서라기보다 별개의 작업이란 개념 때문인 듯하다. 에어컨필터는 대개 자동차 조수석 앞 서랍 속에 있는데 나사 두 개를 풀어 기존 필터를 빼내고 새 필터를 넣은 뒤 잠가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다.
에어컨필터를 직접 교체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내 차의 에어컨필터는 조수석 서랍 아래 깊숙한 곳에 있었다. 나사도 평범한 것이 아니어서 특이한 모양의 두 가지 렌치가 필요했다. 아파트 주차장 한산한 곳에 차를 세우고 랜턴 두 개를 비춰가며 일을 시작했다.
정말 깊고 깊은 곳에 에어컨필터가 있어서 조수석 바닥에 드러눕다시피 해야 했고 자연스레 아크로바틱 자세가 됐다. 아주 낮은 장대 밑을 통과하는 림보 자세 또는 소림권법의 한 자세 같기도 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땅바닥에 구르다시피 해서 정말 자동차 수리공 같은 행색이 됐다. 공임이 비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편으론 이제 요령을 알았으니 다음번에는 좀 더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몸을 써서 기술을 한 가지 배웠다는 뿌듯함마저 들었다.
요즘은 셀프정비소라는 게 있어서 돈을 얼마 내면 각종 기계와 공구를 맘대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후기도 많이 올라와 있다. 다음번엔 아예 헌옷으로 갈아입고 엔진오일도 직접 갈아볼까 싶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새로운 직업에 대한 가능성을 찾게 될지도.
![한현우](http://www.korea.kr/goNewsRes/attaches/innods/images/000198/더_공감_한현우_640.jpg)
한현우
신문기자 이력 30년 중 대부분을 문화부 기자로 글을 써왔다. 일간지 문화2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 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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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