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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연구개발사업 기술료 지급 50%까지 확대
■박사급 인력 대상 ‘과학기술장교’제 도입
■3급 이상 공직자 기술직·행정직 구분 철폐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은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공계 인력 우대 정책은 그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사회는 과학기술인력을 제대로 양성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은 달라졌다. 인문계와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이공계 출신을 단순히 우대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이공계 우대 정책은 국가의 장기적 생존전략, 국가 경영전략과 맞물린 그랜드 디자인의 일부다.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이공계 우대 정책의 핵심 포인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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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문제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경제·사회적 대우가 좋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그 문제는 우리 사회를 혁신 주도형 구조로 바꿔야만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관건은 혁신 주도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이다. 예산규모 증액이나 단발성 정책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조를 바꾸는 문제여서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한국이 과학기술자들에게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가면서 국가를 떠나는 연구인력도 많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2년도 50개국 두뇌유출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4.6점으로 40위였다. 두뇌유출지수는 0∼10까지 점수를 매기되, 0에 가까울수록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1992년 7.3(6위)점에서 10년 만에 지수는 2.7포인트, 순위는 30여 단계 추락했다. 일자리 부족, 불안한 미래, 상대적 박탈감 등 ‘다중고’에 시달리는 우리 연구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공계 우대는 정부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민간기업들이 기술을 중시하면서 기술에 승부를 걸겠다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계 일자리가 공공부문에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다. 민간부문에서도 이공계의 고급 일자리가 활짝 열려야 한다.
[B]NIS 구축과 동북아 R&D 허브 구상[/B]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공계 우대 정책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까지 밀고 나갈 생각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 참석해 그 의지를 이렇게 표명했다.
“나는 편협한 엘리트주의는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우리 사회가 부득이하게 용인해야 할 엘리트 우대의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학기술계일 것이다. 이공계 우대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겠다. 이공계로 승부하는 정책, 이공계가 나라를 이끌어 가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도록 성과를 이뤄낸 과학기술인에게는 국가가 평생을 보장하고, 올림픽 선수들에게 했던 것처럼 과학기술인을 뒷받침하겠다.”
정부의 의지는 구체적 정책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1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법률안이 그 ‘변화의 바람’을 웅변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부총리 부서로 격상돼 범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중심 부처로 떠올랐다.
과기부에 새로 설치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차관급 부서로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며, 한국 기술혁신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혁신본부 출범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과학기술계의 이슈는 국가기술혁신체계(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 구축 방안이다.
NIS 구축을 통해 정부는 기존의 모방형·단독개발형 체계에서 벗어나 혁신 주체 간의 공동학습, 지적 자산의 공동 활용 및 확산 등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선진국을 ‘따라만 다니는’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혁신 주도형 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창조형 국가기술혁신체계를 입안하고 있다. 이공계 우대 정책의 본질을 구현하는 거대한 정책 변화가 예고된 것이다.
동북아 R&D 허브 구상도 결과적으로 세계적 수준의 이공계 인력 양성에 일조할 국가적 프로젝트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각 첨단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IT) 분야의 경우 독일의 지멘스가 다산네트워크의 지분을 40% 매입하고 앞으로 1억 유로를 네트워크 장비 분야 R&D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독일의 컴퓨터 그래픽, 가상현실 전문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이화여대와 공동연구를 하기로 한 데 이어 인텔과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는 홈 네트워크 분야에서, IBM과 정보통신부는 유비쿼터스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방안을 각각 추진중이다.
생물공학(BT) 분야에서도 유치가 진행중이다. 파스퇴르연구소와의 협력사업은 사업단장 공모 단계에 이르렀고, 허친슨암연구소와 영국 캐번디시연구소는 대덕단지에 입주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우리나라를 과학기술우선협력 대상국으로 지정해 양측의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B]정부 출연 연구소 기본사업비 확대[/B]
다양한 이공계 인력 우대 정책 추진과 함께 청와대에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제도가 도입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증거다. 19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을 카이스트 총장으로 임명할 때도 노 대통령은 깊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부처럼 ‘과학입국’이라는 슬로건을 단지 정치적 수사(修辭)로만 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공계 인력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만연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달리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 추세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도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면담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우수한 학생들을 이공계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선택이 세계나 국가,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통계적으로만 보면 2004년 우리나라 고졸 학생이 이공계 대학에 진출한 경우는 크게 늘었다. 2002년 26.9%에서 2003년에는 30.3%로 늘었고, 2004년에는 31.5%로 확대됐다. 이는 미국의 18%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배가 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결국 이공계 인력 우대는 우수 인력을 집중 육성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특히 우수한 여성인력을 이공계로 유인해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이공계 인력 우대 정책은 ▷과학기술인의 처우 개선 ▷안정적 연구비 확대 ▷노후 보장 및 과학기술인이 긍지를 갖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으로 압축해 추진되고 있다.
우선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인력의 연구 성과에 대한 보상 규모가 확대된 것도 눈에 띈다. 지난 2월부터 국가연구개발 인력에 지급하는 기술료 지급비율이 35%에서 50%로 확대됐다. 안정적 연구비의 지원 비율을 확대하고 우수 연구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성과급 확대를 추진하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정부 출연 연구소의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비 확대도 단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출연 연구소에 대한 직접지원금인 기본사업비를 2004년 33.5%에서 2008년 50%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출연 연구소의 고유 기능에 부합하는 사업을 발굴해 이관하는 것도 이공계 출신 연구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힘이 된다. 2004년에 이미 487억 원의 연구비가 출연 연구소에 지급됐다.
정년을 보장하는‘영년직 연구원제’, 정년 후에도 계속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정년 후 연장 계약제’도 운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적 탐구 영역이 안정된 직업으로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희망과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과학기술인의 노후생활과 복지 증진을 위한 퇴직공제사업도 본격화됐다. 2003년 7월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설립된 데 이어 올해는 정부 예산 200억 원이 지원되는 공제사업이 개시됐다.
이공계 연구인력에 대한 병역 대체복무제도 대폭 개선됐다. 2003년 9월 전문 연구요원의 복무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부터는 3년으로 단축했다. 박사급 인력을 대상으로 가칭 ‘과학기술장교’ 제도의 올해 도입을 목표로 그 효과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또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을 이룩한 과학기술공로자를 ‘최고과학자’로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올해 정부로부터 265억 원의 연구사업비를 지원받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그 첫번째 사례다. 이 밖에 우수 과학자에 대한 개인후원회 결성,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설치 등을 통해 훌륭한 과학기술자의 업적을 기린다는 과기부의 복안도 준비되고 있다. 일류 과학기술자를 국민적 스타로 부각시키고, 그들의 창조적 열정과 재능에 걸맞은 명예와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공계 출신의 공직자 비율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것도 핵심 정책 중 하나다. 공직자 중 이공계 출신을 늘리는 것에 못지않게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이공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과학정책 입안자들의 생각이다. 3급 이상의 직위는 기술직과 행정직의 구분을 없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참여정부는 상위 직위 중 일정 비율을 이공계 출신자로 하는 등 정책 의지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 특히 오명 과기부총리,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 장·차관 가운데 과학기술계 인사가 많다.
[B]이공계 채용 늘리고 정책결정 파워도 신장[/B][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
이공계 출신 공직자는 오랫동안 과학기술 분야 공부를 해 분석력이 뛰어나 행정업무를 하는 데 장점이 있다. 이공계나 과학기술직이 잘 갖추지 못한 행정·경영 등 인문·사회 분야의 소양은 자기 노력과 함께 제도적 재교육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이공계 출신 인사의 요직 기용을 이렇게 본다.
“이공계 전문가는 이공계 육성 정책을 입안하기보다 단순히 자문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 입안은 행정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공계 관련 정책과 연구 환경의 개발은 이공계 전문가들에 의해 시작되어야 한다. 이공계의 복잡한 역학구조는 일반 정책 입안자들의 단순한 상식과 판단으로는 정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과기부 박영일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08년까지 4급 이상 공무원의 34.2%를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올해 이공계 전공자 채용 목표는 29.1%입니다. 오는 4월부터는 이공계 전공자 채용목표제를 도입합니다. 정부 산하 기관 중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에 신규 채용 인원 중 이공계 전공자 비율을 일정 수위까지 늘리도록 권고하는 제도지요. 수를 늘리고 정책결정의 파워도 갖게 되는 시대가 오는 것입니다.”
2002년 12월 제정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여성과학기술인 채용목표제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정부 출연 연구소 등 99개 연구기관이 신규 채용하는 여성 비율을 2006년 15%, 2010년 20%, 최종적으로는 30%를 달성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이공계 선호 감소 현상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과학기술은 가치를 창출해 내는 원천분야(Value Creator)이기 때문이다. 이공학 기술을 활용해 만든 상품을 ‘유통’ ‘관리’하는 것은 가치를 부가하는 행위(Value Adder)다.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상품이 존재하지 않으면 유통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경희대 기계산업시스템공학부 김상국 교수는 이공계 인력 우대 정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이공계에 인재가 몰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 젊은이들이 사회에서 이공계 출신이 대접받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계·재계·정계 등의 상위직급은 비(非)이공계로 채워져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미국 대기업 임원의 6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고,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은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다. 이런 의미에서 참여정부가 결정한 이공계 공직자 진출 확대 방안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RIGHT]임천우 객원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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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