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한국의 우주개발이 추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러 정상 간 ‘우주기술협력협정’ 체결로 국내 연구원 20여 명이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 이달 러시아로 떠난다. 우리 과학계에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우주개발에 대한 꿈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카운트다운! 3초, 2초, 1초. 발사!” 2002년 11월28일 서해안 태안반도의 한 섬. 국내 최초의 액체로켓 KSR-Ⅲ가 굉음과 함께 화염을 뿜으며 힘차게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발사장 관람석에서는 수십 명의 사람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하늘로 치솟는 로켓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로켓을 쏘아올린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원과 기술자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순간이었다.
대전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체계실장인 박정주 박사도 그들 틈에서 그 광경을 감격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이번에는 100kg급 과학위성을 실은 우주발사체 KSLV-1을 쏘아올릴 차례’라는 또 다른 목표가 그려졌다.
[B]러시아와 우주기술협력협정 체결로 개발 탄력 [/B]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은 불과 12년 전인 1993년. 정부가 ‘2000년대 우주기술 세계 10위권 진입’을 신경제 5개년계획 중점과제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이를 통해 1996년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1993년과 1998년에 고체 추진제 로켓인 KSR-Ⅰ과 KSR-Ⅱ 발사에 성공한 우리는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5년 만에 다시 우주발사체 개발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액체 추진 로켓(KSR-Ⅲ)을 쏘아올린 것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우주개발은 손에 잡기 어려운 꿈으로만 남아 있었다. 아직 우리 손으로 직접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란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로켓.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300~ 1,500km 높이까지 추진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과학로켓인 KSR-Ⅲ은 최대 고도가 42.7km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는 것은 과학로켓을 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 요구됩니다. 일단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KSR-Ⅲ는 길이 14m에 무게 6톤에 불과하지만 우주발사체인 KSLV-1은 길이가 33m에 무게도 무려 150톤에 달합니다.”
박 박사는 “과학로켓 발사에서 우주발사체 발사로 가기 위해서는 기술적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핵심 기술은 엔진의 대형화와 경량화다. 150톤이 넘는 거대한 우주발사체를 초속 10km로 쏘아올릴 수 있는 추진력을 가진 엔진을 얼마나 가볍게 만드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더구나 우주발사체에 사용되는 모든 소재와 부품은 극고압과 극저온이라는 극한상황에서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극한(極限) 기술이 요구된다. 이 밖에도 양자의 차이는 크다.
“과학로켓 기술과 우주발사체 기술은 정밀도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과학로켓은 최고 고도 목표가 42km였는데, 41km밖에 못 올라갔다고 해도 실패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우주발사체의 경우 목표치만큼 올라가지 못하면 인공위성을 궤도에 쏘아올리지 못합니다. 수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거죠.”
결국 2007년 우주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해온 정부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고려해 우주발사체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기술을 이전받는 쪽으로 우회했다. 이를 위해 2001년 이후 러시아로부터 기술협력을 받는 방안을 추진해온 정부는 마침내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개발과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양성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우주기술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박 박사는 “양국 정상의 협정 체결로 KSLV-1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며 “현재 설계작업중인 KSLV-1은 2단 로켓으로, 1단은 러시아 주도로 개발되는 액체 추진 로켓이고, 2단은 우리 연구원들이 직접 만드는 고체 로켓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1단 로켓 개발 과정에도 국내 연구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번달 우주발사체사업단 소속 연구원 20여 명이 러시아로 출국한다.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엔진 내 안정적 연소, 로켓 유도 제어기술 등 핵심기술을 전수받을 계획이다. KSR-Ⅲ는 액체연료와 산화제에 압력을 가해 섞는 가압식 엔진을 장착했으나 KSLV-1에는 연료와 산화제를 터보 펌프로 빨아들이는 터보 펌프식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B]2015년 100% 우리 기술로 우주발사체 개발[/B]
[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한국이 러시아를 우주개발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로켓 발사 비용이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싼 데다 러시아 측이 발사체 기술 제공에 긍정적 자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항공우주분야 기술은 국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기술이전을 가장 꺼리는 분야입니다. 기술이전은커녕 부품 하나를 수입하는 데도 해당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니까요. KSR-Ⅲ 개발 과정에서도 사실 미국에서 핵심 부품 몇 가지를 수입하려고 했지만 미 국무부의 불허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미 1960년대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 미국이나 러시아와 비교해 보면 현재 우리 기술력은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이 정도 기술이라도 직접 개발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비록 소형 로켓이었지만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KSR-Ⅲ를 개발해 봤기 때문에 액체 추진 로켓의 전체 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KSR-Ⅲ 개발 경험이 없었으면 이번에 러시아로부터 기술협력을 받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겠죠. 본격적인 로켓 개발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2007년 KSLV-1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도 우주개발국 대열에 본격 진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1.5톤의 실용급 저궤도 위성을 쏘아올릴 우주발사체를 2015년까지 100% 우리 기술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우주기술 선진국으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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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