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center[/SET_IMAGE]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B]뿌리 깊은 패배의식에서 출발한 개혁[/B]
“1998년부터 올해까지 적발한 병역비리는 모두 179건입니다.”
2001년 2월13일 검찰은 4년 동안의 병역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병역비리 수사는 2002년까지 계속됐고, 건국 이래 단일기관으로는 최장 기간의 기록을 남긴 대대적인 비리 색출 작업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병역비리는 부패의 골이 깊은 범죄였고, 그 비리의 한가운데 병무청이 있었다.
수사 결과 전·현직 병무직원 89명이 형사처벌됐고, 그 중 57명은 파면됐다. 사회에는 ‘유전(有錢)면제, 무전(無錢)현역’이라는 냉소 섞인 신조어가 떠돌았다. 패배의식은 병무청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스스로 병무청을 떠난 직원이 무려 415명에 달했다. 최정섭 공보관은 “이제 아무리 잘해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패배의식이 당시 우리 직원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병무청의 혁신은 이 같은 안팎의 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1999년 6월 발족한 ‘병무행정혁신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팀’이 그 첫번째 작업이었다. 병무정보를 공개해 투명한 행정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였다. 2001년 2월에는 ‘징병검사 자동판정 시스템’이 도입됐고, 2002년 7월에는 ‘병무민원상담소(Call-center)’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너무 지쳐 있었다.
“컴퓨터로 징병검사를 하면 병역비리가 없어질 것인가?” “병무청 업무는 철도청 예매 상담처럼 단순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전화로 상담할 수 있나” 등의 불평만 돌아왔다. 심지어 “컴퓨터는 깨끗하고 직원은 더럽다는 건가”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병무행정혁신BPR팀 이동환 사무관은 “혁신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했지만,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개혁이 시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두성 청장이 취임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군인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병무청장 자리에 28년 병무청 근무 경력을 가진 김 청장이 부임하자 직원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김 청장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병무행정이 어항 속의 금붕어를 들여다보듯 맑고 투명해져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여기에 왔습니다. 공무원이 편하면 국민이 불편합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혁신할 사항이 무엇인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청장은 취임 직후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먼저 ‘전략적 혁신팀’을 구성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혁신 과제를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민간 부문의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국민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혁신 과제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련한 것이 12대 핵심 분야의 126개 혁신 과제를 확정한 ‘병무혁신 프로젝트 0308’이다. 2003년부터 5년 동안 병무청이 추진할 병무행정의 로드맵을 만든 것이다.
[B]위로부터의 개혁으로 대대적인 수술[/B]
각계의 민간 전문가 20명으로 이뤄진 ‘혁신 서포터스’도 구성했다. 외부의 객관적 시각에서 병무비리 근절을 위한 개혁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서포터스로 활동했던 김종선 바르게살기대전협의회 사무처장은 “처음 위촉받았을 때는 일회성에 그치는 모임으로 생각했는데,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는 동안 병무행정의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청장은 ‘혁신 과제 발굴 자체가 새로운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직원들과 1대 1 미팅을 하면서 설득했다. 워크숍도 여덟 차례나 가졌다.
사실 이 같은 ‘위로부터의 개혁’에 직원들이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인사 불만 때문이었다. 병역비리로 인해 한꺼번에 물러난 고위직에 타 부처 직원들이 임명된 것이다. 승진만 바라며 20년 이상 일해온 직원들은 4~5급 30%, 3급 이상의 55%가 타 부처 전입자로 채워지자 상실감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병무청 혁신의 핵심 과제는 조직의 제도나 시스템보다 직원들의 인화단결에 있었던 셈이다.
[B]혁신의 핵심 과제는 인화단결[/B]
김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아침을 여는 모닝 메모’를 매일 아침 내부 게시판에 올려 이런 갈등과 반목을 다독거리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청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첫 편지로 시작된 모닝 메모에서 김 청장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자신의 인간적인 고민도 털어놓았다. 또 직통 전자우편을 열어 직원들의 애로와 건의 사항을 직접 듣고 모든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줬다.
강원지방병무청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혹시나 해서 메일로 청장님이 쓰신 <병무행정사> 책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직접 전화까지 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취임 초기이니,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던 직원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병무행정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도입된 ‘징병검사 자동 시스템’이 정착 단계로 접어들면서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수검자 개인별로 ID카드를 발급해 대리 수검을 원천봉쇄했고, 의료장비를 통한 질병 검진 상태가 컴퓨터에 자동으로 입력되도록 해 의사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했다.
또 병무행정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공유하기 위해 민원 접수 및 처리의 결재 단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그 결과를 e-메일·휴대전화·우편 등으로 안내하는 ‘인터넷 실시간 시스템’을 개발했다. 병역의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카투사 선발 과정을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해 선발의 투명성을 높였다. “비록 떨어졌지만 병무행정에 신뢰가 간다”는 한 카투사 지원자의 말은 병무행정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B]지난해 기관 청렴도 2위 기록[/B]
특히 시민참여 제도는 과거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던 병무행정에 유연성을 준 일대 전환기였다. 병무청은 현재 본청(20명)과 지방청 (88개 1,570명)이 ‘병무행정발전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 병무행정의 통제·감시·자문·홍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시민참여위원들의 참여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병무행정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징병검사 신체등위 판정 심의위원회’를 운영해 신체등위 5급, 6급 면제 대상자와 신체검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을 심의한다.
또 ‘시민감사청구제도’는 지방청 감사 20일 전에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하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감사를 실시하는 제도로 그 결과를 e-메일로 통보함으로써 감사의 공정성 및 국민 만족도를 제고해 나갈 수 있게 했다. 병무민원상담소 역시 하루평균 전화 상담 9,500건, 인터넷 상담 3,720건을 처리하는 병무 민원상담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병무청은 지난 한 해 동안 17개 청(廳) 가운데 기관 청렴도 2위, 정부 업무평가 3위를 기록했고 정보공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혁신 우수사례로 뽑혀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병무청 설립 이후 전례 없는 성과였다.
하지만 김 청장은 오늘도 차분한 목소리로 ‘한걸음 더’ 나아간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는 얼마 전 직원들에게 보낸 모닝 메모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는 흔히 요구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요구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서 해주지?’하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요구할 때 즉시 들어주는 것도 괜찮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미리 알아서’ 챙겨주면 얼마나 고맙습니까? 병무 서비스의 ‘혁신’은 바로 그것입니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