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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나는 우리네 먹을거리 가운데 명태만큼 친근한 것이 또 있을까? 그 친근함의 정도는 불리는 이름의 다양함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생물 그대로면 생태, 완전히 말리면 북어, 반쯤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 얼리면 동태다. 노가리는 어린 명태를 말린 것이다. 여기에 말리는 방법을 조금 달리하는 황태가 있다. 이밖에 잡는 방법이나 상태에 따라 또 수많은 이름이 있다.
명태가 우리와 친근한 먹을거리였다는 사실은 제사상에 오르는 유일한 바닷물고기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장례와 제례는 인간의 각종 의례 가운데 가장 변화 속도가 느리다. 제사상에 임진왜란 당시 들어온 고추가 첨가된 음식이 없는 것만 봐도 그 변화의 느림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제수인 ‘탕’과 ‘포’는 모두 명태를 재료로 한다. 역으로 명태는 최소한 400여 년 이상 우리와 함께해온 먹을거리라는 말이 된다.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도 없다. 먹을거리가 풍부해져 술안주로 많은 음식이 개발돼 있지만, 가장 널리 사랑받는 안줏감이 바로 명태라는 사실만 봐도 충분하다. 맥주에는 야들야들한 노가리나 황태구이가 어울리고, 소주에는 얼큰한 생태찌개나 동태찌개가 안성맞춤이다. 막걸리에는 그저 북북 찢어 고추장 푹 찍으면 되는 북어 혹은 황태가 제격이다.
술 마신 다음날이면 또 어떤가? 콩나물 한 줌에 대파 숭숭 썰고, 여기에 북어 몇 조각 넣어 펄펄 끓이면 더없이 좋은 해장국이 되지 않던가? 그뿐이랴? 내장을 발효시키면 새큼지릿한 창란젓이요, 알은 밥도둑 명란젓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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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4,original,left[/SET_IMAGE]이렇게 명태는 서민들 곁에서 주린 배를 채워 주기도 하고, 쓰린 속을 달래 주기도 하면서 오랜 세월 애환을 함께했다. 오죽하면 시의 소재, 가곡의 주인공까지 됐을까? 가곡으로 잘 알려진 양명문의 시 <명태>는 명태 중에서도 특히 황태를 노래하고 있다.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애지프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원산 일대가 바로 황태의 고향이고 보면 시인은 황태 생산 과정을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남한지역에서 황태는 1960년대 초반 월남한 사람들이 원산과 기후조건이 가장 비슷한 설악산 근처 용대리를 찾아내 덕장을 차리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이 마을에서 덕장을 운영하는 최용진 씨의 말이다.
“황태는 하늘에 투기하는 것이오.”
북어와 달리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황태의 육질을 얻기 위해서는 영하 15도에서 영상 1~2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날씨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야 하는 만큼 전적으로 날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덕장에 올린 황태는 90~120일 정도 지난 3~4월쯤이면 속살까지 노릇노릇하게 익어 간다.
이렇게 오랜 과정을 거쳐 숙성된 황태는 비로소 우리네 곁으로 다가와 제 몸 ‘쫘악 짝 찢기어’ 가면서 쓰린 몸과 마음을 위무해 주는 것이다. ‘명태’라는 이름만 남긴 채….
[RIGHT]사진·권태균 /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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