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 원자력발전은 국민 입장에서는 아직 고마운 존재라기보다 두려운 존재다. 새 발전소 설치도 어렵지만 가동중인 원전의 안전성도 늘 여론의 표적이 되어 왔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작은 사고 하나에도 경계심을 품는다. 그래서 2003년 영광원전의 연쇄 사고에서 비롯된 정부와 주민 간 협상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자 간 협상 끝에 이뤄진 사고 조사 결과가 우리 원자력 기술력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2003년 4월3일 영광원자력발전소 5호기에서 ‘열전달완충판’이라는 부품이 원자로 배관 안쪽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해 12월1일에는 5호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고가 계속되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악재는 그치지 않고 계속 쏟아져 나왔다. 불과 며칠 뒤인 12월22일, 이번에는 방사능 물질을 함유한 냉각수 일부가 상하수도 배관 등을 통해 외부로 유출됐다. 손가락 굵기 만한 시료 채취 배관의 밸브가 고장나 생긴 사고였다. 당시 바다로 배출된 방사능 선량은 4.57×10-7밀리시버트(mSv:법적 허용 기준치 0.03밀리시버트의 약 6만 분의 1 수준)로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원전의 안전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만했다. ‘열전달완충판’ 이탈 사고에 방사능 누출 사고까지 겹치자 영광군 주민들은 원전 즉각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B]잇따른 사고로 발전기 가동 중단[/B]
사고는 계속됐지만 원전 측의 대처는 현명했다. 사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한편 주민 설득에 나섰다. 과학기술부(과기부)는 2003년 12월29일 영광원전 5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주민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방사능 유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주변 환경에 끼친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물론 발전소를 가동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열전달완충판이 있으면 설계기준치 1.0을 감안할 때 노즐 용접부의 피로누적계수가 0.68이고, 열전달완충판이 없을 경우 0.84로 여유도가 감소하지만 안전 운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방사능 안전성은 과기부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라는 전문기관의 지원을 받아 직접 수행하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원전 측의 설명이 있었으나 주민들은 전문가 분석 결과조차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안전성을 평가한 전문가나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발전소 사업자 편에 있는 사람들이다.”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정부는 주민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평행선을 긋던 정부와 주민 간 대화를 지켜보던 영광군은 ‘민·관 합동 안전대책위원회’구성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발전소 관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원전을 운용하다 보면 이 정도 사고는 수없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하나?”
“지금까지 대책위원회 구성 요구를 한 차례도 들어주지 않았어도 별 탈이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
이렇게 해서 첫번째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양측 대표 12명은 의제 설정부터 정부측 참여위원들의 직급 등 소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첫 회의 분위기는 냉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4년 1월16일, 7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양측은 어렵게 합의점을 찾아냈다. ‘외국 기관을 통해 안전성을 조사하되 주민대표들이 용역 수행 기관을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원자력 전문가와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그만큼 컸다.
[B]주민, 원전, 정부 모두 승리하는 결과 도출[/B]
당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조청원 과기부 원자력국장은 “안전성 평가를 외국에 다시 맡긴다는 것은 국내 전문가단에게는 매우 모욕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며 “하지만 평가 결과가 뒤집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합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외국 조사기관 선정을 위해 해외 현지 실사를 다녀온 영광군 주민들이 ‘반드시 독일의 응용생태연구소에 조사, 평가, 용역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응용생태연구소는 독일에서 2020년 원전 폐쇄정책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정부의 고민은 이 연구소에 용역을 맡길 경우 자칫 원전 폐쇄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양측의 밀고 당기는 회의 끝에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는 응용생태연구소에, 열전달완충판 이탈 사고는 독일 기술검사협회에 맡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조사기관은 해결됐지만 조사기간에 원전 가동을 중지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정지된 영광원전 5?호기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발전소 측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매일 1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주민들은 “용역계약서에 서명한 날부터 재가동 절차를 진행하자”는 정부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양측은 이에 대한 협상에서도 ‘조사, 평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자’는 합의점을 찾아냈다.
세 차례의 협상 끝에 마침내 조사가 시작됐다. 정부는 모든 조사 과정에 주민대표의 입회를 허용하고 조사단과의 면담도 주선했다. 조사 결과는 정부의 예상대로 국내 전문가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일 전문가들이 ‘결함은 전혀 없으며, 영광원전 5?호기를 40년의 설계수명 기간 동안 가동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영광원전 안전성 공동조사 범군민대책위원회’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영광 주민대표들이 영광원전 5?호기의 안전 사고에 대해 외국 기관에 의한 조사를 요구했고, 조사 결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후 판단은 과기부에 위임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나긴 불신의 골이 메워지는 순간이었다.
영광 주민들은 요구사항을 모두 관철함으로써 만족해 했고, 사업자는 발전소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확인받아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하게 됐다. 정부도 주민과의 갈등을 아무런 불상사 없이 원만히 해결해 3자 모두 승리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2004년 4월3일, 137일 동안 꺼져 있던 영광원전 5·6호기에 다시 불이 댕겨졌다. 원전 안전성에 냉담했던 주민들의 가슴에도 온기가 돌았다. [RIGHT]김현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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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의 원리는 가마솥처럼 생긴 원자로 안에 물을 가득 채우고 우라늄을 넣은 다음 밀폐한 상태에서 핵분열시키면 열이 발생하는 것.
원자로에 채운 물을 섭씨 327도까지 데우는 과정을 순환 반복하면서 안정된 상태로 전기를 생산한다. 이러한 핵분열 냉각 순환 과정 중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핵분열을 중지시키고, 뜨거워진 우라늄을 식히기 위해 원자로 안쪽으로 냉각수를 급속히 공급한다. 이때 상온의 냉각수가 섭씨 295도의 물과 만나면서 배관 용접부분이 급격한 온도 차이로 인한 충격으로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냉각수 주입 배관 안쪽에 덧붙인 원통형 금속판이 열전달완충판. 한마디로 원자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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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