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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형 로봇(Humanoid Robot) 제작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날이 올 것인가? 그동안 세계 최고의 인간형 로봇으로 알려졌던 일본의 아시모(ASIMO)를 바짝 뒤쫓는 로봇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지난해 12월2일 노무현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맞춰 런던에서 처음 선보인 ‘휴보’(HUBO)가 그 주인공이다. 키 120cm, 몸무게 50kg. 부드러운 곡선형 몸매가 돋보이는 휴보는 41개의 관절로 이루어져 동작도 자연스럽다. 걸음걸이도 사뿐사뿐하고 옆걸음, 뒷걸음질도 가능하다. 시각능력도 뛰어나 실시간 목표 추적이 가능하고 길을 찾을 수 있다. 음성을 인식하고 합성해 사람과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시속 3㎞(지난해 말 기준)로 걷는 아시모보다 아직 느리고 계단을 오르지는 못하지만 아시모보다 앞선 점도 있다. 다섯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가위 바위 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아시모는 배터리를 배낭처럼 등에 지고 있지만, 휴보는 부속장치들을 몸 안에 장착해 훨씬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더 놀라운 것은 아시모가 15년에 걸쳐 약 3,000억 원을 들여 개발된 데 반해 휴보는 불과 3년 만에 10억원을 들여 개발됐다는 점이다.
[B]연구 시작 2년 만에 ‘옥동자’ 탄생[/B]
인류가 처음 만들어낸 인간형 로봇은 1997년 일본 혼다사(社)가 개발한 P2다. 이 로봇이 처음 선보였을 때 전 세계 공학도들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개발업체가 자동차회사인 점도 놀라움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혼다는 3년 뒤인 2000년 다시 인간형 로봇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아시모를 탄생시켰다.
전 세계가 아시모의 탄생에 감탄하고 있을 때 국내 한 연구자가 “1억 원만 있다면 우리도 만들 수 있다”며 야심을 키우고 있었다. 지난해 말 휴보를 탄생시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吳俊鎬) 교수. 본래 로봇기술이 아닌 자동제어를 전공한 기계공학자였다. 오 교수는 당시 2족보행 로봇에 대한 연구를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였다.
휴보의 아버지인 오 교수는 학창시절부터 ‘개구쟁이 천재’로 불렸다고 한다. 비행기, 로켓, 천체관측 등 과학 관련 분야는 가리지 않고 섭렵하는 학문적 ‘포식성’ 때문이었다. 그가 로봇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막연한 꿈이었죠. 정작 제 꿈에 힘을 실어준 것은 학생들이었어요. 입학생들한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많은 학생이 언젠가 자기 손으로 ‘마징가Z’나 ‘태권V’를 만들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들 태권V 세대와 의기투합한 거죠.”
그러나 한 대를 개발하는 데 수천억 원씩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인간형 로봇 개발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자동제어를 연구하면서 틈틈이 로봇 연구에 매달렸어요. 특히 4족보행과 2족보행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해왔고요. 그래서 제가 발표한 논문 중 약 20%는 로봇 관련 연구물입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학문적 욕구보다 개인적 호기심 혹은 공학적 성취에 관심을 둔 연구였어요.”
세계로봇협회 가입도 생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학문적 호기심은 오 교수를 산업용 로봇보다 인간형 로봇 쪽으로 이끌어 갔다. 인간형 로봇은 센서 융합기술, 실시간 서버 제어기술, 시스템 통합 기술 등 로봇과 관련된 학문적·기술적 지식이 집약된 로봇산업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연구에 전환점이 온 것은 2002년. 오 교수가 교육부의 ‘두뇌한국21(BK21)’지원금과 과학기술부의 인간친화복지연구센터 지원금 등을 모아 7,000만 원 정도의 개발비를 따낸 것이다. 연구비가 마련되자 오 교수는 당장 인간형 로봇에 열의를 보였던 학생들을 소집했다. 개발팀이 꾸려진 지 불과 5개월 만에 선보인 KHR-1. KHR-1은 1년 뒤 마침내 두 발로 서서 걸음마를 시작했다.
“사람이 걷는 원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근육이 어떻게 움직여 걷는지 몰라요. 마찬가지로 KHR-1의 다리에 근육 역할을 하는 모터 12개를 장착하는 것까지는 쉬운 일이었어요. 문제는 12개의 모터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였죠.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듬해 추가 개발비 2억 원을 지원받은 뒤부터 오 교수팀의 연구도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걷는 기능뿐이었던 KHR-1을 업그레이드해 인간형 로봇으로서 완벽한 기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이런 열정으로 1년 뒤인 2003년 12월 탄생한 것이 휴보의 전신인 KHR-2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오 교수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B]“‘아시모’ 앞지르는 인간형 로봇 만들 터”[/B]
인간형 로봇 기술의 핵심은 센서, 감속기, 서브앰프 등 수십 개의 기계를 125cm의 키와 55kg의 몸 안에 어떻게 집약해 작동시키느냐다.
“센서 하나, 감속기 하나를 설계·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십 개의 기계를 각각의 목적에 맞게 설계·제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요. 고도의 시스템 통합 기술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일본이 10여 년에 걸쳐 수천억 원을 쏟아부어 만든 인간형 로봇을 오 교수는 불과 3년 만에 ‘뚝딱’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목표가 확실했고 개발 초기부터 기술적 준비도 철저히 했습니다. 또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지 않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워두었고요.”
특이하게 오 교수는 학생들에게도 이미 발표된 로봇 관련 논문을 못 읽게 했단다.
“인간형 로봇에 관한 논문은 많았지만 대부분 직접 제작해 보지 않고 쓴 것들이에요. 직접 제작해본 사람의 논문은 연간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것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됐죠. 그들을 따라간다면 우리도 10여 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의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이 같은 발상에 대해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했지만 오 교수는 “시간도 돈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결국 만들어 냈다. 흔히 인간형 로봇 개발에는 수천억 원의 개발비가 필요하다는 통념도 뒤집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아직 배가 고프다.
“휴보에게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이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목표는 걸음걸이에서 아시모를 제쳐야 하고, 계단도 오르내려야 합니다. 그것은 잘하면 올해 안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은 그 이상입니다. 인간형 로봇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과 똑같은 기능의 로봇을 만드는 것이거든요.”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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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