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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남극 대륙은 한겨울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동토지만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세종기지를 비롯, 8개국 상주 연구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남극 사우스셰틀랜드군도 킹조지 섬에 세종기지가 건설된 것은 1988년. 이후 한국해양연구소 부설 극지연구소는 매년 월동대원을 교체 파견하고 있다. 지난 12월5일에는 극지연구소 홍성민 박사를 대장으로 한 16명의 대원이 새로 세종기지로 파견됐다. 세종기지가 생긴 이래 18번째 파견되는 대원들이다.
월동대는 연구원을 비롯해 기지를 1년간 유지할 최소한의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18차 월동대는 홍 대장을 비롯해 김승채 총무, 박승일·여정원·구경모 연구원, 심해섭 전기설비담당, 남진희 발전담당, 이영일·이요정 기계설비담당, 김인호 전자통신담당, 김동석·김형철 중장비담당, 서태건·전수현 기상담당, 홍종원 전문의, 이상훈 조리사가 참가하고 있다. 모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정신과 국가에 대한 봉사의식으로 임무를 자청한 이들이다.
18차 월동대에는 유독 이색 경력자가 많다. 이 가운데 김승채 총무는 이미 세종기지에서 세 번씩이나 월동대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홍 대장에 따르면 “일반 대원이 남극에 네번씩 파견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B]인터넷 이어 새해에는 위성방송도 시청[/B]
앞으로 1년 동안 대원의 건강을 책임질 홍종원 전문의도 독특한 경우다. 남극 세종기지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의대를 갓 졸업한 공중보건의를 파견하는 게 보통. 1년씩이나 고립된 생활을 자초(?)하는 전문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성형전문의인 홍종원 박사는 “별과 사진 찍기를 좋아해 그동안 남극 근무를 꿈꿔왔다”며 남극행을 자원했다는 것.
북반구가 한겨울인 지금이 남극에서는 1년 중 가장 따뜻한 여름이다. 하지만 여름이라고 해도 우리의 겨울 날씨와 비슷하다. 1년 순환근무로 이뤄지는 월동대의 교대가 12월에 이뤄지는 것도 그나마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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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의 여름은 바쁘다. 하계 연구활동 말고도 떠나는 대원과 들어오는 대원 사이에 인수인계가 이뤄진다. 그 뒤로는 곧바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보급품 하역 작업, 기지 보수 및 증개축을 위한 야외작업이 이어진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이 불어닥치는 날이 많아 날씨가 좋은 날이면 휴일 구분 없이 대원들은 야외작업에 동원된다.
홍 대장은 “지난 12월24일 월동 보급품 및 공사 자재를 실은 선박이 도착해 모든 대원이 크리스마스도 없이 하역작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세종기지의 겨울은 4월 하순 시작된다. 2월 하순에서 3월 초면 이미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남극의 겨울밤은 길고도 길다. 오전 9시에 해가 떠 오후 2시면 진다. 또 초속 40m에 이르는 블리저드(눈보라를 동반한 강풍)가 수시로 불어닥쳐 겨울이면 야외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겨울철은 대원들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다.
“겨울철에는 실내에 갇혀 매우 단조롭게 생활하기 때문에 대원들이 심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월동생활에 익숙해질수록 대원들 간에 대화도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 탓에 날씨가 좋은 날이면 스트레스 해소 겸 대원들의 화합을 다지기 위해 풀러스키·등산·축구 등 야외활동을 하기도 한다.
1999년 기지에 인터넷이 연결되면서 가족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화상채팅까지 가능해졌다.
“1월 중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위성 안테나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안테나 설치가 완성되면 세종기지에서도 한국의 방송까지 시청할 수 있게 되죠. 물론 일부 위성채널만 가능하겠지만 대원들은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 대장은 “남극 세종기지 생활은 마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에서의 생활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월동생활을 하다 보면 어렵고 힘든 상황이 반드시 닥쳐옵니다. 연구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B]쇄빙선 도입과 제2기지 건설도 예정[/B]
월동대원들의 기본 임무는 세종기지를 운영·관리·유지하면서 하계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월동기간에는 기본적으로 기상·해양환경·대기환경 감시, 고층대기 관측, 지(구)자기·지진·GPS 관측 등 종합적인 자연과학 연구활동이 이뤄진다.
“세종기지의 하계 연구는 연구선을 타고 남극해에 나가 남극 주변의 해양탐사활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동안 성과도 적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크릴을 포함한 유용생물 자원량을 파악한 데 이어 남극 해저 퇴적층에서 고체 메탄가스 매장지를 발견했고, 남극 해빙의 미세조류에서 결빙 방지 단백질을 추출해 내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18차 월동대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남극에 서식하는 어류의 생태연구와 산업적 부가가치가 높은 신물질이나 유용물질 개발에 필요한 해양 미세조류·균주류의 시료 확보 및 이들에 대한 미생물학적·생태학적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자체 연구선이 없어 남극반도 주변 지역으로만 해양탐사활동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극지연구소가 건조중인 쇄빙선이 도입되는 2008년부터는 연구활동이 남극 전역으로 활대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지리적 한계로 못했던 남극 대륙의 빙하연구, 우주과학연구, 고층대기연구 등 남극대륙에서만 할 수 있는 연구들이 급진전하리라고 믿습니다. 이를 위한 제2기지 건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RIGHT]오효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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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