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妓生)은 전통사회에서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춤 및 풍류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여자를 뜻하는데 기녀(妓女)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관청에 기생을 두고 관기(官妓)라 하였는데, 주로 여악(女樂)과 의침(醫針)을 담당했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유명한 장금(長今)은 중종대에 활약한 실존 의녀였는데, 관기의 부류로 볼 수 있다. 옷을 만드는 관청인 상의원(尙衣院 : 상방이라고도 함)에서 일하는 기생은 상방 기생이라 하였다. 기생의 대다수는 연회나 행사 때 노래·춤을 맡아 하였고, 거문고·가야금 등의 악기도 능숙하게 다루었다.
기생 제도는 조선시대에 발전하여 자리를 굳히게 되었기 때문에 기생이라 하면 일반적으로는 조선시대의 기생을 지칭하게 되며, 사회계급으로는 천민에 속하지만 시와 글에 능한 교양인으로서 명성을 떨치는 경우도 있었다. 황진이, 이매창 등이 대표적이다. 연산군 시대 장녹수처럼 권력의 핵심에서 활동한 기생도 있었다.
기생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왕은 독재 군주 연산군이었다.
연산군 시대 기생은 운평·가흥청·흥청 등으로 등급이 나누어졌는데 흥청은 1등급 기녀였다. 연산군은 기생 제도를 확대 개편하여 창기로서 얼굴이 예쁜 자들을 대궐 안으로 뽑아 들였다. 전국의 개인 몸종과 지방의 관비, 그리고 심지어 양가 여성들까지 강제로 뽑아 올려졌다.
그 중에서도 왕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특별한 기생을 승격시켜 맑은 기운을 일으킨다 하여 ‘흥청(興淸)’이라 불렀다.
연산군은 흥청과 관련하여 새로운 명칭과 칭호를 많이 만들었다. 흥청의 보증인은 ‘꽃을 보호하고 봄을 보탠다’는 뜻의 호화첨춘(護花添春)이라 하였고, 흥청이 입는 옷은 ‘상서로움을 맞이하는 옷’이라 하여 ‘아상복( 祥服)’이라 하였으며, 흥청의 식료품을 저장하는 곳은 ‘화려함을 보호하는 창고’라 하여 ‘호화고(護華庫)’라 하였다. 아름다운 여자를 각 도에 가서 찾아내는 자를 ‘붉은 것을 캐는 사신’이라 하여 채홍사(採紅使)라 하고, 나이 어린 여자를 찾아내는 자를 ‘푸름을 캐는 사신’이라 하여 ‘채청사(採靑使)’라 하였다.
특히 연산군은 경복궁의 경회루를 흥청들과 즐기는 음탕한 놀이 장소로 삼았다. “경회루 못가에 만세산(萬歲山)을 만들고, 산 위에 월궁(月宮)을 짓고 채색 천을 오려 꽃을 만들었는데, 백화가 산중에 만발하여 기괴한 형상이었다. 누(樓) 아래에는 붉은 비단 장막을 치고서 흥청·운평 3천여 인을 모아 노니, 생황(笙簧)과 노랫소리가 비등하였다”는 <연산군일기> 1506년(연산군 12년) 3월 17일의 기록은 연산군의 사치와 향락 생활이 극에 달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경회루에서 국가 재정을 물 쓰듯이 쓰면서 흥청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하는 연산군을 두고 백성들은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는 말로 저주했다.
연산군의 폭정에 기름을 부은 여인은 기생 출신으로 일약 후궁의 지위에 오른 장녹수였다. 장녹수는 남모르는 교사(巧詐)와 요사스러운 아양으로 연산군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왕을 조롱하기를 마치 어린 아이같이 하였고, 왕에게 욕하기를 마치 노예처럼 하였다. 왕이 비록 몹시 노했더라도 장녹수만 보면 반드시 기뻐하여 웃었으므로, 상주고 벌주는 일이 모두 그의 입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연산군 폭정의 핵심인물이 되었다.
기생 제도를 확대 개편하여 사치와 향락을 일삼으며 자신의 욕심만 채운 연산군. 연산군의 폭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1506년 9월 진성대군(후의 중종)을 추대하는 ‘중종반정’이 일어났고, 강화도 교동도로 유배된 연산군은 불과 두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폭군’, ‘독재 군주’라는 호칭이 붙어 있다.
글·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