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송월동은 동화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1970년대까지 번화가였던 곳이지만 이후 젊은 사람들이 신시가지로 떠나며 낡은 건물만 남았다. 2013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시작되면서 이곳은 동화마을로 변신했고, 다시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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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옆에 자리 잡은 송월동 동화마을은 1882년 제물포조약 이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거주하던 마을이다. 치외법권이 적용된 이 마을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모여 살며 ‘부촌’으로 불렸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드나들며 번성했던 이곳은 1970년대 들어 퇴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서울이나 주변 신도시로 이주하면서 마을은 노인과 낡은 건물만 남게 된 것이다.
썰렁했던 마을이 달라진 건 2013년, 인천 중구청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하면서부터다. 주제는 세계명작동화. 마을 전체에 색을 입히고 조형물을 설치했다. 국비를 포함한 57억 원을 투입해 주거환경 개선에 나섰다. 도로시 길, 빨간 모자 길, 전래동화 길 등 테마길이 조성됐다. 그렇게 화려한 옷을 갈아입은 마을은 몇 년 사이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동화마을은 새롭게 조성한 것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가를 단장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일대에 위치한 200~300여 가구의 벽과 집 안마당, 골목에 동화를 테마로 한 조형물들이 만들어졌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길
송월동 초입에 위치한 커다란 조형물이 동화마을의 시작을 알린다. 경의선 인천역에서 나와 언덕길을 오르면 이 조형물이 보이는데, 입구를 지나면 도로시 길이 펼쳐진다. 평일 오후에도 사진을 찍는 연인들, 외국인 관광객들이 꽤 보였다. 주말이면 골목마다 사진을 찍는 가족들로 북적거린다는 사실이 짐작이 갔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길에는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토끼가 시계를 들고 뛰어가는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C영상미디어
▶ 1 동화마을의 시작을 알리는 조형물 2·3 송월동 동화마을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가를 단장한 것이 특징이다. 4 주말이면 피노키오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5 길게 이어지는 물고기 모양의 대형 벽화 ⓒC영상미디어
주도로는 동화마을길과 동화마을 안길이다. 200m 길을 따라가다 보면 벽화가 그려진 담장이 보인다. 깡통로봇을 지나쳐 빨간 망토를 입고 할머니를 찾아가는 빨간 모자 벽화다. 도로시 길의 초입에 있는 ‘카페 오즈’를 지나치면 아쉽다. 3층 건물 전체를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궁전 모습으로 꾸민 이곳은 ‘짜장빙수’와 ‘돌고래 피자’로 유명하다.
동화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벽화부터 입체 조형물까지 구석구석 조성된 이야기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길에는 토끼가 시계를 들고 다니고, 요정나라 길에는 피터팬과 팅커벨이 있는 식이다. 어린 왕자, 백설공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도 만나볼 수 있다.
구석구석 아이디어도 많다. 전봇대는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 줄기로 꾸며져 있고, 3층짜리 영진빌라는 백설공주가 사는 거대한 성 모양으로 되어 있다. 낡은 가스계량기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로 변신해 있는 등 동화 속 이야기를 재구성한 벽화와 재미있는 트릭아트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동화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유럽풍 시계탑 앞과 피노키오 조형물,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한 나무 앞이다. 주말이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동화마을 중간에 있는 트릭아트 스토리를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인천중구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39가지 트릭아트 외에도 거울미로, 블랙아트 등 흥미로운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동화마을에서 만난 인천 송도에 거주하는 김현정 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에서 본 주인공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는 너무 신기해하더라”면서 딸과 함께 동화마을을 찾은 이유를 전했다. 또한 산책을 끝내고 차이나타운에서 먹는 짜장면도 이곳을 찾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면서 무료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좋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임언영 | 위클리 공감 기자
인천아트플랫폼-개항장거리-차이나타운
동화마을만큼 재미있는 주변 볼거리
사람들이 인천 송월동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동화마을 이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짜장면을 맛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주목받은 인천아트플랫폼, 개항 당시 인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개항장거리 등 재미있는 공간이 많다.
‘예술부터 근현대사의 흔적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지난 2009년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창작스튜디오와 전시장, 공연장 등 13개 건물을 지역 작가와 예술가들을 위해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개항기 근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개관한 곳이라 멋스러운 공간이 특징이다. 최근 드라마 <도깨비>와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비롯한 각종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건물을 재해석하고 전시와 공연을 보는 재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공연과 밴드음악공연, 아트마켓, 거리인형극, 실내공연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이곳이 의미 있는 것은 1883년 개항 이후 건립된 건축문화재와 1930~40년대 건축물이어서 130년 동안 쌓인 근대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만큼 조형적인 가치가 있고,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붉은 벽돌 건물마다 개항의 역사를 품고 있다.
‘개화기 일본식 건물’ 개항장거리
차이나타운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19세기 말 개항기를 만날 수 있다. 개항장거리에는 개화기 일본식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은 건물의 지붕을 연결해 지은 장옥이나 건물 가운데 긴 복도가 있는 마치야식 가옥 등 특유의 건물 특징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럽식 창고건물과 일본식 적산가옥, 러시아인이 살았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인천의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
동화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차이나타운이 이어진다. 화교들이 거주하던 이곳은 짜장면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된 이후 중국인들이 모여 살면서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중국 음식점들이 즐비하던 이곳은 최근 양꼬치, 공갈빵 등을 파는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