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열풍이 대단하다. 원작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져 만화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리얼하게 담아 사회 초년생부터 중년의 직장인들까지 심금을 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마치 “우리 모두 다 그러하다”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듯 무섭게 공유의 물살을 타고 있다.
일은 언제나 인간에게 중요했다. 현대에는 경제적인 이유를 넘어 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그 중요성이 확대됐다. ‘일’은 삶의 높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아주 큰’ 희생이자 대가가 됐다. “아니, 일이 대체 뭐길래?”
매일같이 쏟아내는 우리의 우문에 현답을 더할 책을 소개한다. 사랑·불안·여행·건축·종교 등 다양한 개념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펼쳐온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일’에 관한 에세이다. 현대인의 ‘일’에 대한 가치를 찾는 데 목적을 뒀다.
저자의 글들을 본 적이 있는 독자들은 느꼈겠지만, 그의 글쓰기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철학에 가깝다. 그가 묘사한 회계사들의 일반적인 하루는 이렇다. “사무실에서 하루가 시작되면 풀잎에 막처럼 덮인 이슬이 증발하듯이 노스탤지어가 말라버린다. 이제 인생은 신비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감동적이거나, 혼란스럽거나, 우울하지 않다. 현실적인 행동을 하기 위한 실제적인 무대다.”
저자는 10개의 직업현장을 일일이 찾아가 취재하면서 르포 형식으로 풀어 썼다. 특유의 관찰력으로 완성된 표현들은 각 노동의 본질에 밀착하며 생생한 수기를 전달한다. 밥상에 올려진 흔한 참치 통조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거꾸로 추적하는 식이다. 남태평양 어부들의 원초적 살육현장인 참치잡이부터 숫자에 둘러싸인 회계, 기계장치 가득한 공장 등 물류 과정을 따라가면서 일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독자들은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현장마다 녹아 있는 땀의 가치를 함께 느낀다.
직업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사무실 상황이 열악한 직업상담사들에 대한 대목이 그렇다. “지구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가운데 하나여야 할 일에서 여행사 정도의 지위라도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이상하고 안타깝다.”
이외에도 나무의 모습이 어떤지 물감으로 표현하는 사람에게서, 출근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싣고 신문을 읽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일보다 높은 차원의 일을 만나게 된다.
얼핏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격려는 “당신의 일 또한 가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전쟁을 치르는 사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업무를 악착같이 완수하는 사람 모두 그 의미를 완성하고 있다고. “내게 이 일은 어떤 의미일까?” 이제 자신에게 던져진 가장 큰 화두에 조금 관대해지고 자신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박지현 기자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