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은 없다지만 변천은 있었다. 입체(3D)프린터 개발자,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자 등 이름조차 낯선 직업부터 이혼 상담사, 온라인 평판 관리원, 생활 코치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직업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해 시대 변화를 반영한 새 직업 26개가 <한국직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인포그래픽 참조).
<한국직업사전>을 발간해오고 있는 한국고용정보원은 2014년 직업세계 조사를 통해 기술의 발달과 사회 변화 등으로 새롭게 직업의 위치에 오른 26개 직업을 <한국직업사전>에 신규 등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롭게 <한국직업사전>에서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은 직업들은 ▶기술의 발달 ▶부문 간 융·복합에 따른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등장 ▶사회 변화에 따른 시장 수요 증가 등의 요인으로 직업세계에 새롭게 등장하거나 직업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로써 2014년 말 현재 <한국직업사전>에 직업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총 직업 수는 1만1440개가 됐다.
2012년 조사 때는 9298개였다. 당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4판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직업에는 입학사정관, 전기자동차 설계기술자, 반려동물 장의사 등이 있고 브라운관 개발원, 비디오 조립원, 카드 현금서비스 담당원이 소멸 직업에 포함된 바 있다.
3D프린터 개발자 등
시대의 변화 반영한 직업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은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라 변동하는 직업세계를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여 표준화된 직업명과 기초 직업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한국직업사전>을 발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직업에 대한 직업 총람이라 할 수 있다.
직무조사는 조사 대상 산업 및 대상 직무에 대한 예비분석을 통해 적절한 조사 사업체를 선정하고, 현장 직무조사를 실시하여 직무명세조사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1개 직업당 3개 사업체에서 직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나, 해당 직업이 존재하는 업체가 2개 이하인 경우는 예외적으로 1, 2개 업체에서만 직무조사를 실시했다. 직무조사 방법은 관찰법, 면담법, 비교분석법 등이 사용됐고 조사 직업에 따라 하나의 방법 또는 여러 조사방법이 함께 사용됐다. 직접 마케팅(DM), 이메일, 전화 상담, 직접 방문 등을 활용했으며 직무조사 대상자는 사업장의 사장, 인사 담당자, 공장장, 작업반장 등 현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했다.
<한국직업사전>은 수록 직업이 방대하여 몇 개 직종별(한국 고용직업 분류 24개 대분류 기준)로 직무조사를 실시하고 매년 <직종별 직업사전>을 발간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종합 정리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은 6, 7년 단위로 발간하며 2018년에 5판이 발간될 예정이다.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장은 “근로자나 기업체는 직업 현장에서 수행되는 직무를 표준화하는 자료로, 연구자는 직업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 진로 지도 전문가와 구직자는 진로·직업 탐색을 위한 직업 정보서로서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업세계가 빠르게 변화하므로 그에 맞는 미래 인재상을 명확히 한 후 선제적으로 교육 훈련 등 정부가 인력 양성 정책을 수립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6개 직업의 상세 정보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 워크넷(www.work.go.kr)에서 PDF파일로 내려받아 볼 수 있고, 4월부터는 데이터베이스 검색도 가능하다.
2015년 이 직업에 주목!
입체(3D)프린터 개발자 3D프린터(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3차원 도면을 바탕으로 실물의 입체 모양을 만드는 기계)를 개발한다. 3D프린터는 1980년대부터 상용화된 기술이기는 하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3D프린터의 활용성이 커짐에 따라 대중화되었다.
빅데이터 전문가 사람들의 행동 패턴 또는 시장의 경제 상황 등을 예측하며 데이터 속에 함축된 트렌드나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대량의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한다. 쇼핑, 금융 등 일상생활에서 인터넷 및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증대하고 SNS를 통한 소통이 증가하면서 이를 통해 축적된 디지털 정보인 빅데이터를 마케팅이나 여론조사 등에 활용한다.
산림치유 지도사 자연경관, 향기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 증진을 돕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개발·보급 및 지도한다.
생활 코치 코칭기법을 활용하여 개인, 부부, 청소년 등의 코칭대상자 스스로가 인간관계 개선, 인생의 의미와 목표 발견, 삶의 만족감 향상 등을 위한 방법을 찾고 실천할 수 있도록 상담이나 조언 등을 한다.
소순상 ‘녹십자헬스케어’ R&D기획팀 차장
▷소순상 ‘녹십자헬스케어’ R&D기획팀 차장(왼쪽)이 ‘2015 아랍 헬스 전시회’에참가해 바이어에게 웨어러블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발전 가능성 매우 큽니다”
하룻 동안 마신 물의 양과 건강 유지를 위해 마셔야 할 물의 양을 알려주는 ‘스마트컵’. 걷고 뛰며 일상생활에서 행한 활동량을 운동지수로 계산해 보여주며 게임 기능까지 갖춘 손목시계형 ‘스마트활동량계’. 건강도 똑똑하게 챙기는 시대, 이 같은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개발자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이다. 소순상 ‘녹십자헬스케어’ R&D기획팀 차장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헬스케어에 ‘스마트’라는 말을 특별히 붙이지만, 앞으로는 ‘헬스케어=스마트 헬스케어’라는 등식이 성립할 것이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스마트 기기와 의료·건강 관리 서비스(기기)의 결합이다.
스마트 헬스케어의 개념은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10년에 등장해 최근에는 모바일 앱을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이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로 확장됐다.
“체중, 혈당,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단순 기기에서부터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전문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사물인터넷(IoT)과 연계한 다양한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및 비만인구 증가, 만성질환 인구의 증가로 스마트 헬스케어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스마트 헬스케어가 정보기술(IT)과 제조, 서비스 산업의 융·복합인 만큼 해당 직업 종사자는 제품 간 통신 및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소 차장은 휴대폰 제조사에서 유·무선 통신을 통한 휴대폰과 TV, 자동차, 웨어러블 장치 등 이종 제품들의 융합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여러 분야의 전문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과 적합한 융·복합 대상을 찾기 위해 다방면에 호기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두말할 것 없다.
“일상에서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한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평소 많이 걷고 뛰며 물도 자주 마신다. 개발 과정에서 10㎏ 이상 체중 감량도 하고 건강도 좋아져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가치를 몸소 체험하게 됐다.” 아직 국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크지 않다. 녹십자헬스케어는 의료기기 등록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생활제품으로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더불어 소 차장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관리 활동을 포인트화해 국민들의 관심을 높인다면 국민 건강도 증진되고 의료비도 줄고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이혼 상담사 이병철 '디보싱' 대표
▷많은 사람이 부부 관계를 고민하지만 ‘이혼’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사회.이들을 위해 이병철 ‘디보싱’ 대표는 이혼 상담사 1호가 됐다.
“이혼 조장하는 직업?
부부 이해와 화해를 돕지요”
“이혼을 조장하는 직업이라 오해하지 말아달라.” 이병철 ‘디보싱(이혼 컨설팅 회사)’ 대가 꺼낸 첫마디다. 상담은 왜 이혼을 원하는지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을 경우 서로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도 확인해본다. 이혼 상담의 전제는 이혼이 아닌 이해와 화해에 있다.
“이혼을 원하는 사람의 30% 정도는 부부가 잘 조율하면 이혼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당사자가 풀 수 없는 부부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해주는 게 이혼 상담사의 역할이다.”
현실적으로 이혼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재산 분할, 양육권 문제, 이혼의 책임소재 파악 등에 대해 법적, 재무적 상담도 해준다. 이혼 상담사가 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후에는 변호사, 재무관리사 등을 알선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대표는 이혼 후 양육이나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이혼을 원하는 경우에는 경제적 기반 등 현실적 독립이 가능한 조건이 마련될 때까지 이혼을 미루라고 조언한다.
“당장 감정에 치우쳐 이혼을 강행하기보다는 이혼 후 생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준비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시간 동안 부부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
10여 년 전, 이혼 상담사의 도움이 가장 절실했던 사람은 이병철 대표 자신이다. 38세에 이혼한 이 대표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종교단체나 지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조언이라고 해봐야 고작 ‘그냥 참고 살라’는 게 다였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낸 후 스스로 이혼 상담사가 되기로 했다. 우리나라 이혼 상담사 1호다.
“보통 사람이 이혼 후 감정적 회복을 하는 데에만 대략 3년이 걸린다. 이혼 과정뿐 아니라 이혼 후의 심리 상담을 하는 것도 이혼 상담사의 역할이다. 경험자로서 누구보다 그들을 잘 이해한다.”
이 대표는 직업의 표준화를 위해 교육과정과 민간 자격증도 개발했다. ‘디보싱’에 이혼 상담사로 취직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자로 등록하려면 자격증 취득은 선택이지만 심리학, 가족법, 재무컨설팅 등 몇 개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후 개인 역량에 따라 상담 실습 실무과정을 거친다.
“40, 50대의 여성, 다방면의 사회활동 경험과 소통 능력 및 이해력을 갖춘 이가 이혼 상담사에 가장 적합하다. 이론적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이병철 대표는 이혼 상담사에 대해 ‘나이가 들수록 빛을 발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