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각질제거제나 치석 치약에는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 불리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이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치석 치약에 함유된 미세 플라스틱은 정화시설에 걸러지지 않고 독성 물질의 매개체가 될 수 있어 미국에서는 내년 7월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shutterstock
미세 플라스틱은 지름 5mm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생산 당시부터 작게 제조된 ‘1차 미세 플라스틱’과 큰 플라스틱이 풍화작용 등에 의해 마모되거나 쪼개져서 작아진 ‘2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이 중 각질제거제, 치약 등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비즈는 1차 미세 플라스틱에 속한다.
마이크로비즈는 각질 제거와 세정용으로 각종 화장품은 물론 치태 및 치석 제거용 치약에도 사용된다. 작은 알갱이가 피부 또는 치아 표면에 닿으면서 때를 벗기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간 치약이나 세정제를 사용하면 묵은 노폐물이 제거된 듯한 개운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이 알갱이의 주성분이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즉 물에 녹지도 않고 웬만해서는 부서지지도 않는다. 게다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기 때문에 정화시설에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로 흘러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7월 발표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보고서를 보면,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 생태계의 기초인 동물성 플랑크톤에서부터 갯지렁이, 새우, 게, 가재, 작은 청어는 물론 대구와 참다랑어 등의 대형 어류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종에서 발견됐다. 바다생물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있을 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통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세 플라스틱은 자석처럼 유해물질을 끌어당기는 성질도 갖고 있어 바다에 잔류하는 여러 가지 독성 물질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가 다시 우리의 밥상에 올라와 결국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 5개국은 유럽연합(EU) 전체에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최근 영국과 대만도 마이크로비즈를 규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돼 2017년 7월부터 치약을 포함해 물로 씻어내는 개인 미용 및 위생용품에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마이크로비즈’ 들어간 각질제거제•치석 치약 No
천연팩•곤약 스펀지•올바른 양치질 습관 Yes
미세 플라스틱의 대체 성분을 사용하고 싶다면 호두 껍데기 가루, 오트밀 등 천연 유기물질을 넣은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레몬, 포도, 사과 등에서 얻어지는 아하(AHA)나 바하(BHA) 등의 성분이 든 화학적 각질제거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극세사로 된 세안용 장갑이나 곤약으로 만든 스펀지도 각질 제거 등에 효과적이다. 흑설탕을 사용한 팩(흑설탕 2 : 꿀 1, 흑설탕 3 : 물 5 : 오일 2)이나 곡물 가루를 활용한 스크럽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다.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려면 기능성 치약을 사용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양치질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다. 한 치의학 박사는 “치약은 치아 건강에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라며 “어떤 치약을 쓰느냐보다 제대로 된 칫솔질과 입안을 깨끗하게 헹궈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글 · 김가영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