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긴장된 마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봤을 문재인 대통령. “어제는 잠 못 이룬 밤”이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 심정을 짐작케 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북미 사이의 ‘길잡이’ 역할을 자처하며 수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주선해왔다. 6월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문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싱가포르 회담을 생중계로 시청했다. 북미 정상의 ‘세기의 악수’가 이뤄지자 비로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종료된 후 즉각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며 축하와 환영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센토사 합의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의 진보”라고 평가했다. 이어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마침내 이뤄낸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며 “김정은 위원장도 세계를 향해 과감하게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의 주역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나갈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 북미정상회담 당일과 전날, 이틀 연속으로 통화한 건 한미 외교사의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 큰 바탕을 이뤄놓았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실무진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둘 사이에 돈독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또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기로 약속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뭔가 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비핵화 의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6월 14일 한국을 찾았다. 4·27 남북정상회담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 회담 결과를 설명했듯 북미회담 성사를 주도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4일 청와대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 성과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인이 전쟁, 핵, 장거리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점”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공동성명 채택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가 전쟁과 적대의 시대에서 벗어나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는 아주 역사적인 위업”이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데 많은 분들의 공로가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주최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성공적 회담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그 의지가)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크게 뭔가를 이뤄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이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한미 간 공조 체제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6·25전쟁 기간 동안의 전사자 유해 발굴·송환 작업을 남·북·미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6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NSC 상임위원회는 평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데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 전체회의가 소집된다. 문 대통령은 NSC에서 북미 정상이 최초로 만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약속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고강도 핵실험과 15차례의 미사일 발사, 그에 따른 고강도 제재와 압박의 악순환으로 한반도는 전쟁 위기설까지 돌며 절체절명의 시기를 보냈다. 이를 상기할 때 괄목할 만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번영의 목표를 두고 남·북·미 모두가 확실한 공감대를 형성한 점을 주목했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안보 과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육지 속 섬에서 벗어나 남북을 연결하고 대륙과 해양을 가로지르면서 평화와 번영의 대전환의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도전을 생각할 때”라며 한반도의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북미정상회담 관련
문재인 대통령 입장문
역사적인 북미회담의 성공을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하며 환영합니다. 5월 26일 통일각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만났을 때, 그리고 바로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조심스레 회담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70년에 이르는 분단과 적대의 시간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실조차 믿기 어렵게 하는 짙은 그림자였습니다.
낡고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변화를 선택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두 지도자의 용기와 결단에 높은 찬사를 보냅니다. 6월 12일 센토사 합의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의 진보입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마침내 이뤄낸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세계를 향해 과감하게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의 주역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회담 성공을 위해 노력해준 리센룽 총리와 국제사회의 모든 지도자들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갈 것입니다.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 써나갈 것입니다. 그 길에 북한과 동행할 것입니다.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는 행동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가 온전히 이행되도록 미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와 아낌없이 협력할 것입니다.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고, 공존과 번영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8년 6월 12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