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는 ‘국민 빚’ 아닌 ‘국민 자산’ 총알 아끼는 것보다 이기는 게 더 중요”

2020.09.28 최신호 보기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2021년 예산안 발표 이후 국가채무와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도록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나, 논의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대미문의 보건·경제 복합 위기인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한국 경제는 2024년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수입 증가율은 3.5%, 총지출 증가율은 5.7%로 예상한다. 수입보다 지출 증가율이 높으니 적자는 더 불어난다. 2022년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넘어서고, 국가채무 비율은 50% 선을 뛰어넘는다. 효율적인 예산 편성과 위기 이후의 재정관리 등 재정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준경(사진) 교수에게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들었다.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재정정책은 경제 위기가 경기 침체, 공황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엄청난 인적, 경제적 어려움을 일으키고 있다. 단기적으로 위축된 수요와 끊어진 공급망에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는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판 뉴딜이든 무엇이든 정부가 직접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확장 재정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금리를 내리고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는데, 지금은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나서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1차 재난지원금은 내수 붕괴를 신속하게 막는 효과는 발휘했다고 본다. 금융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등으로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사용 기간을 정하고 사용처도 소상공인 등으로 한정해 돈의 흐름을 유도했다.
 
위축된 내수만큼 정부가 보완해야
-확장 재정을 위한 재원 조달로 나랏빚 증가 속도가 급격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이 위축되고 내수가 부족해지면서 국가채무가 커진 것이다. 거시경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국가이고, 대외채권국이다. 외국에 빌려준 돈이 더 많은 나라이면서, 달러가 순유입되고 있다. 지금의 국가채무는 국민이 갖는 국채 자산으로 볼 수 있다. ‘국민 빚’으로 보면 부담스럽지만 ‘국민 자산’으로 보면 여유가 있다. 국민 소비는 줄고,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민간이 안 쓰면 정부가 대신 써서 경제를 순환시키는 게 중요하다. 거시경제를 쪼그라들지 않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재정건전성은 그다음에 따져야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적정 수준을 두고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수치를 정하기보다는 위축된 내수만큼 정부가 보완해줘야 거시경제가 지켜진다. 지금은 전쟁 상황이다. 이기는 게 중요하지, 총알을 아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재정건전성 때문에 총알을 쓰지 말라는 말은 안 된다.
 
-정부가 확정해 국회에 심의를 요청한 2021년 예산안은 555조 8000억 원 규모다. 재정 총량으로 충분하다고 보나?
=2020년에 이어 다시 슈퍼예산이라고 하지만 추경 대비 증가율이 크지 않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있지만 정상 경로 안에서 산정했다고 본다. 2021년 예산안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의 버팀목을 마련하고 한국판 뉴딜의 물꼬를 트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쟁 같은 시국 재정준칙 도입 신중해야
-정부가 재정준칙을 내놓겠다고 한다.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나?
=정부가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가 좋을 때면 몰라도, 전쟁 같은 시국에 재정준칙 도입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재정준칙에 특정 숫자를 명시해 엄격히 규정하는 것은 스스로 손발을 묶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나라들도 거의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국가재정 운용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일면적 강조를 경계한다.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가계처럼 몇 년 안에 갚고 하는 게 아니다. 국채는 신뢰를 바탕으로 계속 관리할 수 있다. 즉 긴 안목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과 고령화, 저출생 시대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소극적인 자세다. 오히려 좀 더 적극적인 재정 투입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어떤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보나?
=앞서 말했듯이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급선무다.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돈을 써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생과 산업생태계도 바꿔야 한다. 사교육, 주거, 돌봄 등에 정부 재정을 투입해 출산율을 높이는 게 생산성과 성장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때다.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재정집행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나아가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길이다. 일례로 경기도 판교의 게임산업을 보자. 정부가 나서 제도 개선과 인프라 투자를 실천하면서 민간 게임회사들이 생기고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이게 정부가 할 일이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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