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탕그랑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통상당국 관계자들이 “한·인도네시아 CEPA가 실질 타결됐다”고 선언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인구 4위(2억 7000만 명), 평균 나이 29세의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최근 연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1조 422억 달러(세계 17위)로 아세안(ASEAN) 회원국 전체의 40%에 이르는 경제 규모를 갖고 있지만 한국과 교역 규모는 미미한 편이다. 2018년 교역액(수출+수입)은 200억 달러로 한·베트남 교역액 683억 달러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세계 경기둔화와 유가 불안 등이 겹치며 2016년까지 교역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양국은 2012년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시작했으나 입장 차로 2014년 2월 제7차 협상 이후 후속 협상은 중단된 상태였다.
한국 수입품목 가운데 95.5% 관세 철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자카르타에서 신남방정책을 선언하는 등 인도네시아 시장을 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2018년 9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정상 간 CEPA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올해 2월 양국 통상장관이 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양측은 상품, 서비스, 투자, 원산지, 협력, 총칙 등 6개 협상 분과에서 10차례 협상으로 입장 차를 좁혀나간 끝에 10월 16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엥가르티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탕그랑에서 “한·인도네시아 CEPA가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함께 선언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이 96%에 이를 만큼 일본의 시장 점유율이 매우 높았지만, 이번 CEPA 타결로 한국은 일본보다 전반적으로 유리한 수준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은 수입품목 가운데 95.5%의 관세를, 인도네시아는 93.0%의 관세를 철폐했다. 이에 따라 시장 개방 수준이 한국은 품목 수 기준으로 90.2%에서 95.5%, 수입액 기준 93.6%에서 97.3%로 올라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품목 수는 80.1%에서 93.0%, 수입액으로는 88.5%에서 97.0%로 개방도가 높아졌다. 일본과 비교하면 품목 수는 일본(93.3%)과 비슷한 93.0%이고 수입액은 일본(94.4%)보다 높은 97.0%에 이른다.
특히 철강 제품, 자동차, 합성수지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 일본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확보했다. 자동차용 철강 제품인 열연강판(관세율 5%), 냉연강판(5∼15%), 도금강판(5∼15%)과 합성수지(5%), 자동차 및 부품(5%) 등 주요 품목의 관세가 발효 시부터 무관세가 적용된다. 섬유와 기계요소 등 중소기업의 품목도 상당수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유 본부장은 “인도네시아는 이미 신남방 최대이며, 앞으로도 더욱 성장이 예견되는 시장”이라면서 “이번 CEPA를 통해 2007년 체결한 한·아세안 FTA에 근거하던 양국 간 통상 관계를 몇 단계 더 향상했다”고 말했다.
다만 민감성이 높은 주요 농·수·임산물은 양허 제외 등으로 보호한다. 인도네시아 쪽 관심 품목에 대해서도 한·아세안 FTA의 개방 수준을 고려해 관세를 일부만 감축하거나 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기로 했다. 서비스·투자 부문에서는 한·아세안 FTA보다 개방 수준을 크게 확대해 온라인 게임, 도·소매 유통, 건설 서비스 등 한국의 관심 분야를 신규 개방하고 인도네시아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율을 개선했다. 과학기술·소프트웨어(SW)·로봇 등 고급 전문인력은 양국 간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개발도상국 상생형 협력모델 틀 제시
이번 CEPA는 개발도상국과 상생형 협력모델의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양국은 자동차 등 산업개발, 에너지, 문화, 인프라,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경제개발 과정에서 산업 육성,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과 관련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고 기술·인력·기업이 참여할 길을 열었다.
양국은 기술적으로 남은 사안을 마무리한 뒤 연내 최종 타결을 선언할 방침이다. 이어 법률 검토와 영향 평가, 국내 절차를 거쳐 2020년 상반기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명 뒤 국회 비준을 마치면 한·인도네시아 CEPA가 공식 발효된다.
현재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양자 FTA가 체결된 나라는 싱가포르와 베트남뿐이다. 정부는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전까지 타결을 목표로 필리핀, 말레이시아와도 각각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 나라는 아세안 국가 가운데 4, 5번째 교역국으로 2018년 교역액이 각각 192억 달러, 156억 달러에 이른다. 내년에는 캄보디아 등 다른 아세안 국가와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50일 앞둔 10월 6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주요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보호무역 추세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자유무역 질서가 강해져야 한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미 한·아세안 FTA가 체결돼 있지만, 추가적 자유무역 증진을 위해 양자 FTA 체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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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