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아기 구조 ‘베이비 박스’ 다큐

2019.03.11 공감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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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박스>


<드롭박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2016년 5월에 개봉했다. 미국인 브라이언 아이비 감독은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주사랑공동체 교회에 찾아가 베이비 박스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이종락 목사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담아 극장용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영화는 베이비 박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종락 목사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아들의 심각한 장애로 온 가족이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때 병원에서 질병이나 장애로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고 그들을 입양해 키우기 시작했다. 2009년 즈음에는 길에 버려진 아기들을 보게 되었는데,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아기가 죽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를 막을 방도를 찾던 중 누군가 동영상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동영상에는 체코의 베이비 박스가 소개돼 있었는데, 이를 본 이종락 목사는 직접 베이비 박스를 만들어 교회 담장에 설치했다. 이후 한 해에 약 200명씩, 지금까지 15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왔다.

베이비 박스에 아기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벨이 울린다. 그러면 밤낮으로 베이비 박스를 지키는 이종락 목사가 즉시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온다. 교회 식구 중 한 명은 밖으로 뛰어나가 아이를 두고 간 사람을 찾아 대화를 시도한다. 상담 끝에 친부모가 아이를 다시 데려가는 일도 열 명 중 한 명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는 교회에 맡겨진다.

l▶영화 스틸컷

교회 담장에 설치…유엔은 폐지 권고
아이가 들어오면 교회는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기의 유전자 검사를 한 뒤 아기를 관악구청으로 인계한다. 구청에서는 건강검진을 한 뒤 아기를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보낸다. 그곳에서 입양, 가정위탁, 보육시설 등으로 갈 길이 갈리는데, 대다수의 아기들이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상황이다. 아이를 위해서는 입양이 가장 좋지만, 현행법상 아이의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양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227명의 아기들이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왔는데, 이 중 73%에 이르는 166명이 보육원으로 갔다.
현행법상 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는 정부 인정을 받은 공식적인 아동보호단체가 아니며,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두는 것도 영아유기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272조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할 수 없을 때, 이 밖에 다른 이유로 영아를 유기한 때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길거리에 유기해 아이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경우와는 다르다고 인식해 수사가 이뤄지진 않는다.

베이비 박스에 대해서는 존폐 논란이 있다. 유엔(UN)에서는 세계 각국의 베이비 박스를 없앨 것을 권고했다. 영아 유기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고, 친부모에 대한 기록 없이 아이들이 버려지도록 방치해 아이가 자신의 유전적 정체성에 대해 알권리를 박탈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비영리단체(NPO) 연대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시민사회 연대 보고서에 담긴 국내 아동 유기에 관한 현황을 근거 자료로 삼는다. 전문가들도 민간이 운영하는 베이비 박스가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012년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의해 출생신고를 마친 아이들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베이비 박스 유기가 증가하고, 국내 정식 입양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베이비 박스에 유기된 아이들의 경우 보호자의 59%가 미혼모이고, 17.5%가 이혼소송 중이거나 외도로 인한 출생이다. 따라서 출생신고를 꺼리거나 아예 불가한 경우가 많아, 이들을 위한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l▶영화 스틸컷

출생 기록 없는 경우 많아 입양 길 막혀
2012년 이전에는 친부모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입양기관을 본적과 주소로, 입양기관장을 후견인으로 삼아 출생 등록을 하고 바로 입양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아이의 출생 등록을 가정법원에 제출하고 재판을 통해 입양 허가를 받도록 바뀌었다. 이처럼 입양 요건을 까다롭게 만든 것은 과거 ‘고아 수출국’으로 비난받던 무분별한 입양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아동이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며, 나중에 찾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동 인권의 침해에 해당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입양특례법을 다시 고쳐, 출생신고 없이 입양이 가능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는 2016년부터 출생 기록을 남기기 두려워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명서를 세분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통상 사용하는 일반 증명서에는 ‘현재의 가족관계, 신분 사항’ 등 필수 정보만 담고, 과거 출산이나 입양 보낸 사실 등을 포함한 전체 기록은 상세 증명서에 담아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조치로 보기 힘들다. 이종락 목사와 지역구 오신환 의원 등은 모든 아동의 출생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이루어지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시행을 전제로, 출생 기록이 남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에 한해 비밀출산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밀출산제는 가명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법원에만 기록을 남게 하여, 추후 양쪽이 합의되었을 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또한 비밀 출산으로 아이를 낳은 경우, 산모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미혼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며 아기 아버지에게도 양육비를 지원하도록 강제해 가능한 한 미혼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여의치 않은 경우 입양 절차를 밟게 하는 등의 제도적 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황진미_영화평론가, 대중문화 평론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이고, 보건정책학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2002년에 <씨네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등단한 후 <한겨레> <창비 어린이> 등 많은 매체에 영화와 대중문화 관련 글을 기고해왔다. 텍스트의 사회적인 의미에 주목하고 여성, 장애, 노동, 아동, 외국인, 성소수자 등 소수자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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