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실내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2017~18시즌 남자 프로농구가 지난 10월 14일 개막해 5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팀인 안양 KGC인삼공사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올해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2018년 3월 13일까지 이어지며 이후 상위 6개 팀이 벌이는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정규리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팀당 54경기씩 총 270경기가 치러진다.
전주 KCC와 서울 SK는 이번 시즌 ‘양강’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10개 구단 사령탑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목을 받았다. KCC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슈팅 가드 이정현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해 기존의 전태풍, 하승진, 안드레 에밋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SK 역시 기존의 김선형, 최준용, 변기훈, 최부경, 김민수, 테리코 화이트 등에 ‘해결사’ 애런 헤인즈를 새로 영입하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추승균 KCC 감독은 “이젠 더 내려갈 데가 없다”며 의지를 보였고, 문경은 SK 감독은 “2년 동안 성적이 안 좋았는데 새 시즌을 많이 기다렸다. SK다운 농구, 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이기는 경기를 해서 명문 팀으로 가는 발판이 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5월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이정현(오른쪽)이 조진호 전주 KCC 사무국장과 계약서에 서명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디펜딩 챔피언 KGC인삼공사도 두 팀을 견제할 만한 후보다. 이정현이 빠졌지만 골밑의 오세근과 데이비드 사이먼, 포워드 양희종 등이 건재하다.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쉬움을 떨쳐내려는 서울 삼성은 김준일과 임동섭 등 주축 멤버들이 입대, 전력이 다소 약해졌으나 FA로 베테랑 포워드 김동욱을 데려갔고 골밑에는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버티고 있어 해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이 세 팀 외에 울산 현대모비스, 창원 LG 등을 ‘6강 후보’로 꼽는다. ‘만수’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영원한’ 강자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은 이종현이 적응을 마쳤고 기존의 양동근, 함지훈 등이 버티고 있다. ‘매직 히포’ 현주엽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LG는 김시래, 조성민, 김종규의 국내 선수 트리오에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조쉬 파월이 가세해 창단 첫 우승을 갈망하고 있다.
반면 고양 오리온과 원주 DB는 ‘2약’으로 분류됐다. 오리온은 최근 2년간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정규리그 2위 등의 성적을 냈으나 이승현과 장재석이 입대하고 김동욱, 정재홍이 FA로 이적한 공백이 커 보인다. 이상범 감독을 새로 선임하고 팀 이름도 동부에서 바꾼 DB 역시 허웅이 입대했고 윤호영은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38세 베테랑 김주성과 두경민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매 시즌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천 전자랜드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조쉬 셀비의 득점력에 기대를 걸고 최근 3년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부산 KT는 중상위권 도약을 노린다.
‘새 얼굴’을 주목하라
이번 시즌에도 새 무대, 새 팀에서 첫선을 보이는 새 얼굴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연봉 킹’ 이정현이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의 통합 우승을 이끈 뒤 FA 자격을 얻어 전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계약 조건이 총액 9억 2000만 원(연봉 8억 2800만 원·인센티브 9200만 원)으로 프로농구 사상 첫 연봉 9억 원 시대를 열었다. 김동욱은 2011년 12월 가드 김승현(은퇴)과 트레이드돼 오리온 유니폼을 입은 지 5년 반 만인 지난 5월 친정 삼성으로 복귀했다. 이 밖에 오리온에서 SK로 옮긴 가드 정재홍, 반대로 SK에서 오리온으로 이적한 센터 송창무 등도 유니폼을 갈아입고 새 출발을 알린다.
외국인 선수 중에선 SK로 돌아간 헤인즈에게 관심이 쏟아진다. SK는 7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대리언 타운스를 선발했으나 함량 미달로 판단해 2012~13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주역 헤인즈를 다시 불러들였다. 헤인즈는 2008년 삼성을 시작으로 현대모비스, LG, SK, 오리온 등을 거치며 ‘한국형 용병’으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 시즌까지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8333점), 최다 출전(411경기) 기록 보유자다. 트라이아웃 당시 최대어로 평가받은 DB의 디온데 버튼, 전체 1순위 셀비, NBA 경력자 파월 등은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 10월 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2017-2018 정관장 KBL 울산 현대모비스 대 서울 SK의 경기. 서울 헤인즈가 리바운드하고 있다. ⓒ연합
사령탑에도 ‘루키’가 있다. LG가 지휘봉을 새로 맡긴 현주엽 감독은 코치 경험 없이 발탁된 ‘깜짝 카드’다. 아울러 문경은 감독, 이상민 감독, 추승균 감독 등과 함께 1990년대 농구대잔치 세대 지도자로 합류해 인기몰이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DB는 2011~12시즌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이상범 감독을 영입했다.
이달 말 예정된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서도 새 얼굴들이 대거 코트에 발을 들여놓을 예정이다. 허훈(연세대)과 양홍석(중앙대)을 비롯해 김낙현(고려대), 유현준(한양대) 등 대한농구협회(KBA) 소속 선수 38명이 포함됐다. 일반인 테스트에서 합격한 이주한(미국 브리검영대) 등 6명도 명함을 내밀었다. 허재 대표팀 감독의 둘째아들 허훈이 ‘최대어’로 꼽히는 가운데 장신 포워드 양홍석도 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많은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김주성이 역대 세 번째로 1만 득점을 돌파했고, 주희정(은퇴)은 사상 첫 1000경기 출전과 1500스틸 등의 대기록으로 KBL의 ‘전설’로 남았다. 올 시즌에도 벌써 다양한 기록이 나오고 있다. 개막전에서 KT를 81-73으로 꺾은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첫 10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쌓았다. 개막전 1승을 보태 통산 569승을 기록 중인 유 감독은 남은 54경기 중 31승을 거두면 사상 첫 600승을 달성하게 된다. 또 오리온의 포워드 문태종은 개막전에서 프로농구 최고령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 1975년 12월생인 문태종의 나이는 이날로 만 41세 10개월이 됐다. 이창수(은퇴)가 가진 국내 선수 최고령 기록(41세 8개월)과 아이라 클라크가 가진 외국인 선수 최고령 기록(41세 9개월)을 모두 넘어섰다.
앞으로도 계속 기록 잔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주성은 역대 득점 2위 자리를 노린다.
김주성은 지난 시즌까지 1만 4득점을 기록하고 있어 역대 득점 2위 추승균(1만 19점)을 불과 15점 차로 추격했다. 2002~03시즌 데뷔한 김주성은 15시즌 만에 역대 2위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1위는 서장훈(은퇴)의 1만 3231점이다. 이 밖에 득점 기록으로는 헤인즈가 8333점을 기록해 9000득점까지 667점을 남겨두고 있다. 양동근(현대모비스)은 6617점을 기록 중인데, 385점을 더할 경우 7000점 고지를 밟게 된다. 그는 어시스트에서도 2717개를 기록해 3000어시스트까지 283개만 남겨두고 있다. 리바운드에서는 문태영(삼성)이 2682개, 라틀리프가 2672개를 기록하고 있어 함께 3000리바운드에 도전한다.
한편 이번 시즌 221㎝의 하승진과 문태종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각각 ‘최장신’, ‘최고령’ 선수로 기록됐다. KBL이 내놓은 선수 자료에 따르면 10개 구단에서 가장 큰 선수는 하승진, 최단신은 174㎝인 이현민(KCC)과 박재한(KGC인삼공사)이다. 외국인 선수 최장신은 206.7㎝의 로드 벤슨(DB), 최단신은 186.7㎝의 셀비다. 나이는 문태종이 최고령, 1996년생 송교창(KCC)이 최연소다. 국내 선수 보수 순위 1위는 연봉 9억 원의 이정현이다.
테크니컬 파울 퇴장 규칙, 더 엄격해져
올 시즌 KBL 리그의 눈에 띄는 변화는 축구처럼 A매치 휴식기를 도입하기로 해 두 차례나 시즌이 일시 중단된다는 점이다.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이 펼쳐지면서 11월 23일 뉴질랜드 원정 경기와 27일 중국과 홈경기가 잡혀 있다.
KBL은 경기가 열리는 한 주 동안 리그를 중단하고 대표팀은 A매치 휴식기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에 선수를 소집할 수 있어 11월 20~27일까지 KBL 리그는 쉰다. 이어 내년 2월에도 23일 홍콩, 26일 뉴질랜드전이 포함된 두 번째 대표팀 소집 일정(19~26일)이 휴식기로 이어진다. 축구처럼 A매치가 열리는 기간 선수 차출 형평성을 고려하고, 국제대회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복안이다.
이 밖에 지난 시즌에는 테크니컬(T) 파울 2개나 언스포츠맨라이크(U) 파울을 2개 범한 선수에게 퇴장을 명했던 것과 달리 이달부터 개정된 FIBA 룰을 적용해 T파울 1개와 U파울 1개가 부과되면 퇴장을 내릴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는 10월 30일 실시돼 2라운드가 시작되는 11월 5일부터 코트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인선수상 수상 기준은 종전 ‘27경기 이상 출전’에서 ‘출전 가능한 경기 가운데 절반을 넘기는 것’으로 변경된다.
평일 경기는 종전처럼 오후 7시에 시작하지만 주말엔 오후 2시와 4시에서 오후 3시와 5시로 늦춰졌다.
성환희 | 한국일보 스포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