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실내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2018~2019시즌 프로농구와 배구가 지난 10월 13일 동시에 개막해 5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새 시즌에 임하는 두 종목의 각오는 사뭇 다르다. 농구는 나날이 추락하는 인기에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여자프로농구 구리KDB생명은 구단 해체를 결정해 충격을 줬고, 남자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신장 제한 규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반면 배구는 지난 시즌 명승부와 기록 잔치 속에 인기도 치솟았다. 여자배구 포스트시즌 전 경기의 케이블TV 시청률은 평균 1.02%를 기록했고, 챔피언결정 2차전은 2.8%로 같은 시간대 프로야구 시청률(0.47~1.37%)을 훌쩍 뛰어넘었다.
농구는 ‘1강 현대모비스’ 배구는 ‘타도 대한항공’
여자배구 포스트시즌 평균 관중 수는 3579명으로 12년 만에 V리그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배구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시즌이었다. 배구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농구는 명예 회복을 위해 나란히 다시 출발선에 섰다.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내년 3월 19일까지 5개월 동안 이어지고 이후 상위 6개 팀이 나서는 플레이오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이 4월까지 치러진다. 10개 팀이 팀당 54경기씩 치르는 정규리그가 시작되자마자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울산 현대모비스는 지난 10월 13일 개막전에서 부산 KT를 101-69로 대파했다.
▶ 프로농구가 개막한 10월 13일 오후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SK와 원주DB의 경기. DB 김현호의 슛을 SK 김민수가 블로킹하고 있다. ⓒ연합
현대모비스는 팀당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KBL리그에서 유일하게 ‘세 번째 용병’을 손에 넣었다. 귀화한 라건아(리카르도 라틀리프)다.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를 앞두고 드래프트를 통해 2012년부터 세 시즌 동안 팀에서 활약했던 라틀리프를 다시 데려오는 행운을 얻었고, 혼혈 슈터 문태종까지 영입해 ‘탈KBL급’ 라인업을 꾸려 네 시즌 만에 챔프전 우승 도전 전력을 갖췄다.
현대모비스의 대항마로는 하승진, 전태풍, 이정현으로 이어지는 토종 라인에 지난 시즌 인천 전자랜드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194㎝),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서 뛰었던 마퀴스 티그(185㎝)를 영입한 전주 KCC가 꼽힌다. 반면 지난 시즌 1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와 준우승팀 원주 DB는 개막 2연전에서 각각 1승1패, 2연패로 만만치 않은 여정을 예고했다.
▶ 10월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경기. 삼성화재 박철우가 스
파이크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
프로배구는 남녀부 일정 분리 두 번째 시즌을 맞아 여자부 시즌은 22일 한국도로공사-IBK기업은행의 대결로 문을 연다. 남녀부 모두 정규리그에서 6라운드를 치러 남자부는 4위, 여자부는 3위 안에 들어야 ‘봄 배구’를 할 수 있다. 남자부는 팀당 36경기, 여자부는 30경기를 각각 벌인다. 지난 시즌 창단 첫 정상에 오른 남자부 대한항공은 올 시즌에도 밋차 가스파리니를 붙잡아 전력 누수 없이 2연패를 노린다. 자유계약선수(FA)로 전광인을 영입해 문성민, 크리스티안 파다르와 ‘삼각편대’를 구성한 현대캐피탈, FA 레프트 송희채를 품은 삼성화재가 도전자로 꼽힌다.
이번 시즌에도 새 무대, 새 팀에서 첫선을 보이는 새 얼굴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라건아와 문태종 외에 지난 6월 2 대 2 트레이드를 한 창원LG와 KGC인삼공사의 손익 결과도 주목된다. 두 팀은 강병현과 이원대(이상 LG), 기승호와 배병준(이상 KGC인삼공사)을 맞바꿨다.
달라지는 룰, 관전 길잡이
문태종이 떠나고 전정규가 은퇴한 고양오리온은 베테랑 슈터 박상오와 LG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 최승욱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이 밖에 서울 삼성 김현수, DB 이광재, 부산 kt 조상열 등도 새 팀에서 재도약을 노린다. 용병 중엔 브라운이 KCC로 옮겼고, 지난 시즌 SK의 우승에 힘을 보탠 제임스 메이스(200㎝)는 LG와 계약했다.
배구에선 전광인과 송희채의 이적이 가장 큰 이슈였고, 현대캐피탈의 공수를 조율하던 세터 노재욱은 전광인의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에 둥지를 틀었다. 여자부에서는 ‘슈퍼 루키’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진다.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센터 이주아, 2순위 센터 박은진(KGC인삼공사)은 즉시 전력감으로 꼽힌다. 3순위로 GS칼텍스에 둥지를 튼 레프트 박혜민과 라이트 나현수(인삼공사)도 주목된다.
언제나 새 규정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농구는 이번 시즌부터 심판과 관중의 눈을 속이는 ‘가짜 반칙’인 페이크 파울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됐다. KBL은 ‘경기 중 심판이 판단해 1차 경고 조치 후 재발 시 테크니컬 파울 부과’라고 명시했던 기존 규정을 손질해 경기 종료 후 비디오 분석을 통해 페이크 파울이 발견되면 경고 및 제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공격팀의 파울 및 바이얼레이션으로 상대팀이 프런트 코트에서 스로인을 시작할 때 공격 제한 시간이 기존 24초에서 14초로 줄어든다. 4쿼터 2분 내 시점 타임아웃 이후 공격 코트에서 경기 시작 시에도 공격 제한 시간이 14초(잔여 시간이 13초 이내일 경우 잔여 시간만 적용)만 주어진다. 새 룰이 적용된 개막 2연전에서 벌써 100득점을 넘긴 팀이 두 팀이나 나오는 등 공격농구 유도에 큰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배구는 반대로 득점이 까다로워졌다. 승패를 좌우하는 비디오 판독 요청 항목 중 가장 많이 나오는 인&아웃의 판독 규정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볼 둘레로 라인 인 또는 아웃을 판정했다면 이젠 볼 접지 면이 라인 위에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인(in)의 규정이 변경됐다.
가령 볼이 라인 바깥에 떨어졌어도 둘레의 일부가 라인에 걸쳤다면 인으로 판정했으나 이젠 볼이 정확히 라인에 떨어져야 인으로 본다는 것이다. KOVO(한국배구연맹)는 또 흥행의 키가 될 공정한 판정을 위해 e스코어시스템을 전 구장(13개)으로 확대한다. 올해 1월에 서울장충체육관과 인천계양체육관에 ‘전자 오류 판정 시스템’인 e스코어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농구와 배구 모두 경기 시간도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남자농구는 기존 오후 7시에 시작하던 평일 경기를 7시 30분으로 늦췄고, 배구는 오후 5시에 열리던 여자부도 주중에는 남자부와 같이 오후 7시에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을 배려해 더 많은 팬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배구는 또 올 시즌 ‘매일’ 경기가 열린다. 지난 시즌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이번 시즌엔 수요일에 남자부는 경기를 치르지 않고, 여자부 2경기가 열린다. KOVO 관계자는 “‘V리그 시즌에는 매일 경기가 열리고, 같은 시간에 경기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관중 동원과 시청률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