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태양광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어용선 팀장은 “태양광은 기존 에너지 수급 체계를 바꾸는 만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유의미한 발전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시의 에너지원은 다른 지역에서 공급했다. 서울시는 타 지역 발전소에서 공급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소비도시’였다. 태양광은 ‘자급자족’ 시스템이다. 필요한 에너지를 자가발전으로 만들어낸다.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프로슈머’ 개념이다. 발전의 원리는 간단하다. 패널에서 햇빛을 받으면 셀 안에서 입자 운동을 하며 (+)와 (-) 에너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직류전기를 인버터를 이용해 가정에서 쓰는 교류전기로 바꾼 후 그 전기를 콘센트에 연결해주면 된다.
▶ 1 지난 10월 '태양광 엑스포'에서 소개된 태양광 자동차 ⓒ뉴시스
2 태양광을 이용한 스마트폰 충전기는 기존 충전기와 속도가 비슷하다 ⓒ뉴시스
3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뉴시스
<에너지 혁명 2030>을 쓴 미국의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교수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이 에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라 봤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실행 중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95%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올해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70% 늘어난 1.8GW를 기록했다.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9%가 ‘태양광 에너지 비중을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원자력에너지연구소 자료를 보면 1GW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데 태양광은 1060명, 원자력은 500명, 석탄발전은 19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보였다.
태양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사계절 모두 햇살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냉난방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도 안전지대로 들어올 수 있다. 서울시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지난여름 서울지역 300세대 미만 소규모 공동주택 경비실 옥상에 태양광을 무상 설치하는 지원정책을 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경비실에서도 전력을 마음껏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300W 용량의 미니 태양광 발전기 2개는 6평형 벽걸이 에어컨을 최대 4시간, 선풍기는 하루 종일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공고 당시 공동주택 미니 태양광 시설 설치 신청이 450여 건 들어왔다. 서울시는 일반 공동주택 세대와 같은 형태로 태양광 발전소를 지원하고, 보급업체와 제조사가 여기에 참여해 발전소를 관리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4500곳에 미니 태양광 시설을 무상 보급할 계획이다.
“설치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안전입니다. 오래되어 낙후된 건물에는 태양광 설치 시 거치대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에서는 환경이 적합한지 현장조사를 한 후에 발전소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소규모 아파트 경비실에 근무하는 한 경비원은 “시멘트 지붕으로 만들어진 2평 남짓한 경비실에 발전소가 들어오니, 앞으로는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에서 태양광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어용선 팀장 ⓒC영상미디어
태양광으로 자급자족하는, 에너지 프로슈머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 태양광사업팀의 최의두 주무관은 “겨울철에도 태양광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여름철에 에너지 공급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사실 겨울철도 에너지 공급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전열기구화되고 있어요. 석유난로 대신 전기난로를 쓰거나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쓰는 가구가 늘고 있죠. 태양광은 겨울에도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유용한 에너지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미니 발전소 종류는 세 가지다. 베란다 난간에 설치하는 ‘베란다형’, 주택 옥상에 설치하는 ‘주택형’,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건물형’이다. 베란다형(300W)으로 30일을 자가발전할 경우 한 달에 약 6200원의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300W 설치 시 와트당 1400원으로 책정해 42만 원의 지원금을 보조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원전 1기 설비용량인 1GW가 서울시에서 나올 수 있도록 1조 7000억 원을 투입한 ‘원전 1기 줄이기’ 운동을 진행 중이다.
“시민 참여가 바탕이 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스스로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동참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는 게 태양광의 가장 큰 힘입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친환경 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니까요.”
올해만 서울에서 가정용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가 6만여 가구에 이른다. 지난 2년을 합친 가구 수와 비슷하다. 5개 지역의 태양광지원센터에서는 태양광 발전소 설치 신청부터 A/S까지 관리하고 있다. ‘태양광 대여사업’도 인기가 높다. 태양광을 설치할 때 설치비 없이 월 대여료를 내도록 한 사업이다. 이런 대여사업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준공한 강남구의 한 아파트는 매월 4만 7165KW의 전기를 생산해 계약 기간인 7년 동안 매년 9500만 원의 공용부문 전기료를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호주에서는 이미 태양광이 전력 수요의 상당량을 공급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 기술도 날로 발달하고 있다.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기’나 ‘태양광 방음벽’도 설치돼 운영 중이다. 서울 서대문구는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 아리수공원과 보행자쉼터 등에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기를 설치했다. “충전 속도가 일반 충전기에 뒤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도 설치했다. 일정량의 쓰레기가 모이면 태양광 에너지로 압축해 담는 방식으로 일반 쓰레기통에 비해 여덟 배 이상 저장할 수 있다. 영등포구는 소음 차단은 물론 태양광 기능까지 갖춘 태양광 방음벽을 설치했다. 자원순환센터에 세운 이 방음벽은 240W의 양면 태양광 패널을 활용해 발전효율이 높다. 인천은 태양광 발전설비로 생산한 전기로 묘목을 키워 미세먼지를 막을 수 있는 숲 조성 사업에 착수했다. 묘목을 기르는 과정에서도 화석연료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태양광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비가 필요합니다. 태양광 패널을 어떻게 재활용하고 관리할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관련 설비의 발전이 빨라지는 만큼 패널의 효용이 다하는 20년 후면 대책이 마련되리라 봅니다.”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올해 6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32%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유럽에서 발표된 ‘재생에너지 100% 달성’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유럽 내 태양광 발전비용은 2015년 메가와트(MW)당 80유로(약 10만 원)에서 2050년 57유로(약 7만 원)로 하락할 전망이다. 영국 태양광무역협회는 자국 내 태양광 발전가가 2030년까지 MW당 40파운드, 한화로 약 5만 7000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으로는 2023년에서 2025년 사이에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화력발전 단가가 동일해진다고 본다. 이 시점이 ‘그리드패리티’다. 태양광이 10년 안에 가장 저렴한 발전원으로 부상하리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