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 대놓고 '남진야시장'이라고 했다. 12월 11일 목포 자유시장에 전국에서 처음 지역 출신 가수 이름을 딴 전통시장 야시장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다음 날 목포행 KTX에 몸을 실었다. 꾸벅꾸벅 졸기를 두 시간여, 정신을 차리고 택시를 갈아타니 역에서 자유시장까지는 대략 5분 거리다.
자유시장 중앙 출입구에 들어서자 둥근 인상의 남진 조형물이 반긴다. 진짜 가수 남진은 남진야시장 홍보대사로 임명되어 전날 개막식에 참석했다.
남진상을 중심으로 좌우, 그리고 남진상 뒤쪽으로 이어진 널찍한 자유시장 중앙통로에 알파벳 T자 모양으로 기존 점포들과 별도로 나무로 만든 야시장 매대 35개가 설치되어 있다.
▶ 이색적인 다른 나라 간식을 판매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여성들.
▶ 남진야시장 매대에서 판매 중인 수공예 캔들.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문을 여는 남진야시장에는 닭발, 호떡 같은 야시장 단골 메뉴는 물론 낙지호롱, 홍어회 같은 지역 음식, 다문화 음식 등과 향초, 손뜨개 등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이 먹고 싶은 마음, 사고 싶은 마음을 유혹한다. 중앙통로 끝에는 작은 무대와 그 위쪽으로 유리로 된 DJ룸이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문화 공연과 음악방송을 해 남진야시장은 먹고 사고 보고 즐기는 복합문화 야시장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미취업 청년, 저소득층 등이 운영하는 매대
다양한 맛으로 밤나들이객 유혹
잠시 남진상을 구경하다 눈길이 닿은 곳은 바로 오른쪽 매대의 붉은 고무통 안이다. 오호~ 니들이 바로 목포 명물 세발낙지구나. 한 놈이 기지개라도 펴듯 힘차게 다리를 쫙 뻗는데, 이걸 어찌 먹나 싶다.
"(남진과는) 너무 바빠 악수도 못 했어요. 멀리서만 봤는데, 나이에 비해 무지하게 젊습디다."
산 낙지와 함께 산더미같이 쌓인 홍합을 팔고 있는 박미자(58) 씨. 남진과 악수하지 못해 아쉬워하면서도 "어젯밤 낙지호롱하고 홍합하고 한 80만 원어치 팔았다"며 흡족해했다. 낙지호롱은 낙지를 한 마리 그대로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양념 발라 불에 구워 먹는 요리다.
야시장 매대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상인들이 운영하는데, 이들 가운데 절반은 미취업 청년들이고 나머지는 저소득층·장애인, 다문화가족이다.
특히 인기를 모은 곳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매대다. 목포대 창업동아리 JJC 소속 여대생들이 운영하는 숙취 해소용 '숯진주' 매대에서는 숯진주보다 칵테일이 더 인기다.
꽃미남 청년이 판매하는 붕어빵은 개장 한 시간 만에 다 팔려 나중에 온 이들은 붕어빵 샘플만 구경하며 원두커피 홀짝거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만드는 이색 간식 맛을 보기 위한 줄도 길었다.
▶ 샤방샤방 꽃미남이 판매하는 달콤바삭 금붕어 페이스트리. 아쉽게도 한 시간 만에 품절.
남진야시장을 찾은 이들의 얼을 빼놓은 것은 7시부터 시작된 인근 용해초등학교 여학생 3명의 플라멩코 댄스 공연이다. 관객들의 열띤 반응에 진행자가 앙코르 공연을 요청했다. "나 만날 구경 올 거여!" 무대 앞에서 덩실덩실 따라 춤을 추던 어르신 말씀에 다들 빵 터졌다.
붐비는 인파 틈에서 자유시장 상인회의 주상옥 회장을 겨우 찾아내 만났다. 그런데 하는 말이 "너무 바쁘니 나중에." 서울로 올라온 뒤 월요일 전화 통화 때도 죽는 소리를 했다. "아따~ 지금도 이런 말할 시간이 없어부러요. 금요일에는 만 명도 넘게 오고, 토요일도 한 삼사천 명이 와서 걸어 다닐 곳이 없어부러요."
▶ 우리 동네 '이효리'가 떴다! 12월 12일 남진야시장 개장 이틀째를 맞은 목포 자유시장 중앙통로 무대에서 인근 용해초등학교 여학생이 관중들의 앙코르 요청으로 플라멩코 독무를 선보이고 있다.
행자부 코레일 관광열차 등 연계
지역별 특색 야시장 사업 활성화될 듯
자유시장 사람들은 가수 남진의 집이 지금도 인근 남교동에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중앙통로 벽 장식이나 매대 장식, 상인회 조끼까지 턱시도 입은 남진, 노란 점퍼 차림 남진, 8 대 2 가르마의 남진, 점퍼 슈트의 남진 등등 온갖 모습의 남진이 100여 곡이 넘는 노래들과 함께 지역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콘텐츠의 구심점이 되고 있었다.
▶ 남진야시장 홍보물 속 옛날 모습의 가수 남진.
2013년부터 야시장 사업을 추진해온 행정자치부는 자유시장이 KTX 목포역에서 2km 남짓 거리에 있고 유달산, 삼학도, 갓바위 등과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점을 감안해 관광시티버스, 코레일 팔도장터 관광열차 등도 연계할 계획이다.
앞서 야시장 사업이 시작된 전주 남부야시장의 경우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8000명 이상 늘고 매대에서만 월 2억여 원의 매출이 발생하며 전통시장 판매액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가 처음 등장한 남진야시장과 같이 지역별 특색 있는 야시장 사업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
문의 : 행정자치부 지역경제과 02-2100-4212
목포 자유시장 상인회 061-245-1615
글 · 사진 박경아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