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예산안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확정된 예산은 정부 예산안 대비 7조 5000억 원 증액되고 5조 3000억 원이 감액된 558조 원이다. 2021년 예산은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위축된 경제를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편성됐다. 회복될 조짐을 보이던 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따라서 정부는 2021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회복을 이끌 수밖에 없다. 국회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를 적극 반영해 총지출을 늘렸다. 다만 평균적인 삭감 수준보다 확대한 5조 3000억 원을 삭감해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려 했다.
국회에서 확정된 2021년 총수입 예산은 482조 6000억 원이다. 2021년 총수입 예산은 2020년 본예산 481조 8000억 원 대비 0.2%(8000억 원) 증가, 2020년 4차 추가경정(추경)예산 470조 7000억 원 대비 2.5%(11조 9000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법인세 부진 등으로 국세 수입은 2020년 본예산 대비 3.2%(9조 3000억 원) 감소하고, 국세외 수입은 사회보장성 기금 수입 확대 등으로 2020년 본예산 대비 5.3%(10조 1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경제·저탄소 에너지전환 지출 증가
2021년 총지출 예산은 558조 원이다. 이는 2020년 본예산 512조 3000억 원 대비 8.9%(45조 7000억 원), 2020년 4차 추경 554조 7000억 원 대비 0.6%(3조 3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극복과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는 전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3.7%로 2020년 본예산보다 2.2%포인트 올라가고, 4차 추경보다는 0.4%포인트 개선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47.3%로 2020년 본예산 대비 7.5%포인트 증가하고 4차 추경 대비 3.4%포인트 늘어난다.
2021년 총지출에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와 환경, 연구개발(R&D) 분야의 지출은 특히 큰 비율로 증가한다. 산업 분야는 디지털 경제와 저탄소 에너지전환 등을 중심으로 20.7% 지출이 증가한다. 환경 분야는 그린뉴딜 투자, 생활환경 개선 등을 위한 투자 확대로 17.8% 지출이 증가한다. R&D 분야는 미래첨단 혁신기술에 대한 집중적 투자 확대로 13.2%,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SOC 디지털화·그린 리모델링, 노후 SOC 안전 투자 확대 등으로 14.2% 증가한다.
총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한다. 일반·지방행정 분야는 7.2%, 문화·체육·관광, 농림·수산·식품, 국방, 외교·통일, 공공질서·안전 분야는 전체 총지출 증가율보다는 낮은 3~6% 수준으로 증가한다. 한편 유일하게 교육 분야의 지출이 2020년보다 지출 규모가 1.9% 감소한다.
2021년 예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분야는 한국판 뉴딜 투자 예산이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지역균형 뉴딜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안전망 강화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안전망 강화와 관련한 8대 과제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생활 및 고용 안정, 산업안전과 근무환경 혁신 등의 내용도 포함된다. 당초 정부는 한국판 뉴딜 투자에 21조 3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약 5000억~6000억 원 감액됐다.
국가부채 증가 우려할 수준 아냐
정부는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을 위해 2021년에 8조 6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을 2020년 2만 명에서 2021년 45만 명으로 확대해 1조 2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수산·문화·관광 분야 소비 창출을 위한 이용권(바우처)과 쿠폰 지원을 위해 4906억 원을 편성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선 16조 6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여기에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혁신도시, 생활 SOC 등의 핵심과제가 포함된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9월 이후 코로나19의 3차 확산이 나타나 피해를 본 계층 및 업종을 지원할 필요가 생겼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구체화하면서 백신 구입 비용도 예산에 반영해야 했다. 따라서 국회에서 2021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예산안을 큰 폭으로 수정했고,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총지출이 순증하게 됐다.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라 피해를 본 계층 및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 3조 원이 증액됐다.
또한 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안정성 확보, 감염병 예방·대응 역량 강화, 공공 의료 투자 확대 등을 위해
1조 원이 증액됐고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서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7000억 원을 증액했다. 보육·돌봄 지원을 강화하고, 필수 노동자의 일자리 유지 및 확충,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7000억 원을 증액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반 조성에 3000억 원, 지역경제 활력 제고와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에 2000억 원, 농업 피해 예방 및 경감을 위해 2000억 원, 민생·지역 현안 대응을 위해 1조 4000억 원 증액했다.
2021년 예산에 대해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각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가부채의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해 재정확장을 신중하게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의 재정 기조도 매우 소극적 수준의 확장성을 보여주었으며 2020년 네 차례의 추경에서 결정된 67조 원 정도의 규모도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2020년 본예산보다 지출의 총량은 약 42조 원 순증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25조 원은 세입경정과 지출 구조조정으로 구성됐다.
재정지출 확대가 성장률 제고에 기여
즉,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경제 침체에도 네 차례 추경에 따른 재정지출 규모의 순증가가 약 42조 원, 국내총생산의 2% 정도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재정지출 증가에 비하면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한 재정확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중한 고려와 적극적 재정정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저성장 환경에서 현재와 같이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조세수입 증대와 국가부채 확대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사회 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장기적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내용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복지 분야의 지출에는 양면적 재정확장 정책이 적절하고 단기적 경기 대응을 위한 지출, 공공투자 지출은 일면적 재정확장이 더 나은 대안이다. 양면적 재정확장에서 요구되는 조세수입 확보를 위해서는 세정개혁 및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조세수입의 확보는 세제개혁 이전에 조세감면의 간소화, 세무행정 개혁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이것이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정개혁과 함께 자산소득,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 소득공제제도의 개편, 환경세 강화 등 공정한 과세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세입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는 세제개혁도 이뤄져야 한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