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7월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 태양열 발전 패널과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 연합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2021년 여름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경기회복으로 전력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장에 있는 전기안전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전기기술인협회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정부의 전력 수급 관리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7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전기안전관리자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협회에서 전력 상황을 문자로 통보하면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생산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참여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한국전기기술인협회가 7월 15일 전국 약 5만 명의 전기 기술인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안내문이다. 정상웅 한국전기기술인협회 팀장은 “이 문자를 받은 현장의 전기 기술인들이 사옥이나 공장, 아파트 단지에서 방송 등을 내보내 전력 사용 최고조(피크) 시간대에 냉방시설이나 컴퓨터 작업 시간 조정 등을 요청하고 조명 시설까지 절감을 요청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 시 전력 수급 비상대응체제 가동
이번 여름철에는 빌딩·공장 등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건축물에 상주하는 약 5만 명의 전기 기술인들과 산업통상자원부가 협력체제를 구축해 현장에서 에너지 절약을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의 ‘폭염 시 전력 수급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산업부가 한국전기기술인협회와 협력해 전기 기술인(안전관리인)과 실시간 연락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현장의 전력 수급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기 기술인들을 활용해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력예비율이 낮아지는 시간대(오후 4~6시)에는 냉방·조명 수요 절감, 공장 운전 시간 조정 등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있다.
정상웅 팀장은 “공장 설비를 잠시 멈추자는 건 아니고 평소에 하던 공장 설비 점검과 가동 휴식 시간을 가급적이면 전력 수요 피크 시간대에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라며 “공장들이 주로 퇴근 시간을 고려해 생산공정을 맞추기 때문에 공장의 전력 사용 피크 시간대가 오후 3~4시 무렵이다. 평상시에도 하루 중 공장을 잠시 쉬는 시간을 두고 있는데 그 휴지기를 전력 피크 시간대에 맞추면 전력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문별 전력수요량은 대략적으로 주거지 약 15%, 상업·업무시설 35%, 산업시설 50% 등이다.
전기사업법 제73조는 전압 600V 이하 저압에서 전기사업자(한국전력공사)와 계약용량 합계(동일 건축물 전체)가 75㎾(제조업은 100㎾) 이상인 빌딩·공장·주택단지 등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전기안전관리 담당자를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전력 수급 문제를 국가 위급 상황으로 간주하고 전기 수급·안전 관리를 상시적으로 책임지고 수행하는 인력을 두도록 한 것이다. 이 중에서 한전과 맺은 계약전력 1000㎾ 이하 시설은 전기 기술인 한 명이 여러 곳을 함께 위탁받아 관리할 수 있다. 반면 1000㎾ 이상인 전력 대량 수요 시설 약 3만 곳에는 전기 설비를 관리하는 상주 전기 기술인 약 5만 명을 두고 있다. 공장 7795곳, 업무시설 2905곳, 공동주택 1만 642곳, 기타 1만 762곳 등이다.
전기 기술인들은 현장에서 전기 설비의 시간별 운영 특성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로 전문성을 여름철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에너지 절감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전기 기술인은 정부로부터 전기 절감 매뉴얼 등을 지속해서 안내받고 있다.
▶한국전기기술인협회가 7월 15일 전국 약 5만 명의 전기안전관리자들에게 일제히 발송한 문자 안내문
민간 에너지 절약 동참 다른 분야에도 확산
만약 내일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 산업부와 전력거래소가 하루 전인 오늘 한국전기기술인협회에 문자메시지로 통보하고 안내를 받은 전기 기술인들이 당일 전기 절감 활동 및 냉방·조명 수요 절감, 운전·조업시간 조정 등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체제다. 김선복 한국전기기술인협회장은 “올여름 전기 기술인의 업무 노하우를 활용한 에너지 절감 노력이 전력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기기술인협회는 또 약 5000명 규모로 ‘전기인 재난지원단’을 꾸려 운영 중이다. 각종 전기·발전시설 안전점검 및 재난 구호활동 그리고 전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투입돼 복구업무를 수행하는 자원봉사대다. 태풍·수해 등 재난 사고로 전기 설비가 고장나면 전력 수급 복구를 지원한다.
산업부는 민간 협회의 현장 전문가를 활용한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동참을 다른 분야에도 확산하기로 했다. 또 전기절감량을 계측해 수요반응자원(DR)으로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요반응자원은 사무실·공장 가동을 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전력시장에서 그만큼 전력을 생산한 것으로 치고 동등하게 금전 등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조계완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7월 19일 여름철 전력 수급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전남 나주 한국전력거래소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 국무총리실
“순환 정전 검토 안 했고 그럴 우려도 없다”
7월 전력예비율은 10% 이상을 유지 중이다. 7월 둘째 주의 경우 주중 최대수요는 81.2GW로 기준전망치(80.6GW)~상한전망치(82.5GW) 범위 이내에 있다. 이번 여름철이 예년에 견줘 다소 낮은 수준의 전력예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 전력 공급 능력은 2020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산업생산 증가 및 기상 영향 등으로 전력 수요 전망치가 증가했기 때문에 전력예비율이 다소 낮아진 것이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등 전력 유관기관은 전력 종합상황실을 합동 운영하면서 수급 상황을 24시간 실시간 점검 중이다. 여름철 전력 수급 비상 대책 기간 개시(7월 5일) 이후 2주간 최대 수요는 ‘기준~상한전망치’ 이내를 기록했다.
정부는 현재 고장·정지 중인 발전소 정비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전력 공급 능력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연됐던 원전 정비 기간을 단축해 7월 공급 능력에 추가로 기여할 전망이다. 정비 중이었던 신월성1호기(1GW), 신고리4호기(1.4GW), 월성3호기(0.7GW)는 7월 21일부터 계통 연결이 이뤄져 전력 공급이 가능해졌다. 또 전력예비율 하락에 대비한 추가 예비 자원을 확보해 안정적 전력 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전환 정책이 추진됐지만 원전 설비용량은 줄지 않았다. 원전 설비용량은 2017년 2만 2529㎽에서 2021년 2만 3250㎽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이미 계획된 원전 건설은 진행하고 있으므로 원전 설비용량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원전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 중지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원칙 아래 향후 60년 이상에 걸쳐 점진적으로 감축될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전력공급원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발전소 가동과 관련해 정부가 원전을 강제로 세우는 사례는 없다. 원전 가동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비하는 것이다. 이는 원전안전법령상 기술 기준과 안전성에 대한 규제 기관의 점검 등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정부가 정비를 이유로 인위적으로 원전을 세워놓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장기 정비 중인 한빛4호기, 한빛5호기의 경우 격납건물 철판부식 및 원자로헤드 관통관 용접 오류 등에 따른 것으로 격납건물과 원자로헤드 관통관은 원전의 핵심 안전설비로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철저한 정비·점검 및 검증이 필요하다. 격납건물은 중대사고 발생 시 방사선 누출을 막아주는 콘크리트 건물이고 원자로헤드 관통관은 원자로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 삽입통로다. 정부는 갑작스러운 예비력 하락에 대비해 시운전 발전자원(1490㎿),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420㎿) 등 추가 예비 자원(약 8.8GW)을 준비해 7월 셋째 주부터 예비력 상황에 따라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여름철 국민과 기업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비상한 각오로 전력 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블랙아웃(대정전)을 막기 위해 정부가 ‘순환정전’을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일부의 보도에 대해서도 “안정적 전력 수급 관리를 위해 순환정전을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 순환정전 우려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