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당 200명 제한으로 관람객들이 여유롭게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새 보물 납시었네…’
소비쿠폰으로 전시 가보자
8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모여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2017~2019> 전시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시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운영하고 있었다. 입장 시간이 되자 관람객들은 비접촉 방식의 체온 검사를 받으며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관람객들은 1m 간격을 유지했다. 입장과 동시에 손 소독제를 바르고 문진표를 작성했다. 200명의 관람객만 제한적으로 수용한 박물관 내부는 조용해서 차분히 둘러볼 수 있었다.
9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문화유산의 보존, 관리와 활용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두 국가기관인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2017년 처음 개최한 특별전 <선인들의 마음, 보물이 되다-신국보보물전 2014~2016> 이후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과 3년 만에 힘을 합쳐 마련한 자리인 만큼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강경남 학예연구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정된 국보·보물 157건 중 이동이 어려운 건축 문화재와 중량이 무거운 문화재 등을 제외한 83건 196점을 선보이는 전시로,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며 “기관·개인·사찰 등 문화재 대여 기관만 총 34곳이나 되는 만큼 평소 한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다양한 종류의 국보와 보물이 새롭게 납시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새 보물 납시었네> 전시 포스터
1부 역사를 지키다: 삼국사기·삼국유사 전시
1부 전시가 마련된 ‘역사를 지키다’로 들어섰다. 우리나라 고대 역사가 생생하게 기록된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 옥산서원 소장)와 <삼국유사> 권 1~2(국보 제306-3호, 연세대학교 소장)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전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삼국사기>는 고려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만든 목판 인쇄물이다.
그 옆으로 고려 때 승려 일연이 쓴 역사책 <삼국유사>도 보였다. 고대 역사 기록을 지나가자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의 역사를 기록한<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 국립고궁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뜻의 실록은 ‘조선시대의 타임캡슐’로도 불린다.
전시에서는 여러 실록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주제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미디어테이블로 이동했다. 다양한 실록의 기사를 직접 검색할 수 있었다. 검색을 시작하자 테이블에서 물결이 나타났다. 조선시대 실록의 편찬이 끝나면 원고를 물로 씻어내는 ‘세초’를 했는데 이를 연출한 것이다. 강경남 학예연구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관람객이 손을 대는 전시에는 항균 패치를 붙이고 두 시간에 한 번 소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인쇄 문화의 발전을 보여주는 <송조표전총류> 권 6~11(보물 제1989호, 개인 소장), 그림을 기록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왕실 행사 기록화 ‘기사계첩’(국보 제325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대부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최석정 초상 및 함’(보물 제1936호, 국립청주박물관 소장) 등도 함께 소개되어 우리나라 기록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선보였다.
▶보물 제1973호, 신윤복의 ‘미인도’│국립중앙박물관
2부 예술을 펼치다: 도자공예·풍속화 감상
2부 ‘예술을 펼치다’에서는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미의식이 담긴 예술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고려 상형청자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보물 제1932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 한국 도자공예의 뛰어난 기술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청자들이 영롱한 자태를 드러냈다.
우리 강산의 모습을 담은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와 풍속화는 우리에게 과거로 시간 여행을 안내하는 친절한 길잡이가 됐다. 실경산수화의 대가 정선(1676~1759)의 ‘정선 필 풍악내산총람도’(보물 제1951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에서는 시적 정취가 가득한 우리 강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보물 제1987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밖에 전체 길이가 8.5m에 이르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그린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주는 김정희(1786~1856)의 ‘김정희 필 난맹첩’(보물 제1983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등이 선보였다.
2부의 백미는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와 ‘심사정 필 촉잔도권’(보물 제1986호,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이었다. 문화재를 별도 전시하는 공간의 배경에 46억 화소로 스캔(scan)한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를 장대한 크기(높이 3.5m, 길이 32m)로 펼쳐 작품에 감동을 더했다. 여기에 소리 예술가 김준이 구현한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그림 속 강산에 와 있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보물 제1987호, 김득신의 ‘풍속도 화첩’
3부 염원을 담다: 불교 문화재 위상 확인
3부 ‘염원을 담다’로 입장하자 우리나라 국보·보물의 절반이 넘는 불교 문화재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가장 오래된 사리장엄구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국보 제327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는 백제시대 불교 신앙과 정교한 공예 기술의 극치를 보여줬다.
불교 경전을 인쇄하기 위해 새긴 ‘묘법연화경 목판’(보물 제1961호, 개심사 소장), ‘선림보훈’(보물 제700-2호, 충주박물관 소장),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3(보물 제875-3호, 달마사 소장), 세종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은 찬불가인 ‘월인천강지곡’ 권상(국보 제320호, 개인 소장) 등 불교 경전과 서적이 다수 전시되어 우리나라 불교 기록문화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개인 소장),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보물 제2003호, 불암사 소장) 등 불화와 불상도 함께 소개됐다. 이번 전시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9개 사찰이 출품에 협조했다. 3부에서는 이번 전시 공간에 소개되지 못했으나 국보나 보물로 새롭게 지정된 사찰, 누정 등 건축 문화재와 대형 괘불의 영상을 상영해 전시에 입체감을 더했다.
전시의 마무리 부분에는 우리 문화유산을 가꾸고 지킨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생각하는 미래의 국보와 보물을 적어보는 코너도 눈에 띄었다. 미래의 국보와 보물에 대해 ‘사람’ ‘나야, 나’ 등 재치 있는 답변이 적혀 있었다.
▶‘주제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미디어테이블에서는 관람객들이 다양한 실록의 기사를 검색할 수 있다.│국립중앙박물관
소비쿠폰 활용하면 입장 시 할인 혜택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들이 국보와 보물을 쉽게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디어 전시 기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먼저 전시실 도입부에는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인터뷰 영상 ‘보물을 생각하다’가 마련되어 있었다. ‘국보와 보물 하면 떠오르는 생각’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문화유산’이라는 질문에 대해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신병주 건국대 교수, 배우 이순재 등 문화예술 전문가의 발언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왔다. 관람객들에게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전시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전시 장면과 주요 전시품 등을 소개하는 다양한 ‘온라인 전시’도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과 누리소통망에 공개하고 있다. 문화재청장이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직접 국보와 보물을 설명하는 영상도 공개되었다. 이를 통해 평소 궁금하게 여겼던 국보와 보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출품되는 전시품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정한 전시품 10선을 새로운 국보와 보물로 재현해보는 ‘새 보물 패러디 챌린지’라는 온라인 이벤트도 실시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가 소비 회복 불씨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소비쿠폰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예매하면 박물관 입장 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박유리 기자
넌 제값 주고 뮤지컬 보니? 난 8000원 할인 받고 본다
정부가 소비 회복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전시와 공연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비쿠폰을 대량으로 푼다. 먼저 전시의 경우 박물관 입장 때 온라인(문화N티켓, www.culture.go.kr/ticket)으로 예매·결제하면 40% 할인(최대 3000원, 1인 5매까지)을 제공한다. 미술관은 온라인 예매(예매처 공모 예정) 및 현장 구매 시 1000~3000원 할인(1인 2매까지) 혜택을 준다. 박물관은 8월 14일부터, 미술관은 8월 21일부터 쿠폰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모두 370만 명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뮤지컬·연극 등 공연 분야는 온라인 예매처(인터파크 등 9개소)를 통해 예매·결제 시 1인당 8000원(1인 4매까지)을 할인해준다. 8월 24일부터 예약 접수를 받아 8월 26일부터 할인이 적용된다. 모두 160만 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 허용 확대를 통해 소비 활성화를 꾀한다. 8월 11일과 14일 각각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관중 입장 규모를 전체 관중석의 30%까지 늘렸다. 다만, 프로골프는 8월 말까지 무관중 경기를 지속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막 이후 무관중 경기를 지속해온 프로스포츠는 7월 26일부터 관중석의 10% 규모로 관중 입장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로스포츠 단체에 ▲경기장 내 마스크 착용 ▲좌석 간 거리두기 준수 ▲경기장 내 좌석에서 음식물 취식 금지 ▲육성 응원 금지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 운영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관중 규모 확대에 따른 경기장 방역 상황 점검도 강화한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프로스포츠 관중석 10% 허용 이후 전반적으로 방역 상태가 안정적이었고 경기장을 통한 확산 사례도 생기지 않았다”며 “관중 규모가 커지는 만큼 방역 상황에 미흡한 점이 없는지 프로스포츠 단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