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과 도시는 옛 것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그 격을 높이고 활용한다. 고건축과 전통은 낡고 오래 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살아있는 자산으로서 품위 있게 도시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도시는 건축물이 모여 이뤄진다. 서울에도 오밀조밀 다양한 건축물들이 빼곡하다. 낡은 건물을 헐고 새로운 건축물이 세워질 때마다 각종 평가가 쏟아진다. 채광, 친환경, 견고성, 경관 등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질 때도 있다. 우리는 무슨 기준으로 건축을 평가하는 것일까? 외형이 근사하거나 독특한 하이테크 기법으로 만들면 좋은 빌딩일까? 이 책은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그러나 고려해 볼 만한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도시 건축물에 대한 태도다. 주변의 맥락과 땅의 쓰임과 형태에 대한 고려, 도시의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보면 못된 건축과 착한 건축이 쉽게 판가름 난다.
저자가 말하는 건축의 개념은 ‘공화’다. 공화란 사회의 구성원이 일정한 양보를 하면 ‘공공의 선’이 생겨나고 그 혜택으로 개인이 훨씬 더 큰 행복을 누린다는 개념이다. 가령 중세도시에서 광장의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비스듬하거나 삐딱하게 늘어선 주변 건물들은 시민들이 광장을 잘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건축물은 대부분 양보가 없고 이기적이다. 예를 들어 새롭고 잘된 건축으로 평가받던 이화여대의 ECC건물은 “고딕양식 캠퍼스의 낭만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 있어야 할 모든 공간들을 지하세계로 구겨넣었다”고 한다.
전통에 대한 강박이 낳은 폐단도 꼬집는다. 산중에 있는 사찰 등에서 가져온 전통 건축 방식을 도심에 접목하려는 것은 “도심을 윤택하게 만들 것으로 각광받는 옥상정원이 사실은 거리와 떨어져 있어 폐쇄적이고 건물 지붕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혀 도시적이지 않은 것과 같다”고 한다.
한편 서울을 살리는 건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동십자각 앞의 트윈트리타워를 지목한다. 의아한 결과다. 이 두 건물은 랜드마크와 흉물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건물이기 때문이다. ‘주변과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축물’로 낙인 찍힌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사실 대지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그 장소에 최적화된 조형으로 탄생했다. 트윈트리타워도 그냥 보기에는 경복궁 앞의 정취를 깨는 이질적인 하이테크 유리건물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착한’ 건축이다. 다른 빌딩들과 달리 가로에 바싹 붙어서서 거리를 활기차게 만들고 대지의 형태에 맞게 자신의 몸을 구부리고 있다. 스스로 제 형태를 깎아내느라 손해가 많지만 도시를 위해 기꺼이 양보한다.
건축을 도시의 관점에서 읽는 저자의 시선은 상당히 직설적이어서 독자를 수시로 동조 혹은 당혹감 속으로 이끈다. 다만 시종일관 건축이 시민의 행복한 삶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확인하게 해주는 것이 미덕이다. 글 · 박 지 현 기 자
단신
<비폭력대화>
마셜 B. 로젠버그 지음 | 캐서린 한 옮김
한국NVC센터 | 1만6천원
우리의 삶에서 폭력을 줄이고 원하는 바를 평화롭게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자신의 입으로 내뱉는 말이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이 책은 비폭력대화(NVC)를 제안한다. 비폭력대화를 통해 관찰과 느낌, 욕구와 가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에 대해 명확해질 수 있다. 비난과 판단, 지배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행복에 기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가족의 두 얼굴>
최광현 지음 | 부키 | 1만3,800원
가족에게 감정이 폭발하는 이유는 뭘까.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문제는 자신이 나고 자란 가정에서 받은 상처가 원인일 때가 많다. 가족과 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원인과 상처 치유 방법을 명쾌하게 짚어주는 책이다. 다양한 가족 사례는 내 가족의 이야기인 듯하다. 나와 가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고 이를 통해 상처를 다독이고 위로받을 수 있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