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이 무엇인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이웃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정도의 집은 나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가난하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평생 가난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역작 <월든>의 한 대목이다. 그는 고향 콩코드의 월든 호숫가에 손수 오두막을 짓고 2년 남짓을 생활했다. 소로가 집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은 28달러하고도 12.5센트가 전부였다. 오전에는 밭을 일구고, 오후엔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을 소일거리 삼으며 그는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는 즐거움을 기록했다. 소로는 사람들이 의식주를 비롯한 물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지나치게 이를 추구한 나머지, 결국 노예로 전락해버렸음을 2년간의 실험을 통해 입증해 보인다.
솔직히 충격적인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는 한탄 중 하나가 ‘집 타령’이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그렇다. 지방에서 상경해 생활하면서 마음 한편에 늘 돌덩이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게 주거 상황에 대한 걱정이다. 최근 월세방에서 전세방으로 이사하면서 얼마나 많은 날을 예산에 들어맞는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또 얼마나 많은 날을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으로 초조해했는지 모른다. 전세자금 대출이 승인되기까지 불안함은 언급할 필요도 없으리라.
친구들이나 직장 선후배도 ‘부동산’이라는 마법의 화제(話題)로 하나가 된다. “요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대세다” “누가 이번에 분당 특공(특별공급) 됐다더라” 같은 말로 운을 떼면 그 뒤의 대화는 청산유수다. “월급 9년 치 모아야 서울에 내 집 마련 가능” “아직 서울에 살 만한 아파트가 남아 있다” “청약통장 가입 2400만 명… ‘로또 아파트’에 올인하는 한국” “서민 집 마련이 투기인가요?” 서울 맞벌이 부부의 눈물”…. 당장 포털사이트를 켜면 접할 수 있는 기사 제목들이다. 부동산 앞에서 침 튀기는 건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집이 사람의 주인이 된 형국이다. 되돌아보면 정말 그렇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근로소득자들은 살 수도 없는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인생 대부분을 허비한다. 작은 방에서 더 큰 방으로, 조금 더 좋은 동네로 ‘레벨 업’하는 게 마치 주어진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월든 호수는 아득하게 멀리 있다. 소로의 실험은 “말이 쉽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소중한지 모르겠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한탄으로 귀결되는 일상 속에서 문득 “그런 곳이 있었지”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 하고 환기해주니까. 가끔은 살갗에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과 같이, 잠시 멈추고 월든의 오두막을 떠올려보자.
오지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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