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의 축구 이벤트인 2018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한국 시간 6월 15일~7월 16일)이 다가왔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대회를 시작으로 통산 열 번째이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32년 동안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빠지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8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의 문을 두드린다.
▶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5월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온두라스의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키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축구 대표팀은 국내 평가전 일정을 마치고 23명의 태극 전사를 확정한 뒤 지난 6월 3일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에 입성해 막바지 담금질에 돌입했다. ‘죽음의 조’에 편성된 가운데 러시아행을 기대했던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수원), 공격수 이근호(강원FC), 권창훈(디종), 수비수 김진수, 김민재(이상 전북)가 부상으로 줄줄이 낙마해 출발부터 악재가 겹쳤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불굴의 투혼과 강한 의지로 악조건을 뚫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게 신태용 감독의 각오다.
‘필승 전술’의 핵심은 결국 유럽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의 결정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 황희찬(잘츠부르크),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유럽파 4총사의 활약이 관건이다.
그러나 원정 16강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고돼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1위 독일에 북중미와 유럽의 강호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우리로선 ‘죽음의 조’다. 불행 중 다행으로 6월 18일 스웨덴, 24일 멕시코, 27일 독일과 차례로 맞붙는다. 독일과 초반에 만난다면 자칫 위축된 분위기가 나머지 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도 만만치 않은 팀이다. FIFA 랭킹 23위인 스웨덴은 한국(FIFA 랭킹 61위)보다 무려 38계단이 높다. 역대 A매치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스웨덴과 네 번 만나 2무 2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특히 스웨덴은 최근 파죽지세다. 유럽 예선에서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조 3위로 밀어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까지 무너뜨리고 본선에 올랐다. 멕시코 역시 북중미의 최강자다. FIFA 랭킹 15위이며 월드컵 8강까지 오른 경험이 있다. 신태용호로서는 스웨덴, 멕시코와 1, 2차전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두 팀을 상대로 1승 1무를 올려야 16강을 노려볼 수 있다.
‘전차군단’의 대항마는 단연 브라질
독일은 브라질 대회 우승 이후 월드컵 최다골(16골)의 베테랑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 일부 선수들이 은퇴했다. 하지만 요하임 뢰브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탄탄한 선수층을 앞세워 유럽 지역 예선을 10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주전들을 대거 제외하고도 칠레, 멕시코 등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독일의 대항마로는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가 꼽힌다. 특히 4년 전 안방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독일에 충격의 대패(1-7)를 당했던 브라질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2년 전 치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브라질은 남미 예선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공격의 핵심인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자신하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망신을 당했던 스페인은 유럽 예선에서 10경기를 치러 9승 1무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10경기 동안 스페인은 36골을 넣었고 3골만을 허용, 잉글랜드와 함께 유럽 예선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프랑스도 빼놓을 수 없는 우승 후보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라는 최고의 선수를 보유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우리나라 경기 외에도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빅 매치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6월 16일 새벽 열리는 B조 포르투갈과 스페인 경기는 조별리그 최대 빅 매치 중 하나다. 과거 식민지 역사 때문에 한일전처럼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다. 스페인은 지금까지 14번 본선에 진출해 29승 12무 18패를 거뒀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포르투갈은 6번 진출해 13승 4무 9패의 성적표를 받았고, 1966년 잉글랜드 대회 3위가 최고의 성적이다. 지금까지 월드컵 무대에서는 딱 한 번 만났다. 스페인이 우승한 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맞붙었는데 스페인이 다비드 비야의 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27일 새벽 D조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경기도 관심을 끈다. 두 나라는 월드컵 본선에서만 무려 다섯 번째 만난다. 1994년 미국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한 조에서 격돌했다. 이전 네 번의 맞대결은 모두 아르헨티나의 한 점 차 승리로 끝났다. 29일 새벽 G조 벨기에와 잉글랜드의 맞대결에선 양 팀에 대거 포진돼 있는 프리미어리거들의 전쟁이 벌어진다. 벨기에와 잉글랜드가 월드컵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16강으로, 잉글랜드가 1-0으로 이겼다.
▶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 대표팀 손흥민과 이승우가 6월 4일 오후(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
포르투갈 대 스페인, 놓치면 안 되는 ‘빅 매치’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별들의 제전이다. 최근 10년간 세계 축구를 이끌어온 프리메라리가의 양대 산맥 호날두와 메시는 무대를 월드컵으로 옮겨 한풀이에 나선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숱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린 메시의 유일한 아쉬움은 월드컵이다. 메시는 2006년과 2010년 월드컵엔 모두 8강에서 고배를 들다가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마침내 결승에 올랐으나 독일에 패해 고개를 숙였다. 당시 큰 상실감으로 대표팀 은퇴를 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호날두도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월드컵에서 조국의 우승과 득점왕을 향해 뛴다. 포르투갈은 호날두가 대표로 뛰는 동안 2006년 독일월드컵 4위가 최고 성적이다. 브라질의 네이마르도 월드컵에 한이 깊다. 그는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부상의 아픔을 겪었다.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한 그는 준결승에서 브라질이 독일에 1-7로 참패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32골로 득점왕에 오른 모하메드 살라(이집트·리버풀)의 활약도 관심을 모은다. 살라는 월드컵 아프리카 3차 예선 5경기에서 5골을 폭발해 28년 만에 이집트가 본선에 진출하는 데 앞장섰다. 이밖에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뮌헨), 프랑스의 킬리언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등도 월드컵을 빛낼 별들이다.
성환희│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