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예술공간 ‘박물관 옆 미술관’

2022.08.01 최신호 보기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는 캐서린 오피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용산공예관 1층 안쪽에는 도자기 전시 판매장이 있다.

예술의 용산
서울 용산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국립한글박물관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과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용산으로 몰리고 있다. 재개관한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속속 자리 잡은 한남동은 신흥 아트벨트로 급부상 중이다. 동네에 숨어 있는 미술관도 여럿이다. 미술을 따라 용산을 여행해보자.

# 신흥 아트벨트로 급부상한 한남동
용산 미술관 산책의 시작은 예술로 뜨거워진 동네, 한남동이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언덕길을 오르면 만나는 리움미술관. 4년여의 휴지 기간을 거쳐 2021년 10월 재개관했다.
리움미술관은 고미술과 현대미술 컬렉션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 고미술 상설전>에서는 국보 6점, 보물 4점을 비롯한 16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정상화, 아니시 카푸어 등 현대 작가 작품을 함께 전시해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 해석이 돋보인다. <현대미술 상설전>은 출품작의 반 이상이 리움미술관 상설전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다채로운 현대미술의 면모를 탐색할 수 있다.
야외 데크로 나가면 벤치에 앉아 아니시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 칼더의 조각 작품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멀리 한남동 전경까지 탁 트인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재개관한 리움미술관은 젊은 작가들에게 주목한다. 6월 21일부터 신진 작가 개인전 ‘룸 프로젝트(ROOM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첫 작가는 유지영(31)으로 개인전 <시간들의 서랍(Jiyoung Yoo: Closed Containers)>을 선보인다. 전시는 공간 구성부터 획기적이다. 미술관 로비에 자리 잡은 휴게 공간에서 전시가 열린다.(이태원로55길 60-16/월 휴관/무료)
리움미술관 인근에는 리만머핀, 페이스갤러리 등 외국계 갤러리를 비롯해 여러 국내외 갤러리가 모여 있다.
우리나라 진출 5년 만에 안국동에서 옮겨와 한남동 시대를 열며 두 번째 라운드를 시작한 리만머핀. 8월 20일까지 캐서린 오피의 우리나라 첫 개인전이 열린다. 캐서린 오피는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는 미국의 사진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25점이 넘는 풍경화와 초상화를 선보이는데 대부분이 신작이다.(이태원로 213/일·월 휴관/무료)
2021년 여름에 규모를 키워 한남동 르베이지빌딩으로 자리를 옮긴 페이스갤러리 서울. 8월 13일까지 캐나다 작가 브렌트 와든의 개인전이 열린다. 와든은 손으로 짠 추상 직조 작품을 ‘회화’로 선보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신작 20여 점을 발표한다.(이태원로 267 르베이지 B동 1~3층/일·월 휴관/무료)
길 건너 한강진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용산공예관. 2018년 문을 연 용산공예관은 용산구청에서 운영한다. 1층에는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2층에는 금속·보석·목칠·종이·칠보·자수·매듭 공예가들의 공방과 한복 갤러리가 입주해 있고 도자교육장이 있다. 3층에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과 강의실이 마련돼 있다. 4층은 진귀한 공예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전시장과 야외공연장이 있다.(이태원로 274/월 휴관)
이 밖에도 가나아트 한남, 갤러리바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조은, 파운드리 서울, BHAK 등이 한남동에 있다.

▶안드레아 거스키 아트상품 판매코너

# 신용산역에서 만나는 방탄소년단의 역사
다음 목적지는 신용산역이다. 화려한 주상복합건물로 둘러싸인 신용산의 중심에 건물 중앙부가 네모 형태로 뻥 뚫린 건축물, 신용산의 상징물인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고 하는데 한옥의 중정 이미지를 도입한 한국적인 현대 건축물이다. 이 건물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에 걸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8월 31일까지 독일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전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거스키의 개인전이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사진전이다. 1980년대 중반의 초기작부터 코로나19 시대에 제작한 2021년 신작까지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며 시간대별로 예약이 가능하다.(한강대로 100/월 휴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인근에는 케이-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하이브의 하이브 인사이트가 있다. 지하 1~2층에 4700㎡ 규모로 조성된 이곳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의 음악 역사는 물론이고 이들과 협업한 세계적 미술가들의 작품이 대거 걸려 있다. 기획 전시로 현대미술 작가 톰 삭스의 전시회를 9월 11일까지 연다. 톰 삭스가 20여 년간 발전시킨 ‘붐박스(Boombox)’ 시리즈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13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해야 관람할 수 있으며 기본 입장권은 2만 2000원, 포토 티켓이 포함된 입장권은 2만 5000원이다.(한강대로 42 지하 1·2층/월 휴관)

▶문신미술관에는 세계적 조각가 문신의 특별전 <거장의 다이어리>가 열리고 있다. 

▶정영양자수박물관. 동아시아 섬유예술을 소개하는 <직물찬란>이 열리고 있다.

# 주택가와 대학 안에서 만나는 미술관
마지막으로 효창공원 앞으로 간다. 효창동 주민센터 건너편 주택가를 오르다 보면 회색 벽돌 벽에 ‘예술의 기쁨’이라는 글이 새겨진 건물이 보인다. 김세중미술관이다.
김세중(1928~1986) 작가 하면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동상을 떠올리겠지만 그는 종교 조각 분야의 거장이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은 세련되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미술관은 김세중 작가가 1955년부터 부인 김남조 시인과 살던 곳에 세워졌다.
2층짜리 건물은 두 개의 전시실과 야외 조각실, 세미나실, 카페 공간을 갖추고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작품 ‘아네스와 골룸바’(1955)를 만날 수 있다. 최초로 동양인을 모델로 한 작품으로 조각을 보면 한복의 선과 동양인의 얼굴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기존 서양적인 성물을 한국적으로 토착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작품이다. 옥상에는 그의 대표작인 이순신 장군의 두상 조각(1968)이 있다.(효창원로 70길 35/월·공휴일 휴관/무료/www.kimsechoong.com)
발걸음을 인근 숙명여자대학교로 옮겼다. 제2창학캠퍼스 르네상스플라자를 찾으면 박물관 두 곳과 미술관 한 곳이 그 안에 있다. 숙명여자대학교박물관과 정영양자수박물관, 문신미술관이다.
숙명여자대학교박물관은 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여성의 생활과 밀접한 복식, 장신구 등 유물을 수집·보관·전시하고 있다. 왕실 복식과 금침, 조선시대 남녀가 사용하던 장신구, 우리나라 보자기 전시와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 가문의 유물전 등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기획전도 열렸다. 박물관은 전시 교체로 한 달 반가량 임시 휴관을 거쳐 8월부터 다시 문을 연다.
정영양자수박물관은 2004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 자수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정영양 관장이 수집하고 학문 연구의 근거가 됐던 유물 8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기원전 약 4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견사자수 청동거울을 비롯해 현대 자수 작품, 세계 각국의 자수 작품들과 함께 정영양 관장의 자수 작품도 전시해 예술의 경지에 오른 자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문신미술관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25m 높이의 ‘올림픽-1988’은 가장 잘 알려진 그의 대표 작품이다. 숙명여대는 1999년 문신연구소를 열었고 2004년 르네상스플라자 완공에 맞춰 문신미술관을 개관했다. 미술관은 석고 원형에서부터 브론즈까지 다양한 재료의 조각과 문신 조각의 바탕이 되는 유화, 도자기, 판화와 더불어 800여 점의 미발표 드로잉과 이와 연계되는 소조각, 그리고 그의 사진과 실제 작업 도구, 유물 등 18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상설 전시하는 문신의 작품과 특별전을 통해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청파로47길 99 르네상스플라자/토·일·공휴일 휴관)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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