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찍으러 우주 가는 날

2022.07.10 최신호 보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마침내 우리 손으로 만든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누리호가 우주에서 보내온 지구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치 내 손으로 찍은 명작 사진을 보는 기분이었다.
“멀리서 보면 지구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점이 우리가 있는 바로 여기입니다.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바로 저 점에서 인생을 살았습니다.”
수십 년 전 미국의 과학자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대한 강연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때까지 천문학자와 달리 인문학적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별은 그저 낭만적 존재였다.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는 그런 시각을 하루아침에 뒤엎어 버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BTS와 콜드플레이가 함께 참여한 <마이 유니버스> 영상│유튜브

우주 소재로 한 노래들
영화와 대중음악 분야에서 별과 달, 우주를 보는 시각은 십수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이제 지겨울 정도로 넘쳐난다. 영화 속에서 우주는 더 이상 미지의 공간이 아닌 인간이 개척하고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이 된 것이다.
노래 속의 우주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가수 윤형주가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들은 밤같이 까만 눈동자”라고 노래했지만 신세대에게 그것은 과학적이고 구체적이다.
“나에겐 이름이 없구나/ 나도 너의 별이었는데/ 넌 빛이라서 좋겠다/ 난 그런 널 받을 뿐인데/ 무너진 왕성에/ 남은 명이 뭔 의미가 있어/ 죽을 때까지 받겠지/ 니 무더운 시선/ 아직 난 널 돌고 변한 건 없지만/ 사랑에 이름이 없다면/ 모든 게 변한 거야.”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134340’은 그 변화를 실감케 하는 곡이다. 노래 제목은 우리가 알고 있던 옛 명왕성의 공식 이름 (식별 번호)이다. 2006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웠던 태양계 행성의 이름에서 명왕성이 퇴출당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마이크 브라운 교수팀이 행성 에리스(Eris)를 발견한 뒤 명왕성을 왜소행성 134340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BTS는 이 왜소행성을 소재로 사랑을 노래한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천문학적 논란을 노래 속으로 끌어들여 사랑과 연관시키는 재기발랄함을 보였다.
201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 탐사 우주선에서 들을 만한 노래를 발표하면서 BTS의 노래 ‘문차일드’, ‘소우주’와 더불어 ‘134340’도 목록에 올렸다. 총 500곡의 목록에는 아이돌 그룹 엑소(‘moonlight’, ‘universe’)와 빅뱅(‘뱅뱅뱅’)의 노래도 포함됐다.
2021년 BTS는 세계적인 록그룹 콜드플레이와 함께 우주를 소재로 한 노래 ‘마이 유니버스’를 발표했다. 리더 알엠(RM)을 비롯한 슈가·제이홉 등 BTS와 콜드플레이가 함께 작사·작곡했다.
“너는 내 별이자 나의 우주니까/ 지금 이 시련도 결국 잠시니까/ 너는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밝게만 빛나줘/ 우리는 너를 따라 이 긴 밤을 수 놓을 거야.”
강렬한 록 사운드풍의 노래로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인류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노래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 영상│유튜브

노래도 우주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실 우주와 관련된 노래에서 데이비드 보위를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저 유명한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가 그의 작품이다. 이 노래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1969년 발표됐다.
“관제센터에서 톰 소령에게 알린다/ 단백질 알약 먹고 헬멧을 착용하기 바란다/ 카운트다운 시작/ 엔진 켜고 점화장치 체크하라/ 신의 가호가 있기를.”
노래의 주인공인 우주비행사 톰 소령은 우주여행을 떠나 궤도에 안착한다. 미디어는 그를 칭송하면서 스타 만들기에 열중한다. 그러나 데이비드 보위는 그가 스타가 되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깡통 같은 우주선에 앉아서 보니/ 지구는 푸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지금 몹시 고요한 상태입니다/ 우주선은 알아서 어디론가 갈 겁니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데이비드 보위는 노래 속에서 톰 소령을 영원한 우주 미아로 만든다. 역설적인 것은 이 노래를 BBC 등에서 아폴로 11호 다큐멘터리의 배경음악으로 썼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의 우주선도 노래도 우주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언젠가는 BTS와 같은 아이돌 그룹이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우주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시인)_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문화 분야에서 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시집 <이제 와서 사랑을 말하는 건 미친 짓이야>, 에세이집 <낭만광대 전성시대> 등이 있다. 현재는 문화 현장에서 일하면서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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