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습니다
키티 오메라 글, 스테파노 디 크리스토파로·폴 페레다 그림 / 이경혜 옮김
책속물고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사람들을 아프게 했고,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집콕’ 생활은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자기 그림자와 만나는” 귀한 경험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새삼 이웃의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늘 바쁘게 일하다 보니 직장 동료나 업무로 만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뿐 정작 동네 이웃들과는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동네 뒷산에 오르거나 골목길을 산책하다 이웃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뜻밖에 지역공동체 형성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입니다.
저는 이 지역공동체에 우리 주변에 숨어 사는 야생 동물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원래부터 야행성인 줄 알았습니다. 원래 낮보다 밤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집에 갇혀 나오지 못하자 그들이 우리가 다니던 길로 쏟아져 나와 신나게 뛰어다니고 가게도 기웃거리며 심지어는 우리가 무사한지 유리 창문으로 들여다보기도 하더군요. 알고 보니 그들은 늘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인류는 그동안 언어적 전환, 문화적 전환 등을 겪으며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기술적 전환, 정보적 전환 등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전환은 ‘생태적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른 전환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즉 ‘현명한 인간’이라 부르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 다른 모든 생명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로 ‘공생인’, 즉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거듭나야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침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이 지나가면, 우리는 물론 잃어버린 것을 떠올리며 슬퍼하겠지만 집에 머무는 동안 전보다 훨씬 건강하게 되돌아온 자연을 즐기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게 바로 슬기로운 지구생활을 위한 생태적 전환이지요. 이 그림책은 그런 희망을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담담하게 그립니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그리곤 그 따스함이 좋아 자꾸 다시 읽게 되네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친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엄마 손길 같은 그림책입니다.
최재천 생태학자(생명다양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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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