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을 뒤흔든 K-무비의 힘

2022.06.05 최신호 보기

▶5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맨 왼쪽)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

박찬욱 감독상·송강호 남우주연상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칸영화제에서 우리나라가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5월 28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2관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두 사람은 한국 영화사의 르네상스를 이끈 20년 지기 명콤비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2002년 <복수는 나의 것>, 2009년 <박쥐>, 2012년 단편 <청출어람>을 함께했다. 시상식 후 열린 우리나라 취재진과 공동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와 내가 같은 영화로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칸은 한 작품에 감독상과 주연상을 주지 않는다. 따로 온 덕분에 같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수상자로 내 이름이 호명된 뒤 박 감독이 뛰어와 포옹할 때 무척 감동적이어서 잊을 수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네 작품 함께한 ‘콤비’, 외신 극찬도 함께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용의선상에 오른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관객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대사나 표현이 없고 인물들이 진심을 숨기는 순간이 많다. 심심한 듯 관객에게 스며드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는 2022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21개 작품 가운데 최고점인 3.2점(4점 만점)을 주는 등 극찬했다. 이 매체는 “시각적으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화다. 연출에 피상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박 감독을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견주며 별 다섯 개로 5점 만점을 줬다.
“한국 관객들은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해요.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이 다 있기를 바라는 편이죠. 우리가 많이 시달리다 보니 한국 영화가 이렇게 발전한 것 같아요.”
박 감독은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서 2003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했다. 이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아가씨>(2016)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칸영화제와는 이미 깊은 인연을 맺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두고 관계 맺게 된 이들의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여기서 송강호는 아기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스칸디나비아 배급사 트라이아트 필름 대표 마티아스 노보그는 “송강호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또한 고레에다의 전작들과 유사한 듯 색다른, 한 단계 성장된 그를 볼 수 있다”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프랑스 배급사 메트로폴리탄 대표 빅터 하디다는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작품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잔잔하게 스며들듯이 쌓이는 감정의 층과 배우들의 조합은 고레에다 작품 중 최고라고 일컬어도 손색이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프랑스 AFP통신은 송강호를 “한국의 국보급 배우”라고 소개했다. 앞서 그는 2020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06년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박쥐>,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과 <브로커>까지 그가 출연한 일곱 편의 영화가 칸과 함께했다.
이번 남우주연상 시상식 후엔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배우도 없다. 좋은 작품을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최고의 영화제에 초청받고 거기에서 격려를 받고 수상도 하게 되는 과정 자체가 있을 뿐이지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해외 감독·배우 참여… 지평 확대
이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21편 중 16편은 유럽 영화다. 이란 영화가 한 편, 미국 영화가 두 편이다. 이런 가운데 나머지 두 편이 우리나라 영화라는 점은 이례적인 것으로 우리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이는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우리 영화산업의 지형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이 중국 배우 탕웨이라는 점,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감독이 <브로커>의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은 두 편의 한국 영화가 동아시아로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2018년 영국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제작하는 등 더욱 다양한 경계를 넘어서며 진화하고 있다.
“1960년대 유럽에서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 이런 식의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박찬욱)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문화콘텐츠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송강호)
두 수상 소감에서 우리나라 영화 발전을 이끌 해답을 더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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