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건물 앞 누리마당에 설치된 말풍선 꽃밭. 어린이 말씀 100가지가 쓰여 있다.
걷기 추천 코스 ‘여기 어때?’
# 코스 1_
어린이말씀 체험하기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자리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건물 앞 누리마당에 100가지 말풍선 꽃이 피었다.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인 ‘어린이 말씀’ 100가지가 말풍선 조명 속에 담겼다. 저녁이 되면 말풍선 꽃은 더욱 선명해진다. 형형색색 조명에 불이 들어오면서 어린이 말씀은 함성을 외치듯 더욱 또렷하게 전달된다. 비로소 미처 듣지 못했던 어린이 말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이를 존중해주세요’
‘어린이들이 상상력으로 세상을 나아가게 믿어 주세요’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어른들 마음대로 어린이를 규정하지 말아주세요’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충분히 잠을 자고 싶어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말풍선 조명 사이사이에 자리한 키 작은 의자에 앉아 어린이 말씀에 더 귀 기울여봤다. 어린이날이 들어 있던 주말의 도심은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많았다.
다섯 살 아이와 시내 나들이를 나온 30대 나영은 씨 부부는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며 말풍선에 쓰인 문구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어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한진만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보여주고 싶어 왔다”며 “우리 아이의 속마음은 어떨까 탐색 중”이라며 웃었다.
누리마당 한편에는 커다란 메시지판이 마련돼 있다.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이 솔직한 마음을 깨알같이 적어놨다. 맨 위 ‘2022 어린이 말씀’이라고 적힌 현판 아래의 큰따옴표 안의 글자가 뭔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 눈높이를 낮췄더니 비로소 보였다.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세요!”
어린이 500명에게 우리 사회에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물어 조사한 응답 가운데 뽑은 2022년 대표 어린이 말씀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렌티큘러 방식으로 만들어 어린이 눈높이에서 올려다봐야 글씨를 확인할 수 있다.
아홉 살 강민준 어린이는 “아빠, 이게 안 보여요” 하며 히죽거린다. 앞에 마련된 어린이 의자에 앉은 민준이 엄마와 아빠는 “이제야 보인다”며 신기해했다.
2022년 대표 어린이 말씀인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세요!”는 대형 현수막으로도 볼 수 있다. 30년 넘게 광화문 광장 한편을 지켜온 ‘광화문 글판’에 새겨져 있다.
▶가족단위의 나들이객이 청계광장에서 광화문 교보문고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 코스 2_
청계천 산책하기
누리마당에서 가는 길목인 청계광장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연등이야, 할머니.” 앞서 걷던 어린이가 소리치며 뛴다. 청계광장 앞 모전교에서 광통교 사이가 전통등 전시로 곱게 물들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이팝나무 아래 연꽃과 사천왕 등 형형색색의 연등이 청계천 물길 위로 불을 밝혔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뚫고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길을 비춰주는 느낌이다.
어머니와 아이와 함께 온 서영미 씨는 “가족과 함께 화려한 봄밤을 즐기러 나왔다”며 “코로나19로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계천 곳곳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 앉아서 연등을 감상하는 사람들, 물길 따라 걷는 사람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연등 풍경은 비록 5월 10일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청계천의 야간 산책은 올라가는 기온만큼 시민들의 발길을 더 붙잡을 테다.
▶해질 무렵 청계광장 입구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누리마당의 말풍선 꽃밭에는 저녁이 되면 여러 가지 색의 조명이 켜진다.
▶누리마당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사이에 청계광장이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다양한 연등이 설치되어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 코스 3_
광화문글판 관람하기
마지막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화문 글판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로 향했다. 길 건너편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 섰다. 누리마당에서 렌티큘러 방식으로 본 2022 대표 어린이 말씀이 교보생명 빌딩 외벽에 있는 초대형 현수막에 새겨져 있다.
커진 크기만큼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어린이 말씀이 더욱 크게 와닿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60%가량의 어린이 응답자가 “공부만 강요하기보다 꿈을 펼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가수, 우주비행사, 소방관 등 다채로운 직업군의 옷차림을 한 어린이들과 그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어른 모습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누리마당을 찾아온 어린이들이 렌티큘러 방식으로 제작된 메시지판 앞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다.
방정환 선생이 외친 ‘어린이 선언’을 읽다
2022년 5월 5일은 100번째 어린이날이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아동 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했던 시절에 천도교소년회를 통해 1922년 세계 최초로 ‘어린이날’을 선포했고 어린이를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달라고 강조했다.
그 후로 어느덧 10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난 100년 동안 어린이 복지와 권리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수년째 세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다.
100년 전 어린이날이 처음 제정될 때 어린이는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초보자나 미숙한 사람을 가리켜 흔히 ‘~린이’ 등으로 부른다. 어린아이를 존중하고 높여 부르자는 취지로 만든 어린이라는 단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주린이’, ‘요린이’ 등 무심코 재미와 유행에 따라 썼던 표현이 어린이에게 편견과 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린이 말씀에 따라 걷는 길 위에서 10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외친 ‘어린이 선언’을 찾아 읽었다.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 어린이를 늘 가까이하사 자주 이야기를 하여 주시오.
*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 산보와 소풍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주시오.
*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 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 대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어린이날 100주년, 다채로운 행사 이어져
100회 어린이날을 맞아 5월 내내 ‘어린이 문학주간’이 열리고 있다. 5월 26일까지는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100년간의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방정환과 한국동화 100주년’이 진행된다. 1923년 소파 선생이 창간한 잡지 <어린이>와 우리나라 아동문학 명작 100권이 전시된다. 또 작은 공연이 이어지는 ‘방정환 이야기 극장’, 어린이들이 직접 뽑은 동화 소개와 체험형 놀이터 등이 마련된다.
5월 31일까지 전국 40여 개 문학관, 도서관 등에서는 아동문학 도서 전시와 공연, 극 등 문학과 다양한 예술 분야의 융복합 콘텐츠로 꾸민 ‘아동문학 스테이지’가 운영된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 모두 어린이’ 특별전을 7월 17일까지 연다.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이 지난 100년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채로운 사진,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알리는 전시다. 아동노동과 전쟁 등에 끌려간 어린이, 독재 권력에 당당하게 맞서는 어린이, 아동 학살 반대 시위에 참여한 어린이, 가난하지만 행복한 어린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의 어린이를 그려보는 시간이다. 무료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어린이가 행복할 권리’라는 주제로 영화제 포스터 공모를 하고 7월 8일부터 17일까지 ‘어린이날 100주년 기록영화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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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